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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리포트] SK가 바라는 브록 다익손과 메릴 켈리의 '평행이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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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7 (토) 10:46

                           
-메릴 켈리 떠나보낸 SK, 새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 영입
-키 203cm의 캐나다 출신 장신 우완투수… 안정적 제구가 장점
-밋밋한 패스트볼 움직임, 변화구 장착이 약점이자 과제
-켈리와 공통점 많은 다익손, 켈리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외국인 리포트] SK가 바라는 브록 다익손과 메릴 켈리의 '평행이론'

 
[엠스플뉴스]
 
케네스 메릴 켈리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 외국인 투수 가운데 하나였다.
 
201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켈리는 불과 4시즌만 KBO리그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그 사이 외국인 투수 역대 6위에 해당하는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19.35승을 쌓아 올렸다. 켈리보다 많은 WAR을 쌓은 외국인 투수는 다니엘 리오스, 더스틴 니퍼트, 앤디 밴헤켄, 에릭 해커, 헨리 소사 등 모두 6시즌 이상 활약한 투수들이다.
 
한때 호투하고도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해 ‘켈크라이’라 불렸던 켈리는 마지막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웃는 모습으로 SK와 작별했다. 켈리와 작별을 미리 준비해온 SK는 포스트시즌이 끝나자마자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을 발표했다. 바로 203cm 장신 우완투수 브록 다익손(Brock Dykxhoorn)이다.
 
휴스턴 팬에게도 낯선 이름, 브록 다익손은 누구인가
 
[외국인 리포트] SK가 바라는 브록 다익손과 메릴 켈리의 '평행이론'

 
메이저리그를 즐겨 보는 야구팬도 ‘다익손’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다익손은 소속팀 휴스턴 애스트로스 유망주 랭킹에서 10위는 물론 20위 안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투수다. 트리플 A에도 올 시즌 중반에 처음 올라갔다. 얼마 전까지 MLB 중계에서 보던 선수가 KBO리그 구장에 나타나는 최근 추세와는 거리가 있는 영입이다.
 
1994년생인 다익손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가더리치 출신이다. 고교 때까지는 야구보단 아이스하키가 주종목이었다. 소속 하키팀에서 나온 뒤부터 야구에 주력해, 졸업반이 된 해엔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신시내티 레즈의 지명을 받을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한 다익손은 빠른 프로 진출을 위해 센트럴 애리조나 주니어 칼리지로 학교를 옮겼고, 1년 만인 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휴스턴에 6라운드 지명을 받아 프로 입단의 꿈을 이뤘다.
 
휴스턴 입단 뒤 다익손은 2014년 루키리그에서 시작해 2015년 싱글 A, 2016년 상위 싱글 A, 2017년 더블 A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갔다. 빅리거와 AAAA 선수를 가르는 분수령인 입단 5년차 2018시즌엔 더블 A에서 시작해 트리플 A에서 시즌을 마감했고, 결국 빅리거 꿈을 뒤로 미루고 SK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다익손의 가장 큰 장점은 키 203cm에 몸무게 130kg에 달하는 체격조건이다.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거대한 골격이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위압감을 준다. 큰 체구에 비해 팔 스윙이 빠른 편이고, 슬라이드 스텝도 1.2초 안팎으로 수준급이라 도루를 좀처럼 내주지 않는 편이다. 주자들의 움직임이 많은 KBO리그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통 장신 투수들이 투구 밸런스와 제구에 약점을 보이는 것과 달리, 다익손은 투구폼을 일정하게 반복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며 밸런스와 제구가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은 2.6개에 불과하다. 올해 트리플 A 14경기에선 9이닝당 1.94개의 볼넷만 허용했다. 여기에 큰 몸통을 통해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디셉션’이 뛰어나 타자들을 현혹하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은 170km/h를 던질 것처럼 보이는 신체조건과 달리, 크게 위력적이지 않은 구위다. 다익손의 패스트볼은 시속 90마일에서 93마일 사이(145~150km/h)대에 형성되는데, 이 정도 스피드는 빅리그 수준 타자들을 공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도 밋밋한 편이라, 2016년 상위 싱글 A에선 9이닝당 1.53개의 많은 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변화구 구사 능력도 발전이 필요하단 평을 들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의 기본적인 레퍼토리를 모두 던질 줄은 알지만 확실한 플러스 구종이 없었다. 주력 구종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움직임이 밋밋한 편이고, 초구나 타자 카운트에 자신있게 던지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올 시즌엔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을 받는다. 캠프 때부터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실전에 구사하면서 확실한 세컨 피치를 갖게 됐다. 
 
또 낮은 존 공략에만 치중하던 투구 패턴을 바꿔, 최근 메이저리그 트렌드처럼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기 시작한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발사각 혁명’ 이후 퍼올리는 스윙을 하는 타자가 늘어난 최근 야구에서 2미터 장신의 다익손이 높은 코스에 던지는 패스트볼은 홈런 허용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메릴 켈리와 브록 다익손의 평행이론?
 
[외국인 리포트] SK가 바라는 브록 다익손과 메릴 켈리의 '평행이론'

 
무명의 다익손이 켈리의 대체자가 되기엔 역부족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지금은 KBO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로 찬사를 듣는 켈리도 4년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물음표가 가득한 선수였다.
 
처음 SK와 계약 당시 켈리의 몸값은 총액 35만 달러에 불과했다. 켈리는 빅리그를 한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트리플 A 경력이 전부인 투수였다. 미국 무대에서 켈리의 패스트볼은 스피드도 구위도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 온 뒤 켈리는 패스트볼 구속,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발전을 이뤘고 해를 거듭할 수록 더 완성도 높은 투수로 거듭났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리그 최고 투수이자 빅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는 투수가 되어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앞두고 있다.
 
다익손의 몸값은 70만 달러로 켈리가 처음 받은 몸값의 두 배다. 24살의 젊은 나이와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는 점도 켈리와 비슷한 부분이다. 미국야구 기준으로 다소 떨어지는(대신 동양리그에선 경쟁력 있는) 구위, 대신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췄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과거 켈리를 영입할 때와 비슷한 상황”이란 SK 관계자의 말엔 다익손이 켈리처럼 충분히 한국 무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반영돼 있다.
 
물론 켈리와 다익손의 차이점도 있다. 켈리는 SK 합류 전까지 트리플 A에서 2년 연속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투수로 성공을 거뒀다. 최소한 이닝이터로는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투수였다. 
 
그에 비해 올 시즌 트리플 A에서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다익손은 켈리에 비해 경력과 경험 면에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한국 무대에서 초반엔 다소 적응기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리그 적응을 끝낸 뒤엔 충분히 SK가 기대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익손에겐 리그 적응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2015 팬암대회 당시 캐나다 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한 제이미 로맥이 SK 소속이라 한국 문화와 팀 적응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나이가 어린만큼 만큼 한국에서 오래 활동할 것을 기대한다”는 SK의 바람대로, 다익손이 KBO리그에 잘 적응해 켈리의 뒤를 잇는다면, SK 왕조도 앞으로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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