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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 성시헌 방출이 보여준 ‘불공정 1차 지명’ 현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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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수) 14:04

                           
-한화 2018 1차 지명 성시헌, 1년 만에 방출
-1차 지명자 중에 최선의 선택 했지만 ‘기량 미달’로 방출 대상 돼
-지방구단에 절대 불리한 1차 지명, 전면드래프트 요구 목소리 커진다
-단장회의에서 지명 제도, 2차 드래프트 놓고 논의 예정… 개악 아닌 개혁 가능할까
 
[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 성시헌 방출이 보여준 ‘불공정 1차 지명’ 현실

 
[엠스플뉴스]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뽑은 선수가 불과 1년 만에 ‘기량미달’ 사유로 방출됐다. 서울과 일부 대도시 구단에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1차 지명 제도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11월 30일 KBO는 2019년 재계약 대상인 보류선수 523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한화 이글스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는 총 7명이다. 이미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외국인 선수와 베테랑 선수들 외에도 의외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신인투수 성시헌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방출 대상이 된 것이다.
 
성시헌은 2018년 한화에 입단한 1년차 신인이다. 2018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가 11명의 신인 중에 제일 먼저 뽑은 선수다. 신인 선수를 단 1년 만에 전력 외로 판정하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첫 번째로 지명한 1차 지명 신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화 관계자는 “야구 외적인 문제는 절대 아니다. 방출해야 할 만한 어떤 사건 사고도 없었다”고 선을 그은 뒤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기대한 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라 설명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130km/h 중후반 대에 머물렀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란 설명이다. 
 
불공정 1차 지명, 대도시 구단에 절대 유리… 지방 구단에겐 악몽
 
[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 성시헌 방출이 보여준 ‘불공정 1차 지명’ 현실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한 신인 선수가 방출당하면 보통 책임의 화살은 스카우트 쪽에 쏠린다. 하지만 성시헌의 경우엔 한화의 스카우트가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해 한화의 1차 지명 대상자 중에 성시헌이 최선의 카드였기 때문이다.
 
2018 신인드래프트가 열릴 당시 한화 연고권인 대전, 충청 지역 고교엔 마땅한 1차 지명감 유망주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학으로 눈을 돌려봐도 한화 연고권 출신 중에 두각을 드러낸 선수가 없었다. 
 
세광고 배터리 김유신과 김형준은 재능은 1차 지명감이지만, 전학 문제로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들도 하나같이 “한화 쪽은 눈을 씻고 봐도 마땅한 선수가 없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실제 드래프트에서 성시헌 다음으로 뽑힌 한화 연고권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가 지명한 김윤수로, 6라운드에 가서야 이름이 불렸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한화 지명 대상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았던 선수가 성시헌이라며140km/h 정도 구속에 북일고 에이스로 많은 경기에 나와 던졌다. 전체 지명 대상자를 놓고 보면 우완투수 랭킹 30위 정도였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 했다.
 
결국 성시헌 방출은 현행 신인 1차 지명 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신인드래프트 제도는 공정한 선수 선발과 리그 전력 균형이 목적이다. 하위권 팀에게 더 좋은 선수를 뽑을 기회를 먼저 줘서 전력 균등화를 이루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유도해 역동적인 리그를 만드는 게 취지다.   
 
하지만 세계 어느 스포츠리그에도 없는 ‘한국식’ 1차 지명 제도는 신인드래프트 제도의 취지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는다. 인구 수가 많고, 야구부 숫자가 많아 우수 선수가 집중된 서울과 일부 대도시 구단에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들 연고권에선 아마추어야구 최우수 유망주가 해마다 쏟아져 나온다. 가만히 있어도 매년 우수 선수가 쑥쑥 자라나니 신인 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일이 없다. 이런 지역을 연고지로 차지하기 위해 다른 구단보다 특별히 더 많은 투자나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처음 KBO리그가 생길 때부터, 창단 때부터 그 자리를 선점한 게 전부다.
 
반면 한화, NC 등 지방구단은 연고지 내에 야구부를 운영하는 고교 숫자가 턱없이 적다. 쓸 만한 선수가 극히 드물다. 될성부른 유망주는 일찌감치 대도시로 전학을 가거나, 유급해서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SK, KT 등 인천-경기지역 구단도 비슷한 사정이다. 
 
1차 지명 제도를 옹호하는 쪽에선 ‘그렇게 다른 구단 연고지가 부러우면 연고지 아마야구에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소리다. NC 관계자는 “지역 야구부에 가장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는 구단이 바로 우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단의 노력으로도 도시 규모와 인구 수를 바꿀 순 없다. 아무리 지역 아마야구를 성심껏 지원해도, 척박한 토양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점은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드러났다. 올해도 대어급 유망주는 대부분 서울권 고교에 쏠렸다. 대도시 구단인 롯데도 서준원을, KIA도 김기훈이라는 ‘최대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1차 지명 선수를 고르는 데 별다른 고민이 필요치 않았다.
 
