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3년 연속 최하위, 그리고 올 시즌 창단 첫 9위. 아무리 막내 구단이라도 만성 무기력증에 빠진 4년을 돌이키면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초보 단장과 초보 감독의 조합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KT가 내년 시즌 창단 첫 가을 야구를 꿈꿀 수 있을까.
[엠스플뉴스]“꼭 가을 야구를 하겠습니다.”KT WIZ 이강철 신임감독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2015년 1군 입성 뒤 KT는 해마다 가을 야구를 외쳤지만,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는 것도 힘든 게 현실이었다. 그나마 올 시즌 NC 다이노스를 2경기 차로 겨우 제치고 첫 탈꼴찌에 성공한 KT였다.만성 무기력증과도 같았다. 시즌 초에 부진하면 후반기엔 그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반대로 시즌 초에 반짝 상승세를 펼쳐도 후반기엔 더 가파른 추락만이 있었다. ‘지장’ 조범현 감독과 ‘덕장’ 김진욱 감독도 끝내 KT의 가을 야구를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내년이면 KT는 벌써 1군 입성 5년 차 구단이 된다. 막내 구단이기에 봐줄 수 있단 꼬리표를 이제 떼야 할 처지다. 이젠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할 KT는 팀의 구원자로 이 감독을 선택했다. 이숭용 신임단장도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았다.“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는 야구를 하겠다.”이강철 감독은 먼저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최근 4시즌 동안 KT는 마지막에 성취를 맛본 경험이 없다. 자신감도 결여됐다. 젊은 팀이지만, 시즌 초 좋은 분위기를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갈지가 고민이다. 승리를 위해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전술과 운영에 있어 과감한 도전을 할 것이다. 선수 플레이 하나라도 세심하게 다듬어서 가을 야구에 도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이와 관련해 이숭용 단장은 전문 분야인 타격과 관련한 보완점을 언급했다. 이 단장은 “올 시즌 팀 홈런 개수(206개·리그 2위)가 늘었다. 반대로 득점권 타율(0.273·리그 9위)과 출루율(0.340·리그 9위)이 다소 아쉬웠다. 감독님과 상의해 단점 보완을 위한 연습과 지도 방법을 고민하겠다. 그런 점을 보완한다면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이 단장의 말속엔 선수 각자 특성에 맞는 최적화된 역할을 처음부터 설정하겠단 의도도 숨겨져 있었다. 장·단점을 명확히 분석해 모든 선수가 팀을 위한 주연이 되도록 만들겠단 뜻이었다. 이 감독은 옷을 비유해 자신이 추구하는 야구를 설명했다.“모든 선수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서 최적의 포지션을 위한 성장 로드맵을 짤 계획이다. 내가 하고 싶은 야구는 선수에게 딱 맞는 옷을 잘 입혀주는 야구다.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느꼈지만, 자신에게 안 맞는 옷을 입으려고 하면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벤치가 하는 야구보단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야구를 하고 싶다. 두려움 없이 도전과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환경을 만들겠다.” 이 감독의 말이다.KT, 외국인 투수진 교체·내부 FA 집중
과감한 변화 시도는 외국인 구성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KT 외국인 투수진인 라이언 피어밴드(8승 8패 평균자책 4.30)와 더스틴 니퍼트(8승 8패 평균자책 4.25)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KT는 성적을 내기 위해선 더 강력하고 젊은 외국인 투수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이강철 감독은 “단장님과 상의하고 있는데 새로 영할 투수진 가운데 한 명은 조만간 결정이 날 듯싶다. 외국인 타자 멜 주니어 로하스는 재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투수진보다 젊고 선발 투수로서 이닝 소화 경쟁력을 더 발휘할 자원을 데려오려는 분위기다.FA(자유계약선수)는 내부 잔류가 최우선 순위다. 이숭용 단장은 “기존 내부 FA인 내야수 박경수와 투수 금민철의 잔류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후엔 감독님과 상의를 해서 방향을 잡겠다”고 밝혔다.이 감독도 “내부 FA를 잡는 게 먼저다. 단장님이 잘 잡아 주실 거로 믿는다. 외부 FA 영입으로 완성되는 팀보단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나가는 걸 꿈꿨다. 그런 의미에서 KT가 잘 맞는 듯싶다. 강점을 찾아 극대화할 방법을 찾겠다. 최고의 선물은 FA 영입이 아니라 나에게 감독 자리를 주신 거다(웃음)”라며 선을 그었다.이번 FA 최대어는 포수 양의지·이재원과 내야수 최 정이다. 포수 장성우·이해창, 그리고 내야수 황재균이 있는 KT가 무리하게 투자할 이유는 없다. 약점이었던 국내 선발진에도 국외파 복귀 투수 이대은이 내년 시즌부터 합류한다.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협업’을 강조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으로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겠단 게 이 감독의 구상이다. 이 감독은 “스카우트와 전력분석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많다. 나만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기보단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해결책을 찾겠다. 그게 팀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구단 구성원 모두가 서로 신뢰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분위기를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결국, 이 감독의 이런 개혁 의지를 잘 받쳐줄 이 단장의 능력과 소통이 절실한 상황이다. 1군 진입 5년 차 팀에 초보 단장과 초보 감독이라는 출구 전략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창단 첫 가을 야구라는 결과물을 당장 내년에 보여줘야 한다. 최근 4년 동안 KT가 겪은 만성 무기력증을 이 감독과 이 단장이 합심해 고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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