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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배영수 “내 열정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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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8 (일) 08:02

수정 1

수정일 2018.11.18 (일) 08:03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택한 ‘현역 최다승’ 배영수
-변명 없는 배영수 “기회를 못 얻은 건 내 탓이다.”
-“마지막 불꽃을 태운 뒤 마무리하고 싶다.”
-올드팬들이 추억하는 배영수의 투지, ‘배영수’다운 끝맺음이 필요하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배영수 “내 열정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137


 


이 숫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끝낼 수 없다. 마지막 불꽃이라고 포기하기엔 그의 열정은 활활 타오른다. 그 열정을 스스로 배반할 순 없다.


 


‘137’은 바로 ‘살아 있는 전설’ 투수 배영수의 현역 통산 최다승 숫자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배영수는 2015년 한화 이글스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왔다. 배영수의 KBO리그 통산 기록은 462경기 등판(2,112.1이닝) 137승 120패 3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 4.46 1,426탈삼진이다. 


 


마운드 위에서 항상 든든하게 서 있을 듯싶던 배영수도 ‘나이’라는 풍파를 맞았다. 올 시즌 6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 등판을 마지막으로 배영수는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화의 마운드 세대교체 기조 속에서 배영수는 묵묵히 기다렸지만, 끝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시즌 막판엔 구단으로부터 현역 은퇴 제의까지 받았다.


 


하지만, 배영수는 고갤 가로저었다. 머리뿐만 아니라 몸도 한 번이라도 더 마운드에 올라 모든 걸 쏟아낼 준비가 된 까닭이었다. 아직 배영수에겐 ‘은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수많은 고난 속에서도 보란 듯이 우뚝 선 배영수다운 끝맺음이 필요하다.


 


변명하지 않는 배영수 “기회를 못 얻은 건 내 탓”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배영수 “내 열정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4년간 정든 한화 유니폼을 벗게 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한화를 떠난다.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대전 이글스 팬들께 정말 감사했다.


 


구단에서 시즌 막판 은퇴를 권유했다고 들었다.


 


물론 그런 (은퇴)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번이라도 더 마운드에 올라 내 모든 걸 쏟아붓고 싶었다. 그럴 자신도 있다. 


 


올 시즌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클 듯하다.


 


(짧은 한숨 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 아니겠나. 무엇보다 한화 팬들께 죄송하다. 늘 한결같이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면목이 없다. 팀이 힘들 때 베테랑 선수로서 더 좋은 활약을 보여드려야 했다. 그런 부분이 가장 한스럽다.


 


실제로 올 시즌엔 많은 경기(11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지난해 팀 내 최다 이닝(128이닝)을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팀의 ‘육성’ 기조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선수로서 좋은 공을 던지지 못한 건 모두 내 탓이다. 팀이 방향을 정했다면 선수가 맞춰야 한다. 그게 프로다. 어떤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베테랑의 품격’ 배영수 “한화 투수들은 앞으로 더 성장할 것”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배영수 “내 열정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를 정말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열심히 했다. (잠시 침묵 뒤) 팬들께 ‘배영수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뒤처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럴수록 훈련에 더 매달린 듯싶다. 그렇게 많이 뛴 건 고교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웃음).


 


특히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지난해엔 부상 이후라 몸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올 시즌엔 그런 불안감이 모두 사라졌다. 아쉬운 건 시즌 중반 찾아온 잔부상이다. 몸에 큰 문제가 없기에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은 충만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 와중에도 후배들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이가 바로 배영수였단 점이다. 한화 투수 후배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스프링캠프 때 팀을 떠난 윌린 로사리오를 불러 단체 식사 자리까지 마련했다. 이제 배영수가 정말 베테랑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야구 선수에게 경쟁은 숙명이다. 하지만, 경기 외적으론 베테랑으로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단 점이다. 그간 내 경험을 나눠주는 동시에 후배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주는 것 또한 내 역할 가운데 하나다.


 


그런 좋은 영향 덕분인지 올해 한화 젊은 투수들이 맹활약을 펼쳤다.


 


나 덕분이 아니다. 좋은 코치님들이 합류했고, 젊은 선수들의 열정이 빛났다. 한화 투수들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팀을 나왔지만, 이후에도 후배들에게 계속 좋은 영향력을 전해주고 싶다.


 


배영수 “마지막 불꽃을 태운 뒤 끝내고 싶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배영수 “내 열정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이제 관심은 배영수의 현역 연장 여부다.


 


난 은퇴한 적이 없다(웃음). 아까도 말했지만, 어떤 팀에서든 내 마지막 불꽃을 태운 뒤 끝내고 싶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아직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단 확신이 있다. 무엇보다 내 열정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그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 떠날 때가 되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쿨’하게 떠날 거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최고다. 올 시즌 여러 가지 지표를 봐도 굉장히 감이 좋았단 걸 알 수 있다. 특히 9이닝당 삼진 비율(7.60)이 삼성 시절만큼 올라갔더라. 시즌 중반 재활군에 갔을 때 쉬면서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그 덕분인지 회복 뒤엔 투구 밸런스가 전성기만큼 올라왔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단 절박함이 느껴진다.


 


최근 주변 선·후배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점점 ‘은퇴’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워지더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정말 후회 없이 말이다. 세월은 변했지만, 야구를 향한 내 마음은 달라진 게 없다.


 


얘길 듣다 보니 2004년 한국시리즈의 역투가 떠오를 정도로 뜨거운 투지가 여전하다.


 


마운드에 오를 땐 언제나 ‘투지’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처음 야구공을 잡은 순간에도 그랬고, 2004년 한국시리즈 10회 마운드에 오를 때에도 그랬다. 삼성을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을 때 역시 그랬다. 어떤 순간에도 돌아서지 않았다. 내 인대가 떨어져 나갈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내 야구였다.


 


아직도 배영수의 투지를 추억하는 올드팬들이 많다. 


 


마지막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내년 시즌 마운드에 올라 다시 한번 배영수의 투지를 올드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것 하나만 보고 준비하겠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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