반면 나머지 구단이 뽑은 1차 지명 신인들은 ‘전면 드래프트 제도에선 1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했을 것’이란 평을 듣는다. NC 같은 경우 1차 지명 대상자로 고려했던 선수가 다른 구단의 2차 7라운드, 10라운드 지명을 받기도 했다. 
 
1차 지명 폐지-전면드래프트 부활 움직임… ‘2차 드래프트’ 개악과 맞바꾸기 우려도
 
[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 성시헌 방출이 보여준 ‘불공정 1차 지명’ 현실

 
불공정 1차 지명 제도가 잠시 KBO리그에서 사라진 시절도 있었다. 9구단 NC 창단과 도시연고제 시행이 맞물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전면드래프트 제도가 시행됐다. 
 
하지만 전면드래프트 시행 이후 몇 해가 지나자, 그간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우수 유망주를 선점했던 서울과 수도권 구단들이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 발굴’이란 시대착오적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유망주 국외 유출을 막으려면 1차 지명 제도가 부활해야 한다’는 희한한 논리가 등장했다. 광주 출신 양의지와 나성범이 두산과 NC 간판 스타로 활약하는 시대다. 유망주 국외 유출은 1차 지명 제도를 유지한 2000년대 초에 주로 집중됐다.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이긴 했지만, 결국 속내는 구단 이기주의였다. 지역내 우수 선수를 선점하려는 일부 구단의 욕심과 신생구단에 좋은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기주의였다. 리그 전체의 균형 발전이란 가치는 안중에 없었다. 
 
결국 10구단 KT 위즈가 창단한 2014 신인드래프트부터 1차 지명 부활이란 개악이 이뤄졌다. 제로에서 팀을 만들어야 하는 신생구단은 선수층에서 기존 구단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리그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신생팀을 만든 이상, 신생팀에 선수 지명 특혜를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신생팀에 훨씬 더 파격적인 혜택을 줘서 리그 안착을 도왔다. 반면 한국은 10구단 KT를 만들어 놓고 ‘사다리 걷어차기’를 했다. 그 결과는 KT의 창단 후 3년 연속 꼴찌로 돌아왔다. KT는 외부 영입에 돈을 쏟아부은 2018시즌에서야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그간 좋은 성적을 내던 NC도 밑천이 동난 2018시즌엔 최하위로 추락했다. 신생구단의 한계다.
 
불공정 1차 지명 문제가 갈수록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지방 구단을 중심으로 1차 지명 폐지와 전면드래프트 도입 목소리가 나왔다. 대도시 연고 구단들은 ‘1차 지명 유지’를 고수했다. 스카우트 회의 때마다 찬반 의견이 5대 5로 팽팽히 나뉘었고, 좀처럼 논의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한 지방구단 고위 관계자는 구단은 어차피 자기 구단 이익을 최우선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1차 지명 문제를 구단들끼리 해결하도록 맡겨둬선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리그 균형 발전이 달린 문제인 만큼, KBO 차원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지부진하던 줄다리기는 올해 들어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 ‘캐스팅 보트’를 쥔 한 지방구단이 1차 지명 유지에서 ‘폐지’로 입장을 바꾸면서 5대 5가 6대 4로 ‘변화’ 쪽에 힘이 실렸다. 정운찬 KBO 총재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동반 성장을 위해 전면 드래프트 제도가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제도 개선에 무게를 더했다.
 
이제 공은 10개 구단 단장들에게 넘어갔다. 12월 12일과 13일 열리는 10개 구단 단장회의에서 드래프트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특정한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회의는 아니다. 1차 지명과 전면드래프트는 물론, 2차 드래프트 방식까지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했다.
 
KBO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 대해 전면드래프트 재도입을 요구하는 지방 구단과, 2차 드래프트 완화를 요구하는 서울 구단의 요구를 모두 테이블에 놓고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건 전면드래프트 시행과 2차 드래프트 완화를 맞바꾸는 식으로 ‘개악’이 이뤄질 가능성이다. 지방구단 요구를 받아들여 전면드래프트를 시행하되, 2차 드래프트 주기를 3년 이상으로 늘리고 보호선수 숫자를 늘리는 식의 절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면드래프트와 2차 드래프트는 ‘리그 균형발전’이란 공통의 목표 아래 만들어진 제도다. 1차 지명 폐지와 전면드래프트 도입을 마치 대도시 구단이 지방 구단에게 베푸는 시혜나 통 큰 양보로 여겨선 곤란하다. 기존 구단에서 기횔 얻지 못한 2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2차 드래프트 도입 취지도 생각해야 한다.
 
전면드래프트를 시행하는 대신 2차 드래프트 취지를 훼손하는 식으로는 리그 균형발전이란 궁극적 목표를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 전면드래프트와 2차 드래프트가 함께 가야 한다. 구단 육성 시스템 강화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볼 필요는 있지만, 2차 드래프트 주기를 늘리거나 보호선수를 늘리는 식의 변화는 자칫 ‘개악’이 될 우려가 있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하위권 팀이 만년 하위권에만 머물고, 1차 지명 신인이 1년 만에 방출당하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감수해야 하느냐. 총재 말씀처럼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 불공정 경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조만간 있을 단장 회의에서 생산적인 결론이 나오길 바랄 뿐”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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