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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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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월) 13:04

                           
+‘베테랑’ 배영수, 두산 베어스와 1년 1억 원 계약 합의
+김태룡 단장의 한마디, “영수야, 너 아직 경쟁력 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두산 한국시리즈 우승 도울 것”
+팔꿈치 인대와 맞바꾼 우승, “2004년으로 돌아가도 주저 없이 마운드에 오를 것”
 
[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엠스플뉴스]
 
‘투사(鬪士)’ 배영수가 돌아왔다.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를 거쳐 이번엔 두산 베어스다. 
 
두산과의 계약은 속전속결이었다. 배영수가 FA(자유계약선수)가 됐을 때 그에게 가장 먼저 전활 한 구단은 두산이었다. 배영수는 두산의 호의를 놓치지 않았다.
 
구단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첫 만남부터 계약 성사 직전까지 내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줬다. 더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두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배영수의 말이다. 
 
다음 시즌이면 프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배영수. 그에게 돈, 명예보다 더 중요했던 건 야구 그 자체다. 새 도전에 나선 배영수에게 20년 야구 인생을 물었다. 
 
‘곰이 된 사자’, 배영수의 새로운 도전
 
[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12월 2일.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간이 사인회’가 열렸다. 공식 일정이 아니었다. 배영수를 알아본 대구 팬들이 쉴새 없이 다가와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서 '간이 사인회'가 열린 것이었다. 덕분에 인터뷰는 30분 뒤에야 시작됐다. 싫은 내색 한번 없이 팬들의 사인, 사진 촬영 요청에 모두 응한 배영수의 얼굴엔 지문만큼 작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대구에선 아직도 배영수가 먹히나봅니다. 
 
(크게 웃으며) 감사할 따름이죠.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다음 시즌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갑작스런 발표였어요.
 
어디든 불러만 주면 가겠단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두산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김태룡 단장님과 두산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확신이요? 
 
두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팀입니다. 다음 시즌 우승 후보 가운데 한 팀이고요. 누구든 가고 싶어 하는 팀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김태룡 단장님의 한마디였습니다. 
 
그게 뭡니까. 
 
김 단장님이 제게 이런 말을 하셨어요. “우리 팀은 배영수가 경쟁력을 갖춘 투수라고 본다. 다음 시즌 잘 부탁한다”. 최근 몇 년간 뛰면서 ‘경쟁력’이란 말을 처음 들었어요. 정말 감사했고, 큰 힘이 됐습니다. 더 고민할 것도 없었어요. 다시 한번 김 단장님과 김태형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김태형 감독은 뭐라던가요.
 
“열심히 해”. 시크하게 딱 한마디 하셨습니다(웃음). 
 
두산엔 한화 시절 호흡을 맞췄던 조인성 배터리 코치가 있습니다. 두산 연착륙에 도움이 많이 될 듯합니다. 
 
이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또 하게 됐네요(웃음). (조)인성이 형은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선배 가운데 한 명입니다. 선수 시절부터 형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어요. 가볍게 툭툭 던지는 데 그 말을 곱씹어 보면 크게 다가와요. 이젠 인성이 형은 코치니까 제가 잘 보여야죠. 인성이 형이 두산에 대해 좋은 얘길 정말 많이 해줬습니다.
 
팔꿈치 인대와 우승을 맞바꿨던 배영수 “2004시즌으로 돌아가도 주저 없이 마운드에 오를 것”
 
[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다음 시즌이면 ‘프로 데뷔 20주년’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듯해요.
 
사실 그런 생각 할 여력조차 없었어요(웃음). ‘아무도 불러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겁부터 났습니다. 정말 운 좋게도 다시 기회가 왔어요. 야구가 제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20년 전, 배영수는 야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유망주였습니다.
 
모든 게 새롭고, 낯설었죠. 그땐 제가 지금까지 야구 할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어요.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야구 팬들은 여전히 ‘2004년 한국 시리즈’를 기억합니다. 현대 유니콘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10이닝 노히트노런’은 프로야구사에 남을 명장면이었어요. 배영수만의 투지가 돋보인 경기였습니다. '배영수가 자신의 인대를 팀 우승과 맞바꿨다'는 말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힘든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제가 끝내고 싶었죠. 모든 투수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당시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더 던질 수 없는 저 자신에게 말이죠.

2년 뒤엔 팔꿈치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담당의가 팔꿈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단 얘기가 있었습니다. 야구 생명의 큰 위기였습니다. 혹시 2004시즌 호투가 후회되진 않았습니까. 
 
후회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거예요. 당시 삼성 팬들의 함성은 제게 마약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기억, 그 감흥으로 마운드에 오릅니다.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보여준 활약도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30년 발언’으로 오해를 산 일본 대표팀 스즈키 이치로에게 위협구를 던져 ‘배 열사’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크게 웃으며) 구대성 선배의 유혹에 제가 넘어갔어요. 당시엔 구 선배의 통 큰 배짱에 응답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정말 존경하는 선배였거든요. 그래서 확...저질렀죠.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웃음).  
 
반면 펠릭스 호세 앞에선 두둑한 배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웃음). 
 
당시엔 어렸고. 호세 펀치가 너무 아팠어요(웃음). 순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 이러다 진짜 죽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좋은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여전히 삼성 팬 가운덴 배영수에게 섭섭함을 토로합니다.
 
팬들께는 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절 위해 광고까지 걸어주셨어요. 그때 찍은 사진과 받은 편지 등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평생 잊지 않으려고요. 그만큼 감사했고, 앞으로도 그 은혜를 평생 갚으며 살 생각입니다. 삼성 팬들이 제겐 야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푸른 피'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났습니다. 궁금한 건 그때 삼성을 떠난 ‘진짜 이유’예요. 일부에선 계약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을 이야기합니다. 
 
