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에이스 레일리 "내년에도 돌아오고 싶습니다"
퀄리티스타트 19회에도 5승에 그쳐 "누구를 탓할 수 없다"
"팬들의 응원 감명 깊어…가장 기억나는 건 2017년 후반기"
(부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5년부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브룩스 레일리(31)에게 올해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다.
레일리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14패로 리그 최다 패 투수의 불명예를 안았다.
부진한 경기도 있었지만, 레일리가 잘 던지고도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레일리는 KBO 리그 데뷔 이래 두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 3.88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무려 19차례나 달성했지만 터지지 않는 타선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레일리는 평균 3.74점의 득점 지원을 받았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레일리가 등판하면 야수진은 실책 퍼레이드를 펼쳤다. 공필성 감독대행이 "해도 해도 너무하더라"고 말할 정도로 불운으로 점철된 시즌이었다.
올 시즌을 모두 마친 레일리를 출국 하루 전날인 27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극악의 득점 지원과 허술한 내야 수비 탓에 시즌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했지만, 레일리는 웃으며 올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노력했지만 안됐던 부분"이라며 "10등을 하면서 선수들 모두 힘들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모습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레일리는 '다음 시즌에도 롯데에서 뛰고 싶냐'는 질문에 "언제나 그랬다"고 말했다.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15승도 가능했을 것 같다'는 거듭된 질문에 레일리는 "롯데는 내가 한국에서 5년 동안 뛴 팀이다. 팀 동료들을 좋아하고, 여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레일리는 "부산에서는 어디를 가든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며 "팬들의 한결같은 응원과 격려는 감명 깊었고, 그래서 더 돌아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레일리는 장수 외국인 투수임에도 그동안 약점이 명확했다. 좌타자와 우타자 상대 전적의 편차가 컸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로 레일리를 꼽았을 정도로 레일리는 좌타자에게는 압도적인 강점을 보였지만 우타자에게는 쉽게 공략당했다.
입단 첫해를 제외하고 2016년(0.312), 2017년(0.301), 2018년(0.306) 모두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3할을 넘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우타자 피안타율을 0.289로 끌어내렸다.
레일리는 "비결은 컷패스트볼"이라며 "우타자 상대로 컷패스트볼 비율을 높였더니 헛스윙 유도율과 범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시즌에 좀 더 연구해서 내년 시즌에는 더욱 준비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롯데에서 뛴 5년의 세월 동안 가장 기억나는 순간으로 2017년 후반기를 꼽았다.
그해 롯데는 후반기 진격을 거듭하며 3위를 차지하고 5년 만에 '가을야구'를 했다.
레일리는 "그때 팬들이 엄청나게 응원해줬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가 잘하면 그때처럼 다시 관중석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새로운 단장님이 부임하면서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접목하는 등 팀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그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내년에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인 레일리는 비시즌에 고향으로 돌아가면 사냥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올해는 사냥 기간이 길어질 것 같다고 농담 섞어 묻자 레일리는 "올해에는 스트레스를 풀려면 2주는 걸릴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곧 쌍둥이가 태어나는데, 와이프가 순조롭게 출산했으면 좋겠다"며 "와이프도 한국에 있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으로 꼭 돌아가자고 와이프도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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