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수원]2019 신인드래프트 2차지명 1라운드에서 국외 유턴파 선수가 최대 4명까지 지명받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빅3’로 통하는 이대은, 이학주, 하재훈에 더해 좌완투수 윤정현까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8월 20일 수원 KT위즈파크. 이날 경기장에선 오전 11시부터 2019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이 진행됐다. 국외 아마추어 출신 및 프로야구 출신 가운데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선수들이 10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기량을 선보일 기회다. 10명의 대상자 가운데 허 민 전 고양 원더스 구단주를 제외한 9명이 일찌감치 수원야구장에 집결했다.트라이아웃은 지난 2013년 처음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총 45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 중에 16명이 신인 드래프트에서까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고, 2차 1라운드 이내에 지명받은 선수도 9명에 달한다.트라이아웃을 거친 국외파 중엔 장필준(삼성), 나경민(롯데), 김동엽(SK), 김성민(넥센) 등이 1군 주축 선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국외파 중엔 이미 국외리그에서 다년간 활약하며 기량과 경험 면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가 많다. 중고 신인의 가장 큰 단점인 ‘군복무’도 면제됐거나, 2년 유예기간 동안 해결한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 트라이아웃은 대어급 유턴파 선수의 대거 참가로 그 어느 해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경찰야구단 에이스 이대은을 비롯해 탬파베이 레이스 차세대 유격수로 주목받았던 이학주가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서를 냈다.여기에 지난해 트라이아웃엔 참가했지만 드래프트 참가는 좌절됐던 하재훈이 재도전했고, 오클랜드 출신 포수 김성민과 볼티모어 출신 좌완 윤정현까지 참가해 실질적인 지명 대상자는 1명(김선기)에 그쳤던 지난해보다 ‘풍성’한 잔칫상을 벌렸다.마침 이날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기간이라 KBO리그가 잠시 중단된 상황. 이에 예년보다 훨씬 많은 스카우트와 야구 관계자, 취재진이 수원야구장을 찾아 열기를 더했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도 야구장을 찾아 투수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선수들도 수많은 눈이 자신들을 지켜보는 만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이학주 “여전히 특급 유격수” 하재훈 “공·수·주 3박자 갖춘 선수"
이날 참가자 가운데 최고의 유명인은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앞두고 한 차례 논란을 빚었던 이대은이다. 이대은은 과거 미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하고 국가대표 팀에서도 주축 투수로 활약한 경력을 자랑한다. 올해 2차지명에서 가장 유력한 전체 1순위 후보로 꼽힌다.이대은은 이날 트라이아웃에서 100% 구위를 보여주진 않았다. 이미 구단들도 경찰야구단 퓨처스 경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대은을 관찰해온 터라, 포커스 자체가 이대은보단 다른 선수 쪽에 맞춰져 있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들은 KT 관계자들에게 “혹시 마음을 바꿀 생각 없느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야구계에선 KT가 이대은을 1순위 지명할 확률을 99.9%로 보고 있다.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이대은은 “내일 선발등판 예정이라 컨디션을 조절했다”며 100% 피칭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드래프트 참가 논란에 대해선 “묵묵히 야구만 하고 있었다.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에 대해 생각도 많이 했지만, 결론은 정해져있었다”며 “앞으로 제가 야구 잘하면 될 일”이라 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내야수 이학주와 외야수 하재훈 쪽에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학주는 지난해 일본 독립리그 팀에서 나온 뒤 1년간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을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스카우트 사이에선 “이학주의 현재 몸 상태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이날 트라이아웃을 통해 이학주는 자신이 왜 초특급 유격수로 각광을 받았는지 확실히 증명했다. 지방구단 스카우트 책임자는 “왜 이제야 한국야구에 오게 됐는지 안타까울 정도”라며 “수비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 부상 경력에도 불구하고 수비실력은 여전하다. 타격도 고교 시절 컨택트가 좋았던 선수답게 재능이 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데도 눈에 띄는 기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이학주가 밝힌 현재 몸 상태는 50% 정도. 이날 이학주를 관찰한 서울 구단 스카우트는 “즉시전력감 유격수”라며 “지금 이학주를 같은 포지션의 박효준, 배지환과 비교해도 이학주가 낫다고 본다. 전력으로 뛰지 않았는데도 스피드가 빨랐고, 수비 센스도 좋았다”고 칭찬했다.이학주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들어온 뒤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다.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을 해왔다”며 “현재 무릎 상태는 100%다. 