(한참 망설이다) 돈 문제도 아니었고, 계약 기간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삼성에서 정말 뛰고 싶었어요. 이 점 하나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해요.
 
‘베테랑’ 배영수 "야구엔 왕도가 없다."
 
[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배영수에게 경험은 큰 무기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까닭에 얻은 게 많다. 두산은 배영수를 영입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구종 등 장점이 많다. 선발과 불펜에서 쓰임새가 크다”고 평가했다. 억대 연봉을 제시한 것도 베테랑 투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젊은 투수가 많은 두산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두산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듯합니다. 특히 젊은 투수가 많은 두산에선 ‘큰 형’ 역할을 해야 합니다.
 
두산엔 좋은 투수가 많습니다. 우선 저부터 경쟁에서 지지 않는 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도 선배들의 조언 덕분이에요. 야구가 안 될 때 선배들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어요. 
 
한화에선 그 역할을 120% 소화했습니다. 한화 투수 김범수, 김민우, 박상원 등은 “(배)영수 선배의 조언 덕분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정말요? 그럴 애들이 아닌데(웃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요. 사실 후배들의 열정을 보면서 제가 큰 힘을 얻곤 했거든요. 20년 전 제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조만간 밥 사러 한 번 가야겠네요(웃음).
 
후배들과는 주로 무슨 이야길 나눕니까. 
 
주로 속구 구속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저도 젊었을 땐 155km/h가 넘는 속구를 던졌거든요. 그 때문인지 많이들 찾아오더라고요.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 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특별한 비결이 있었습니까. 
 
비결이 있다면 모두 150km/h를 던지고 있겠죠? 왕도는 없습니다. 타고난 능력도 영향을 끼치고요. 후배들에게 자세가 어떻고, 저렇고 식의 이야긴 하지 않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사소한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세트 포지션에서 힘을 주는 포인트나 공을 던질 때 나오는 미세한 동작들을 이야기해요. 손을 두는 지점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 사소한 동작들이 투구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경험자로서 이런 점들을 함께 보며 연구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배영수 역시 투수로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광속구 투수’에서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는데요.
 
지금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엔 다양한 구종을 던지려고 노력했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체인지업’이었습니다. 친한 후배가 입이 닿도록 했던 조언인데, 아프고 나서야 눈길이 가더라고요(웃음). 
 
음.
 
마운드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른 공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전 그게 ‘몸쪽 승부’라고 생각해요. 몸쪽 공략 여부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집니다. 전 아직도 몸쪽 승부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후배가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번에 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끝없이 부딪히고 깨져봐야 조금 보이기 시작해요. 야구엔 왕도가 없습니다. 스스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쉼 없이 달려가야 해요. 제겐 그 목표가 ‘언제나 마운드 위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절제하며 살아요. 우선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으면 좋겠어요.
 
‘두영수’, 한국 시리즈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연봉이 많이 줄었습니다.
 
프로잖아요. 연봉은 실력과 성적에 따라 평가받아요. 직장인에겐 숙명이죠(웃음). 준비 많이 했습니다. 다음 시즌엔 실력으로 보상받을 생각입니다.
 
두산은 다음 시즌에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힙니다. 다시 한번 한국 시리즈에 설 기회를 잡은 셈이에요.
 
제게 한국 시리즈는 특별해요. 제 인생의 한 페이지라고 할까요. 꼭 다시 서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기회가 왔어요. 제겐 두 번 없을 좋은 기회입니다. 지금 제 머릿속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2004시즌의 감동을 재현하고 싶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배영수의 몸 상태만 보면 30대 초반"이라고요.  
 
몸 상태는 최상입니다. 올 시즌 재활군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했어요. 투구 밸런스가 전성기 시절만큼 올라왔어요. 구위도 만족스런 수준입니다.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봐요. 대충할 거면 두산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각오가 남달라 보입니다. 
 
벼랑 끝에서 다시 살아난 기분입니다. 얼마 전까지 '은퇴'란 단어가 더 자연스러웠어요. 다행히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정말 후회 없이 말이죠. 팬들에게 ‘배영수가 아직 죽지 않았구나’하는 걸 보여드릴 겁니다.  
 
아직 야구팬들은 배영수의 투지를 추억합니다.  
 
배영수에게 ‘투지’ 빼면 뭐가 남겠습니까. 매 순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공을 던졌어요. 지금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2004년 한국 시리즈 때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바로 제 야구 아닐까요. 
 
[엠스플 먼데이] ‘투사’ 배영수를 살린 한마디 “영수야, 아직 너 경쟁력 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간이 사인회’는 계속됐다. 인상적인 건 삼성 팬들의 반응이었다. 팀을 떠난 옛 레전드에게 축하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두산 입단 축하드립니다.” “계약 잘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내년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등의 인사가 주를 이뤘다. 기차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사진 촬영과 사인 공세가 이어졌다. 
 
커피숍을 나오며 배영수에게 한마딜 던졌다. “한화 때도 그렇고 팬들만 보면 그냥 못 지나칩니다.” 배영수가 환한 표정으로 답한 말은 이랬다.
 
야구선수가 팬들께 가장 쉽게 보답할 수 있는 게 뭐라고 보세요. 사인과 사진 촬영이에요. 이렇게라도 팬들께 은혜를 갚아야죠. 평생 보답하며 살겁니다. 평생이요.           
 
전수은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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