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감독 첫 PO 승' 오그먼 "통계 아닌 선수들을 믿는다"
"이정현, 평소보다 정신무장 더 돼 있어…승리 열망 강하다"
(전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통계 숫자보다는, 우리 선수들을 믿습니다."
한국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이시 오그먼 전주 KCC 감독은 홈에서 거둔 1차전 승리에 고무돼있었다.
KCC는 23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을 94-87로 이겼다.
1쿼터 오리온에 8개의 3점 슛을 내줘 15점 차로 끌려가던 KCC는 2쿼터 브랜든 브라운과 이정현을 앞세워 역전에 성공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현과 브라운 등 선수들에게 줄 점수를 다 줬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1쿼터에 잘 들어갔던 3점 슛에 너무 연연해 크게 앞서던 상황에서 계속 빠른 외곽 공격을 고집한 것이 추격에 빌미가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전반전에 주어지는 두 차례 작전타임을 모두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던 오그먼 감독은 이날 1쿼터에만 작전타임 2번을 요청했다.
오그먼 감독은 "상대방의 볼 전개가 너무 빨라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작전타임을 불렀다"며 "세 번을 부를 수 있었어도 아마 1쿼터에 모두 다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쿼터 이후 수정한 수비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지역방어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면서 상대의 리듬을 뺏으려고 시도한 것이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2쿼터 KCC 공격의 해법은 정해진 패턴에 의한 플레이가 아닌 속공을 통한 빠른 역습이었다.
오그먼 감독은 "우리 팀이 10개 구단 중 속공 시도횟수가 1위"라며 "미리 짜인 플레이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상황을 읽어가며 펼치는 빠른 공격을 선호하는데,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이를 잘 실현해줬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KCC는 정규리그 내내 고질적인 문제였던 '3쿼터 체력저하'문제를 다시 노출했다.
브라운 등 주축 선수들의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2쿼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오리온에 역전을 허용했다.
오그먼 감독은 "다음 경기에서는 3쿼터 후반부에 두 명 정도의 선수를 바꿔서 기용하겠다"며 "오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체력적, 정신적으로 더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이정현의 활약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정현이 평소보다 더 정신무장을 하고 온 것 같다"며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한 선수라 오늘 아주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쳐줬다"고 격려했다.
이날 승리로 KCC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과거 사례들을 돌아봤을 때,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상위 라운드 진출 확률은 93.2%(44회 중 41회)에 달한다.
이에 대해 오그먼 감독은 "통계 수치는 믿지 않는다. 다만 우리 선수들을 믿을 뿐"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 팀의 2차전 경기는 25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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