꼴찌로 입단한 '연봉 2천700만원' 노태형, 한화 이글스 구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105명 중 104번째로 호명
한화의 19연패 걸린 두산전서 9회 말 끝내기 적시타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무명 선수 노태형(25)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104번째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그해 프로팀에 지명받은 선수가 총 105명이었으니, 거의 꼴찌로 프로행 막차를 탄 셈이었다.
어렵게 밟은 프로 무대에서 노태형은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빠른 발과 또래와 비교해 안정적인 수비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 부족한 타격 실력이 문제였다.
노태형은 다른 무명선수들처럼 매년 시즌이 끝날 때마다 방출 여부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노태형은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했다. 군대도 상무, 경찰청이 아닌 현역으로 다녀왔다.
2017년 강원도 홍천 11사단에 입대해 약 2년간 복무했다.
그러나 노태형은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된 군대 훈련을 받으면서도 군 간부들에게 간곡히 부탁해 간간이 야구 훈련을 했고, 군대 밥도 많이 먹으면서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노태형은 제대 후 더 독하게 운동했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막판엔 급성 충수염에 시달렸는데, 통증을 참고 비행기에 올라 국내에서 맹장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주변에선 '독한 선수'라는 말이 나왔다.
성실한 자세와 절실함으로 가득 찬 노태형은 그렇게 프로야구 무대에 살아남았다.
올해에도 노태형의 인생은 독하게 전개되는 듯했다.
그의 연봉은 여전히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천700만원이었고, 1군 콜업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묵묵하게 2군에서 땀방울을 흘리던 노태형이 1군으로 올라오라고 연락받은 건 올해 5월 20일이었다.
연패 중이던 팀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노태형을 불렀다.
입단 후 처음 잡은 1군 출전 기회에서 노태형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다.
kt wiz와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삼진 1개를 기록했고, 곧바로 짐을 쌌다.
고대하던 꿈의 무대가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2군으로 돌아간 노태형은 이달 10일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 대행이 선수단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1군 선수들을 대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노태형이 1군으로 올라왔다.
그는 10일 서산 2군 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콜업 소식을 듣고 교체 후 구단 차를 타고 천안아산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KTX를 갈아탄 뒤 1군 경기가 열리는 부산 사직으로 이동했다.
힘들게 1군에 합류한 그는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1일 롯데전에 선발 출전해 프로 데뷔 후 첫 1군 무대 안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KBO리그 최다인 19연패가 걸린 14일 두산 베어스와 특별 서스펜디드 홈 경기에 다시 출전 기회를 잡았다.
4-5로 뒤지던 6회 말 김민하를 대신해 대타 출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였다. 노태형은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고, 7회 두 번째 타석에선 끈질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그리고 6-6으로 맞선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꿈에 그리던 장면이 연출됐다.
이용규의 볼넷과 김태균의 고의4구로 만든 2사 1, 2루 기회에서 타격 차례가 왔다.
남아있는 선수는 포수 박상언과 2년 차 조한민 뿐이었다.
대타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노태형은 통산 51세이브, 32홀드를 기록한 상대 팀 핵심 불펜 함덕주와 상대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노태형은 2구 볼을 잘 참았고, 3구와 4구를 커트해 파울을 기록하면서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상대 투수 함덕주도 흔들렸다. 함덕주의 6구 공이 폭투로 이어지며 주자들은 진루에 성공했다.
2사 2, 3루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 노태형은 함덕주의 6구 공을 자신 있게 휘둘렀다.
공은 빠르게 좌익수 방면으로 굴러갔다. 극적인 9회 말 끝내기 적시타를 친 노태형은 헬멧을 집어 던지고 포효했다.
노태형은 "그동안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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