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이어 '무릎 꿇기'…K리그 세리머니 선구자 이동국
"저도 해외 생활하며 차별 겪어…미래에는 그런 것들 없어졌으면"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이 여전한 골 감각뿐만 아니라 세리머니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1 5라운드 원정 경기 후반 9분 전북의 세 번째 골을 넣은 이동국은 한구석으로 달려가더니 어시스트를 한 한교원과 나란히 그라운드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수비수 김민혁도 다가와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한쪽 무릎을 꿇는 이 동작은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을 담은 행위다.
경기가 정상 진행 중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골 세리머니로 등장했고,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개하지 않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첼시, 뉴캐슬 등의 클럽들이 훈련장에서 단체로 동참했다.
국내 스포츠 경기 현장에서는 이동국이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펼쳐 보였다.
이동국은 지난달 8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공식 개막전에서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 골을 뽑아내고서는 '덕분에 세리머니'로 눈길을 끈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고 개막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2020시즌 K리그의 '1호 골'이었는데, 코로나19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의미의 '덕분에 세리머니'로 K리그의 품격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이동국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일이고, 저도 외국 생활을 할 때 그런 차별을 느낀 적이 있었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미래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불혹을 넘기고서도 꺾이지 않는 기량은 이동국의 세리머니를 더 빛나게 한다. 그가 세리머니를 한다는 건, 그만큼 골을 넣는다는 뜻이다.
이날 후반 27분 한 골을 더 보탠 이동국은 어느새 시즌 3골로 득점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월이 흐를수록 출전 시간은 예전 같지 않고 해마다 '은퇴' 얘기를 듣곤 하지만, 이동국은 '마지막까지 한 방 해줄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의지를 끊임없이 몸소 보이고 있다.
올해 K리그 개막 이후 2경기 교체로만 나섰고, 지난 2경기는 결장했음에도 이날 첫 선발 출격과 함께 멀티 골을 폭발, 팀의 4-1 대승을 이끌어 이름값을 해냈다.
그가 보유한 역대 K리그 개인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은 227골로 늘었다.
이동국은 "지난 경기 패배 이후 승점 3이 꼭 필요한 경기였다"면서 "제게 오는 기회를 다 살리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골로 대량 득점을 해 이겼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2골을 모두 한교원과 합작한 그는 "한교원과 몇 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고, 서로 어떻게 움직이고 공을 받아야 할지 잘 알아서 좋은 장면이 나왔다. 이게 전북의 팀 컬러"라며 "앞으로의 확신을 갖게 한 경기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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