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러 왔죠"…전광인, 우승 한 풀고 MVP까지
"감독님이 쓴소리, 오히려 감사했어요"
(천안=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최태웅(43) 현대캐피탈 감독이 6개월 전 던졌던 질문에, 전광인(28)이 답했다.
굳이 육성으로 들을 필요도 없었다.
최태웅 감독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5-20 30-32 25-19 25-20)로 승리해 챔프전 우승을 확정한 뒤 말했다.
"광인이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받으러 왔나 봐요."
현대캐피탈은 5전 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3경기 만에 끝냈다. 전광인은 챔프전 3경기에서 55점을 올리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MVP에 올랐다. 전광인은 기자단 투표(총 29표)에서 26표를 얻은 절대적인 지지 속에 MVP 영예를 누렸다.
현대캐피탈은 비시즌에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 전광인을 영입했다. 당시 전광인은 "우승하고 싶어서 현대캐피탈에 왔다"고 했다.
하지만 전 소속팀 한국전력과 완전히 다른 배구를 하는 현대캐피탈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9월 13일 제천체육관에서 치른 한국배구연맹(KOVO)컵 KB손해보험과의 경기 중, 최 감독은 전광인에게 "너 여기 왜 왔어"라고 차갑게 말했다.
전광인이 아직 팀에 녹아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경기를 치를수록 전광인은 빛을 발했다.
2018-2019시즌 모든 일정을 마친 최태웅 감독은 "광인이의 활약은 경기장에 와서 보면 더 확실하게 느낀다. 뒤에서 궂은일을 다하는데 공격력이 워낙 좋다"며 "이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광인이의 역할이 정말 컸다"고 했다.
전광인은 최 감독의 쓴소리를 떠올리며 "감독님의 그 말씀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였다. 침묵보다는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게 더 좋다"며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고 했다.
전광인은 목표를 이뤘다. 우승하고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그는 생애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고, MVP까지 수상했다.
전광인은 "우승을 처음 해봐서 어떻게 이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도감이 가장 크다"며 "MVP는 내가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챔피언결정전 내내 전광인은 무릎 통증을 앓았다. 그는 "진통제 주사를 맞고 경기를 시작해, 경기 중에 진통제 약을 먹기도 했다"고 통증의 크기를 설명하며 "그렇게라도 경기에 뛰고 싶었다. 참고 뛸 정도는 됐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더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힘겨운 시즌의 마지막은 '환희'였다. 전광인은 우승 공약으로 내세웠던 '최태웅 감독과의 여행'도 이행할 생각이다.
물론 더 보고 싶은 사람은 아내다. 전광인은 "아내에게 '우승하고 올게'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기간에는 경기장에서 얼굴만 잠깐 봤다"며 "비시즌에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 궂은일을 더 많이 했던 선배 문성민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포로 활약했던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이 크리스티안 파다르, 전광인에게 주포 역할을 맡기면서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길었다.
전광인은 성민이 형과 선수 생활을 함께하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내가 서브 리시브 범위가 넓었다면 문성민 선배가 더 많이 경기에 나설 수 있었을 텐데"라고 전하며 "성민이 형과 선수 생활을 함께하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선수가 어떤 사람인지 성민이 형을 보면서 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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