다만 아직 경기를 많이 뛰어보지 않았으니까 경기 경험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이학주의 유력한 행선지로는 2차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가진 삼성 라이온즈 혹은 3순위 한화 이글스가 거론된다. 내야수 보강이 급한 두 팀 가운데 한 팀이 무조건 이학주를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삼성이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화의 선택은 물론 1라운드 전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2년 연속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하재훈도 이날 여러차례 스카우트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재훈은 타석에서 외야 담장 너머로 연신 장타를 때려내며 파워를 선보였고, 외야 수비에선 중견수 선 자리에서 홈까지 낮게 깔리는 노바운드 송구를 여러 차례 해냈다. 1루까지 뛰는 스피드도 수준급이었다.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장타력과 어깨, 스피드 면에서 NC 김성욱과 비교할 만하다”고 평했다. 지방구단 스카우트도 “타격, 주루, 수비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선수”라며 “일본 독립리그 소속으로 꾸준히 경기에 뛴 덕분에 어느 정도 감각도 유지하고 있다. 기량만 보면 충분히 1라운드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고 평했다.다만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건강’이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근육이 굳는 증세로 어려서부터 약을 먹으면서 운동했다고 들었다. 야구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구단들로서는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 했다. 이에 대해 하재훈은 “중학교 때부터 겪은 증상이다. 날 뽑아준 미국과 일본 구단도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도핑테스트에서도 문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전역일에 140km/h 던진 윤정현, 상위 라운드 지명될까
이날 트라이아웃에선 ‘의외의 발견’도 있었다. 세광고와 동국대(중퇴)를 거쳐 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다가 돌아온 좌완 윤정현이다. 윤정현은 한국에 돌아와 현역 포병으로 근무하면서 개인 훈련을 병행했다. 마침 트라이아웃 당일인 이날 오전 전역해 군 복무를 모두 마쳤다.전역하고 바로 야구장에 달려온 만큼 100% 힘으로 공을 던지긴 어려운 상황. 하지만 윤정현은 130km/h 후반대 스피드를 꾸준히 기록했고, 140km/h도 한 차례 기록했다. 윤정현의 피칭을 지켜본 이대은은 “공을 때릴줄 안다”며 스피드가 더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구단 스카우트 역시 “오늘은 완전한 힘으로 던지진 않았다. 100%로 던지면 스피드가 올라올 것”이라 밝혔다.윤정현은 “미국에서는 최고 150km/h까지 던졌고, 연습경기에선 143km/h까지 나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주무기는 빠른 볼 외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여기에 필요에 따라선 커브도 구사한다. 수년간의 공백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미국에 다녀오면서 성격도 변했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윤정현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동안, KT 더그아웃에선 KT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가 등장해 윤정현을 응원했다. 고영표는 윤정현의 동국대 2년 선배다. 고영표는 “정현이가 우리 팀에 오게 되면 좋겠다”며 후배에게 힘을 북돋웠다. 윤정현도 “영표형이 먼저 연락도 자주 하고, 군대 있을 때 면회도 자주 왔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지방구단 스카우트 책임자는 “윤정현이 의외의 다크호스”라며 “전역한 날에 140km/h를 던지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좌완투수가 필요한 팀이 많아서, 상황에 따라선 1라운드 지명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만약 윤정현까지 1라운드 지명을 받을 경우, 2차지명 1라운드에서 지명받는 국외파 선수는 최대 4명이 될 수 있다.
한편 야탑고-오클랜드 출신 포수 김성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강한 어깨가 장점이란 평가도 있지만 불어난 체중을 들어 “운동량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완전한 컨디션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포수가 필요한 팀이 지명할 수 있지만, 상위 라운드는 아닐 것 같다”고 진단했다.그외 일본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우완투수 김대영, 강원고 출신으로 일본 대학 재학중인 사이드암 투수 안현수, 부천공고 출신으로 파주챌린저스와 독립리그를 거친 한선태 등의 투수가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일본 고교와 대학을 거쳐 독립리그 소속인 내야수 이복건은 빠른 발로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지명받는 선수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트라이아웃이 한창 진행될 동안, 서울고 우완 최현일의 미 프로야구 LA 다저스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30만 달러). 이를 접한 한 스카우트는 “이대은, 이학주가 만약 처음부터 국내에서 뛰었다면 지금쯤 어떤 성적을 내고 있을지 생각해 본다. 지금도 저렇게 재능이 뛰어난 걸 보면, 아마도 이미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라며 “개인의 꿈을 뭐라 할 수 없지만, 어린 선수들이 진로를 좀 더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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