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준 "마이너스 통장 쓰는 KPGA 선수들 많다고 들어"
박상현도 "직장 잃으신 분들의 심정도 알 것 같다"
(용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대회가 열리지 않아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2019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대상 수상자 문경준(38)이 최근 남자 골프 선수들의 어려운 분위기를 전했다.
문경준은 1일 경기도 용인 플라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스킨스 게임 2020에 출전, 경기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 "올해 대회가 4, 5개 정도 열려야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며 "상위권 선수를 제외하면 상금에 의존해서 지내는 선수들이 많아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KPGA 코리안투어는 올해 상반기에 대회를 하나도 열지 못했고 빨라야 7월 초부터 경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열린 스킨스 게임은 문경준과 이수민(27)이 한 편을 이루고 박상현(37)과 함정우(26)가 호흡을 맞춰 총상금 1억원을 두고 벌이는 이벤트 대회로 진행된다.
문경준은 "솔직히 한국에서 남자 선수들은 회사와 계약하거나 스폰서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대회가 없으니 수입도 없지만 돈 쓰는 것은 비슷하다"고 일부 선수들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상현 역시 "선수들이 이 시점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며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한 것을 느꼈고, 직장을 잃은 분들의 심정도 알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문경준은 "사실 지금 모든 사람이 다 힘들고, 나라에서 지원도 해주지만 다 채워질 수는 없다"며 "연습 열심히 하면서 대회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하반기부터 다시 뛸 것을 다짐했다.
유부남인 문경준과 박상현은 대회가 없는 기간 집에서 지내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박상현은 "살면서 이렇게 오래 집에 있어 본 적이 없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코스에 나가) 잔디를 밟을 생각보다 방바닥에 머리카락 치울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경준 역시 "처음에는 며칠 이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집안일을) 열심히 했다"며 "그런데 금방 과부하가 오더라"고 씁쓸해했다.
박상현은 "골프가 이렇게 쉬운 건 줄 몰랐다"며 집안일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팀의 막내들인 이수민과 함정우는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수민이 먼저 "이 멤버로 연습 라운드를 했었는데 함정우만 한 홀도 못 이겼다"며 "특히 상금이 가장 많이 걸린 마지막 홀을 제가 이겨 좋은 기억도 있다"고 먼저 도발했다.
그러자 함정우는 "옆에 있는 분(이수민)이 군대를 아직 안 갔다 오셔서 18홀 내내 그 얘기를 하면 흔들리지 않을까"라고 약을 올렸다.
유러피언투어 시드가 있는 문경준은 "7월부터 투어를 재개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아직 자가격리 등 출입국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곧바로 대회에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빨간색 상의를 입고 나온 박상현이 "빨간색 옷 입고 불 지르겠습니다"라고 승리를 장담하자 검은색 상의의 문경준은 "옆집에 불나면 불 끄겠습니다"라고 맞받으며 스킨스 게임 명승부를 예고했다.
이날 양 팀 선수들이 따낸 상금은 문경준-이수민 팀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 구호협회, 박상현-함정우 팀은 국경없는 의사회 한국지부에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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