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앞둔 김영광 "골키퍼는 500경기 출전 쉽다고? 맞습니다"
산전수전 겪은 성남 베테랑 GK…일요일 대구전서 대기록 작성
(성남=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골키퍼는 500경기 출전 쉽지 않냐고요? 네! 그 말 맞죠. 그거 '팩트'에요. 하하"
프로축구 성남FC의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37)은 '2인자' 이미지가 강하게 박힌 선수다.
꾸준히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참가한 두 차례 월드컵에서 벤치만 지켰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선배 이운재,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후배 정성룡에게 밀렸다.
늘 비껴갔던 스포트라이트는 오는 일요일만큼은 그를 확실하게 비출 예정이다.
성남의 확실한 주전인 김영광은 7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의 K리그1 5라운드 경기에 출전하면 프로 통산 500경기 출전 대기록을 쓴다.
앞서 김병지(은퇴), 이동국(전북), 최은성(상하이 선화 코치), 김기동(포항 감독) 4명에게만 허락됐던 고지다.
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만난 김영광은 "500경기를 앞두고 있다니 나도 나이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올 시즌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데뷔 때의 등 번호 41번을 달았는데 벌써 500경기라니까 난감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골키퍼가 500경기 출전하는 게 필드 플레이어보다는 쉽다며 '평가절하' 하는 팬들도 일부 있다.
이에 관해 묻자 김영광은 "그 말 '팩트'다. 필드 플레이어들은 90분 동안 정말 열심히 뛰지 않나"라며 백전노장의 여유를 보여줬다.
이어 "대신 평소 훈련은 골키퍼가 더 힘들다는 점은 팬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면서 "경기 중 집중력과 정신력을 유지하기도 절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광은 2013년 종아리 근육을 심하게 다쳐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전 꿈도 물거품이 됐다.
이운재와 정성룡, 둘 중 하나가 없었다면, 2013년 다치지 않았다면, 김영광은 더 유명한 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픔이 있었기에 김영광은 더 단단해졌고, 굴곡이 있었기에 때로는 더 길게 뻗어 나갈 수 있었다.
김영광은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얻은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말을 요즘 실감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서울이랜드와 재계약하지 못해 은퇴 기로에 놓였던 그가 성남 유니폼을 극적으로 입으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된 것도, 그렇게 다져온 김영광의 '단단함을' 김남일 성남 감독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전남에서 김영광과 한솥밥을 먹은 김 감독은 김영광의 500경기 출전에 대해 "놀랍다는 생각은 안 든다.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김영광은 몸이 더 '쌩쌩'했던 과거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전혀 없다. 아쉬움이 없기 때문이다.
김영광은 "'하루하루 후회 없이', '안 되면 될 때까지' 이 두 문장만 생각하며 열아홉 시즌을 뛰었다"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잘라 말했다.
늘 전력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그에게 500번째 경기는 앞선 499경기와 다르지 않다.
"제가 존경하는 (김)병지 형님도 500번째 경기 때 4골이나 드셨더라고요. 들뜨지 않고,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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