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비난 여론에 시달렸던 이재영, 상처 딛고 MVP 우뚝
만장일치로 챔피언결정전 MVP…투혼의 아이콘으로
(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주포 이재영(23)은 '꽃길'을 걸은 대표적인 선수다.
육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이주형 씨와 배구 국가대표 세터 출신 어머니 김경희 씨의 장점을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키가 178㎝로 작은 편이지만, 타고난 센스와 악바리 같은 정신력으로 일찌감치 리그를 이끌어 나갈 간판선수로 인정받았다.
2014-2015 신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도 이재영의 몫이었다. 흥국생명에 입단한 이재영은 그해 신인상을 받았다.
데뷔 3년 차인 2016-2017시즌엔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그해 최우수선수(MVP)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재영에게도 고난의 시간은 있었다. 그는 그해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밀리면서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2017-2018시즌엔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부상과 체력 문제로 주춤했고, 설상가상으로 국가대표 차출 거부 논란까지 일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최악의 한 해였다.
속앓이를 심하게 한 이재영은 그렇게 2018-2019시즌을 맞이했다.
아픔은 이재영을 더욱 성장시켰다. 경험과 관록까지 겸비한 이재영은 말 그대로 코트를 날아다녔다.
그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624득점을 기록하며 전체 득점 2위, 국내 선수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퀵오픈과 시간차 공격 성공률에서 각각 전체 1위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정밀한 공격을 뽐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 5세트가 백미였다.
그는 12-9로 앞선 상황에서 다섯 번 연속 스파이크를 때린 끝에 승기를 가져오는 점수를 기록했다.
공격을 성공한 뒤 코트에 쓰러질 만큼 모든 힘을 쏟아낸 공격이었다.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공격이 이재영에게 집중됐지만, 그는 지치지 않았다.
이재영은 27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짜냈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듀스 상황에서 이재영의 활약이 특히 빛났다.
이재영은 6차례 듀스 상황에서 3점을 책임졌다. 사실상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승부처였는데, 이재영은 침착하게 점수를 쌓으며 무게 중심을 잡았다.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고, 상대 전적 2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재영은 언론사 투표 만장일치(29표)로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됐다.
이재영은 "모든 선수가 잘해서 우승을 차지한 건데 나만 이 상을 받아 미안하다"라며 "동료들에게 비싼 밥을 살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팀이 최하위에 머물러 힘들었는데,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거의 홀로 공격을 책임져 힘들지 않았는지 묻는 말에 "매우 재밌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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