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대신 모험 택했던 류현진, MLB서 가장 빛났다
개막전·올스타전 선발 영광…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 쾌거
컷패스트볼과 위기관리 능력 앞세워 맹활약…체력 문제는 옥에 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지난해 11월 모험을 택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안정적인 다년계약 대신 원소속팀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였다.
퀄리파잉오퍼는 구단이 FA 선수에게 제시하는 1년 계약안으로 그해 메이저리그 1∼125위 선수의 평균연봉을 받고 뛴다.
퀄리파잉오퍼를 수락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FA 재수의 길을 걸었다가 부진하거나 몸을 다치면 몸값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1년간 다시 시험 무대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 거리다.
2012년 도입된 퀄리파잉오퍼를 수락한 메이저리그 선수는 류현진 이전까지 단 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주변의 예상을 깨고 연봉 1천790만 달러(약 215억원)에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내구성 논란을 씻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하길 바랐다.
류현진에게 2019년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였다.
선택은 옳았다.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당당하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다.
시즌 중 가벼운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고, 시즌 막판 체력 문제로 흔들리긴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눈부신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제1선발 책무를 안고 뛰었다.
8년 연속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섰던 간판 투수 클레이턴 커쇼가 어깨 염증으로 전력에서 빠지면서 그 자리를 류현진이 메웠다.
류현진은 3월 2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류현진은 현지 매체 야후스포츠로부터 개막전 선발 투수 30명 중 19위로 평가받았지만, 6이닝 무사사구 1실점 호투로 첫 승을 거머쥐며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한국인 빅리거가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건 2001년 박찬호(당시 다저스) 이후 18년 만이었다.
류현진은 두 번째 등판이었던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도 7이닝 무사사구 2자책점 쾌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세 번째 등판인 4월 9일 경기 중 허벅지 근육이 살짝 올라오자 자진 강판해 주변에 걱정을 안겼지만, 12일 만에 돌아와 다시 힘차게 공을 던졌다.
류현진은 5월부터 무서울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뽐냈다.
5월 6경기에서 완봉승 한 차례를 비롯해 45⅔이닝 동안 단 3개의 볼넷을 내주며 3실점으로 틀어막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5월 2일부터 26일까지 5경기에서 32이닝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세웠고, 5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경기에선 8회 1사까지 노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5월에만 6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59라는 만화 같은 기록을 남겨 1998년 7월 박찬호(당시 다저스) 이후 21년 만에 한국인 투수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이달의 투수 상을 받았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꾸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7월 10일 제90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선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별들의 무대'를 밟았다.
아시아 선수가 올스타전 선발 투수가 된 건 1995년 노모 히데오(당시 다저스)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는 자신에게 할당된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호투는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6월 29일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경기에서 4이닝 7자책점으로 부진한 것을 빼면 흠잡을 곳 없는 모습을 펼쳤다.
활약의 중심엔 완벽하게 다듬은 컷패스트볼이 있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컷패스트볼의 릴리스 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를 살짝 올려 제구력을 끌어올렸다.
우타자 기준 몸쪽 밑을 향해 사선으로 떨어지는 컷패스트볼의 탄착군은 포수 시점에서 왼쪽 하단부에 정확하게 몰렸다.
기존 주 무기 체인지업-커브에 컷패스트볼까지 완벽하게 장착한 류현진은 자신의 별명처럼 괴물 같은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류현진은 8월 말 체력이 떨어지며 급격하게 무너졌다.
8월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경기부터 4경기 연속 난타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2점대로 치솟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주변에선 류현진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사이영상 수상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류현진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허탈함과 부담감을 이겨내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15일 뉴욕 메츠와 원정 경기에서 7이닝 무자책점의 호투를 펼치며 부활을 알렸다.
23일 콜로라도전에선 7이닝 3자책점으로 42일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그는 해당 경기에서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홈런을 터뜨리는 기쁨도 누렸다.
류현진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차지했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이제 류현진의 눈은 월드시리즈 우승에 향해 있다. 류현진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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