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조지아전 무승부 교훈…'전술 수행의 일관성'
벤투 감독 "어떤 전술을 쓰더라고 기본적인 틀을 유지해야"
(이스탄불=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전술적인 옵션이 충분해야 합니다. 더불어 어떤 전술을 쓰더라도 우리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5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치러진 조지아와 평가전을 2-2로 끝낸 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전반전만 보면 지금까지 치른 총 17경기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45분이었다"라고 쓴소리를 냈다.
벤투 감독의 말 대로 조지아를 상대로 태극전사들은 전반전에 빌드업의 핵심인 볼 소유와 패스에서 기대 이하였다. 첫 실점도 중원에서 볼을 빼앗긴 게 역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조지아를 상대로 3-5-2 전술을 가동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올해 6월 7일 호주 평가전에 이어 세 번째 스리백 실험이었다.
벤투 감독은 스리백을 꺼내든 이유에 대해 "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다양한 변수가 있을 것인 만큼 다양한 전술적인 옵션의 확보 차원에서 조지아전에 스리백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스리백 전술은 수비적인 전술이 아닌 공격적인 형태였다.
왼쪽 윙백은 전문 수비수인 김진수(전북)가 맡았지만 오른쪽 윙백은 공격수인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맡았다. 좌우 윙백이 똑같은 수비수가 아닌 '비대칭 스리백 전술 '이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과 똑같다.
당시 아시안컵을 준비하던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처음 스리백 카드를 꺼내면서 왼쪽 윙백에 황희찬, 오른쪽 윙백에 이용(전북)을 투입했다. 조지아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반면 6월 7일 호주전에서는 좌우 윙백에 수비 조합인 김진수와 김문환(부산)을 투입해 수비 상황에서 파이브백을 만들었다.
스리백 전술은 수비 라인을 두껍게 만들 수 있어 수비적인 전술이라고 불리지만 선수 기용에 따라 공격적인 형태로도 쓸 수 있다.
상대팀의 전력이 낮으면 좌우 윙백이 수비 가담 비율을 낮추고 왼쪽 날개 공격수 역할을 하면서 공격 숫자를 늘릴 수 있다. 만일을 대비해 수비형 미드필더는 중앙 수비를 커버해 포백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조지아전에 가동한 스리백 전술은 언제든 4-4-2 전술로 변형될 수 있는 조합이다. 오른쪽 윙백인 황희찬이 공격 때에는 날개 역할을 하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이 왼쪽 날개로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4-4-2 전술이 된다.
벤투 감독은 지난 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과 마찬가지로 황희찬에게 수비 가담을 강력하게 주문하지 않았다.
조지아의 객관적인 전력을 볼 때 파이브백을 구성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벤투 감독의 전술적 노림수는 선수들의 부진한 경기력에 무너졌다.
중원에서 볼 소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패스의 정확성도 떨어졌다. 빌드업의 기본인 볼 소유와 패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경기는 꼬이고 말았다.
특히 중원이나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의 압박을 받을 때 볼을 받아 줄 선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번번이 의미 없는 백패스로 이어졌다.
중원에서 최전방의 손흥민(토트넘)과 이정협(부산)에게 볼이 투입되지 못했고, 전반 중반 손흥민이 직접 중원까지 내려와 볼을 연계하는 안타까운 모습까지 연출됐다.
더불어 A매치 2경기째인 백승호(다름슈타트)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발렌시아)이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경기의 안정성도 떨어진 측면이 컸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볼소유가 안정적이지 못했고 패스 실수가 이어져 실점했다"라며 "어떤 전술을 쓰더라도 우리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경기력의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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