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파다르·'미친 선수' 허수봉…우승의 숨은 주역들
군 복귀 최민호는 '천군만마'…이승원·이원중 '강심장'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단기전으로 열리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른바 '미친 선수'가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리그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다가 포스트시즌에서 특급 조커로 돌변하는 선수가 나타나면, 팀은 보약이라도 먹은 듯 전력이 급상승하게 돼 있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5-20 30-32 25-19 25-20)로 제압,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무릎 부상을 안고도 공·수에서 맹활약한 전광인으로 결정됐다.
전광인 뒤에는 숨은 주역들이 있었다.
특급 조커로 활약한 레프트 허수봉, 허리 부상에도 투혼을 불사른 외국인 거포 크리스티안 파다르,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녹슬지 않은 기량을 펼친 센터 최민호, 갖가지 부상을 안은 선수들에게서 최고의 공격을 배분한 세터 이승원 등이다.
허수봉은 올 시즌 정규리그 36경기 중 27경기에만 나온 백업 공격수였다. 정규리그 총 99득점으로 경기당 3∼4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45.1%로 좋았지만, 공격 점유율은 4.9%에 불과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만 해도 허수봉의 입지는 미미했다. 그는 1차전 5세트에 교체 출전했지만,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대변신을 했다.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인 활약이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의 주포 파다르가 허리 통증을 호소,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에는 날벼락이었다.
그러나 허수봉은 잠재된 폭발력을 분출하면서 절망에 빠질 뻔한 현대캐피탈을 구해냈다.
허수봉은 파다르를 대신해 라이트로 투입돼 62.5%의 공격 성공률로 20득점을 폭발했다. 공격 점유율은 13.1%로 정규리그의 2∼3배로 뛰었다.
허수봉의 활약에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었다.
신임을 받은 허수봉의 활약은 대한항공과 맞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어졌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허수봉은 다시 백업으로 돌아가 3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2차전에서 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세트까지 간 접전 상황이었다. 앞선 세트에서 2득점을 거뒀던 허수봉은 5세트에 4득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허수봉은 3차전에서도 특급 조커로 활약했다.
2세트를 대한항공에 내준 뒤, 허수봉은 3세트 전격 투입돼 서브에이스 1개를 포함해 득점을 올리며 분위기 반전을 주도했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3세트를 이어 4세트까지 승리로 장식하면서 챔피언에 등극했다.
파다르의 부상 투혼도 빼놓을 수 없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파다르는 2차전에서 허리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파다르는 가만히 서서 팀의 봄 배구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통증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챔피언결정전 1차전 출전을 강행했다.
본인의 판단이었다. 당시 최태웅 감독은 "오전에 파다르와 대화했는데 허리 상태는 60∼70% 정도다. 며칠 쉬어서 몸은 가볍다고 한다. 본인이 뛰겠다고 해서 선발로 나선다"고 밝혔다.
파다르는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20득점을 올리며 전광인(22득점), 문성민(21득점)의 부담을 덜어줬다.
2차전에서도 허리 통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파다르는 팀 내 최다인 21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3차전에서도 파다르는 23득점으로 명불허전 공격력을 과시했다.
센터 최민호는 현대캐피탈의 '천군만마'다. 최민호는 군 복무를 마치고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라는 절묘한 시점에 복귀, 현대캐피탈의 포스트시즌에 큰 힘이 됐다.
최민호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블로킹 7개를 포함해 19득점, 챔피언결정전에서는 3경기에서 블로킹 8개 포함 25득점으로 활약하며 현대캐피탈에 철벽을 쳤다.
세터 이승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원은 정규리그에서는 불안한 주전 세터였다. 성장하고 있다는 기대를 주면서도 때때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이원중에게 수시로 바통을 넘겨줘야 했다.
그러나 이승원은 큰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새롭게 보여줬다.
파다르, 문성민, 전광인이 모두 부상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효율적인 공격 배분을 찾아냈다. 허수봉과 최민호도 이승원의 토스로 날개를 달았다.
이승원도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오른쪽 발등을 다쳤지만, 통증을 극복하고 2차전과 3차전에서 승리의 토스를 올렸다. 3차전에서도 펜스 뒤로 넘어지면서도 공을 쫓는 집념의 수비를 펼쳤다.
이승원의 뒤에는 이원중이 있었다. 이승원이 흔들릴 때 이원중이 대신 코트에 들어가줬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41살의 리베로 여오현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여오현은 이번 포스트시즌 녹슬지 않은 디그 실력과 함께 '건강'과 '에너지'까지 보충해주며 승리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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