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승이 더 늙기 전에…" 유재학·추일승 감독의 재치 입담
1963년생 동갑내기 두 감독, PO 미디어데이서 '케미' 과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일승아, 더 늙기 전에 붙어 보자." "50대랑은 안 해."
프로농구 2018-2019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21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유재학과 추일승, 두 동갑내기 감독의 재치 있는 공방이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우승 후보를 꼽는 질문에서부터 서로를 견제했다.
추 감독은 "현대모비스를 뽑자니 우리 조라서 어려운 질문"이라며 "혹시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엔 모비스를 꼽겠다"고 했다.
다른 모든 감독으로부터도 우승 후보로 지목된 유 감독은 "결정 났는데 여기서 끝내죠"라고 여유 있게 말한 후 한박자 쉬고 오리온을 꼽았다. "일승이 더 늙기 전에 해야 하니까"라는 이유였다.
유 감독과 추 감독은 1963년 동갑내기다. 추 감독이 1월생, 유 감독이 3월생이다.
유 감독은 '우승 청부사'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차례 우승을 했고 추 감독은 지난 2015-2016시즌 오리온의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우승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선착한 현대모비스의 유 감독은 4강 예상 상대 질문에 다시 한번 '나이 공격'에 나섰다.
유 감독은 "버거운 상대는 없다. 추 감독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더 늙기 전에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각 팀에 돌아가며 질문하는 순서에서 유 감독은 다시 추 감독을 소환했다.
"더 늙기 전에 한번 해보는 거 어때?"라는 유 감독의 질문에 추 감독은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이 돌아서서 유 감독 옆에 앉은 애꿎은 이대성(현대모비스)에게 질문을 돌렸다.
추 감독은 이대성을 향해 "진실한 인생을 살아왔느냐"고 물은 후 "너네 감독님하고 나 중에 누가 더 늙어 보이냐"고 했다.
이대성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당연히 우리 감독님"이라고 이미 정해져 있는 대답을 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이대성과 자유투 대결을 벌였던 유 감독은 자유투 대결을 하고 싶은 감독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시 한번 추 감독을 지목했다. "더 늦기 전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에 추 감독은 "나는 50대랑은 안 한다. 최소 30대랑만 한다"고 받아쳤다.
두 감독의 공방은 옆에 있던 스테이시 오그먼 전주 KCC 감독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두 감독 중 누가 더 형처럼 보이느냐는 질문을 받은 오그먼 감독은 고심 끝에 "정말 어렵다. 둘다 보기 좋다"며 넘어가려고 했다. 옆에 앉은 추 감독은 근엄한 표정으로 한 명을 어서 고르라고 재촉했지만 오그먼 감독은 결국 선택을 포기했다.
노련한 두 감독의 입담은 이날 여러번 빛났다.
추 감독은 "흥행을 위해서 일부러 정규리그 10연패를 했다"며 "플레이오프에서도 MVP 이정현(KCC) 선수를 만난 것이 영광이니 한 경기 정도 져 주는 게 예의"라고 3승 1패로 6강 플레이오프를 끝내겠다는 자신감을 과시했다.
추 감독은 현주엽 창원 LG 감독에게 준비했던 질문이 앞에서 먼저 나오자 잠시 당황했다가 "아직도 많이 먹니?"라는 질문을 대신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재학 감독은 함께 나온 이대성이 결정적인 순간에 레이업 대신 덩크슛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수비하러 뛰어나간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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