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헌의 브러시백] ‘ERA 7.43’ 장현식, 푹 쉬고 나면 달라질까
| 나오는 경기마다 대량실점. 7.43의 평균자책. NC 다이노스가 '차세대 우완 에이스' 장현식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다.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 장현식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해졌다. 적어도 야구에서 ‘금강불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지난해까지 장현식은 내구성의 화신으로 통했다. 고교 시절부터 나왔다 하면 100구 이상 완투를 밥 먹듯 하던 장현식이다. 그러면서도 그 흔한 팔꿈치 부상 한번 안 당했다. NC 입단 뒤에도 첫 3년간 퓨처스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던졌지만 아무 탈이 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1군 선수가 된 2016년에도, 데뷔 후 최다이닝(134.1)을 던진 2017년에도 장현식의 어깨와 팔꿈치는 튼튼했다. 포스트시즌 롯데전에선 투구수 100개를 넘어선 7회에도 여전히 146, 147km/h 무시무시한 공을 뿌렸다.
김경문 전 감독이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몸을 물려받았다. 특별히 수술을 하거나 아픈 적도 없었다”고 할 정도로, 장현식은 금강불괴가 실존한다는 살아있는 증거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장현식도 올 시즌을 앞두고 결국은 고장이 났다.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넥센 상대 연습경기 투구를 마친 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이상 조짐을 보였다. 금세 지나갈 통증인 줄 알았지만, 남은 캠프를 함께하지 못했고 시즌 개막도 2군에서 맞이했다.
장현식의 1군 합류는 시즌이 한참 흘러간 5월 29일이 돼서야 이뤄졌다. 장현식이 올라온 날 NC는 19승 34패 승률 0.358로 단독 꼴찌로 추락한 상태였다. 장현식 복귀로부터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김경문 감독이 경질됐다. 외국인 투수 듀오와 장현식을 앞세워 강한 선발진을 구축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된 뒤였다.
팔꿈치 통증-> 패스트볼 구위 저하-> 대량실점 악순환
애초 NC는 장현식을 한동안 불펜에서 기용하다 기회를 봐서 선발로 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 전까지도 장현식의 선발 전향은 실현되지 않았다. “선수 본인이 긴 이닝을 던지는 데 아직 부담을 느낀다”는 게 유영준 감독대행의 설명이다. 올 시즌 장현식이 등판한 21경기는 전부 구원 등판이다.
물론 선발투수 요원이 팀 사정상 한 시즌 정도 불펜으로 자릴 옮겨 활약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문제는 장현식이 뛰어난 불펜투수와 전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일단 보직부터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에 가깝다. 시즌 중반엔 잠시 필승조 역할도 했지만, 후반기 들어선 승패와 거리가 먼 상황에 주로 등판하고 있다.
투구 내용도 매우 좋지 않다. 거의 나오는 경기마다 홈런을 맞고 2, 3점씩 허용한 뒤 내려가는 게 다반사다. 올 시즌 등판한 21경기 중에 절반이 넘는 12경기에서 실점을 내줬고, 2점 이상 내준 경기도 8차례나 된다.
평균자책은 7.43에 달한다. 기록만 보면 리그 최악의 불펜투수다. 다른 불펜투수가 이런 투구를 하면 바로 2군으로 내려가지만, 장현식은 계속 1군에서 던진다는 게 차이점이다.
장현식의 부진은 장점인 빠른 볼의 구위 저하가 원인이다. 지난해 선발로 등판하면서도 평균 144.9km/h에 달했던 패스트볼 구속이 올해는 불펜으로 나오는데도 143.7km/h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1.2km/h가 줄어든 것이다.
구속만 떨어진 게 아니라 볼 회전력도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장현식은 묵직하고 힘 있는 패스트볼로 타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겼다. 다른 팀 타자들로부터 “공이 사납게 살아 들어온다”는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우타자 기준 몸쪽 높은 공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워낙 구위가 좋다 보니 패스트볼을 존 복판에 던져도 좀처럼 장타로 이어지는 법이 없었다. 반면 올해는 존 안에 던진 대부분의 패스트볼이 장타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우타자 기준 몸쪽 높은 패스트볼의 피장타율이 1.125에 달할 정도로 난타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NC 관계자는 “팔꿈치 통증의 여파로 지난해만큼 자신 있게 빠른 볼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전까지 아파본 경험이 없는 선수다. 지금은 통증이 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의식하면서 던지다 보니 작년 같은 구위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현식을 상대한 다른 구단 타자 중에선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 것 같다”라거나 “몸을 사리는 것 같다”는 평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NC 유영준 감독대행은 “선수 본인도 잘 던지고 싶지 않겠나”라며 “성적이 좋지 못해 누구보다 속상한 건 장현식 본인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8일간의 AG 휴식기가 장현식을 바꿀까
딜레마다. 장현식이 1군에서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팀도 본인도 손해가 크다. 선발투수로 팀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고, 필승조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추격조로 나와서 좋은 투구내용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시즌 중반엔 한동안 ‘시즌 끝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검토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대개 이런 경우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 제 컨디션과 자신감을 회복할 때까지 퓨처스리그로 내려보내거나, 아니면 아예 완전한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게 방법이다. 하지만 NC는 장현식 본인 의사를 존중해 계속 1군에 머물게 하는 중이다. ‘차세대 에이스감’이다 보니 한 번만 부진해도 바로 2군으로 내려가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일종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팔꿈치 통증은 핑계가 될 수 없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스타 데릭 지터는 “야구 선수에게 아프다, 아프지 않다는 중요한 게 아니다. 경기에 뛸 수 있느냐, 없느냐만 있을 뿐”이라며 “경기에 나가서 최선의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나가지 않는 게 맞다. 아프지만 뛰었다는 말은 핑계”라고 했다. 팔꿈치가 신경 쓰여 100% 피칭을 할 수 없다면, 1군 경기에 나가지 않는 게 팀과 선수 본인을 위해 좋은 길이다.
NC 김진성, 원종현 등 베테랑 투수들은 제각기 크고 작은 부상과 통증을 안고서도 7, 8월 무더위에 마운드에서 전력을 다해 공을 던졌다. 특히 김진성은 시즌 초 KT전 대량실점으로 올 시즌 개인 성적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이다. 평균자책이 8.47에 달한다. 필승조 보직에서도 밀려났다. 자칫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지만, 군말없이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올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어린 투수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유영준 감독대행은 “지연규 투수코치에게 장현식과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주문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책임의식도 가질 수 있게끔 조언을 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쪽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 23살 어린 선수인 만큼, 자칫 정신적으로 약해지지 않게 신경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현식은 남은 시즌도 1군에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 선수 본인도, 팀도 힘들었던 한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간다. 누가 뭐래도 장현식은 NC의 미래를, 그리고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우완 에이스감이다. 그냥 이대로 시즌을 끝내긴 아쉽다. 뭔가 의미 있는 마무리가 필요하다. 18일간의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장현식다운 피칭을 만날 수 있을까.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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