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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이해가지 않는 로버츠의 투수 교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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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2 (수) 21:22

                           
[이현우의 MLB+] 이해가지 않는 로버츠의 투수 교체

 
[엠스플뉴스]
 
류현진(31·LA 다저스)이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에서 채 5이닝을 소화하지도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류현진의 최종 성적은 4이닝 3실점. 류현진은 2회까지 날카로운 바깥쪽 제구력을 앞세워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지만, 3회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데 이어 야디어 몰리나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한 이닝에 3점을 내줬다. 
 
냉정히 말해 이날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호투라고 보기 어려웠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4회 2사 1, 2루 찬스에서 류현진을 교체하고 브라이언 도저를 대타로 낸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의 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대타로 낸 도저가 삼진을 당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이 교체의 진짜 문제는 대타로 교체되던 시점에서 류현진의 투구수가 72개에 그쳤다는 것이다. 게다가 로버츠는 하루 전이었던 21일에도 선발 알렉스 우드를 71구 만에 교체했다. 이런 로버츠의 투구 교체로 인해 다저스 불펜진은 이틀 연속 5이닝씩을 책임졌다. 최근 다저스의 불펜진을 살펴봤을 때,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투수 기용 방식이다.
 
 
 
다저스의 불펜진은 8월 들어 침체기에 들어섰다. 12일부터 15일까지 네 경기 연속 9회 역전패를 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7회 역전당한 11일 경기를 포함하면 5연패). 여기에는 부동의 마무리 켄리 잰슨이 심장 박동으로 이탈한 여파가 컸다. 하지만 잰슨의 복귀전이었던 21일 경기에서도 다저스는 9회 역전패를 당했다.
 
물론 9회 등판한 잰슨이 홈런을 두 개나 내준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이날 바에즈와 마에다가 각각 2이닝씩을 소화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저스는 22일 경기에서 최근 가장 믿음직한 불펜 중 두 명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 투수를 일찍 교체한다는 것은 불펜진에게 과한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경기 후반으로 폭탄을 돌리는 행위다.
 
실제로 7회초 교체 투입된 다니엘 헛슨이 2점을 더 내주면서 다저스는 퀵후크 후 불펜을 총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5로 패했다.
 
득실차 기반 기대승률은 NL 1위, 실제 성적은 NL 8위
 
[이현우의 MLB+] 이해가지 않는 로버츠의 투수 교체

 
2018시즌 67승 60패를 기록 중인 다저스는 22일 기준으로 지구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5경기 차, 2위 콜로라도 로키스에 1.5경기 차 뒤처진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3위에 올라있다. 이달 3일까지 61승 49패로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걸 고려한다면, '추락'이란 표현만큼 최근 다저스를 잘 설명해주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추락한 순위와는 달리,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올해 다저스는 104승을 거뒀던 지난해 못지않다. 그 증거가 득실점을 기반으로 한 기대승률, 즉 피타고리안 승률(pythagorean expectation)이다. 일반적으로 한 팀의 승률은 득실차에 비례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한 팀의 실제 승률은 피타고리안 승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다저스는 피타고리안 승률에서 75승 52패로 NL 서부지구를 넘어 NL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전력만 놓고 봤을 때 다저스는 지금쯤 가볍게 NL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론 기대승률보다 8승 적은 67승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기대승률과 실제 승률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이현우의 MLB+] 이해가지 않는 로버츠의 투수 교체

 
기대승률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방법은 '접전 상황에서 더 자주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득실차에 비해 높은 승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불펜이 강한 팀은 기대승률보다 높은 승률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기대승률보다 나쁜 성적을 기록하는 팀은 이기는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지는 경기에선 아슬아슬하게 패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즉, 기대승률보다 나쁜 성적을 기록하는 팀은 대부분 불펜이 약해서 그렇다. 하지만 종종 예외도 있다. 올 시즌 다저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올 시즌 다저스는 불펜 팀 평균자책점 3.91로 전체 13위, NL 7위에 올라있다. 최상급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중간 정도는 된다. 이렇게 중간 정도의 불펜진으로 기대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8승이나 낮은 이유는 하나다.
 
바로 감독의 경기 운영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마구잡이식 퀵후크
 
[이현우의 MLB+] 이해가지 않는 로버츠의 투수 교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대승률보다 실제 승률을 높이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크게 이기는 경기와 크게 지는 경기에선 불펜을 아끼면서, 박빙인 경기에선 총력전을 벌일 필요가 있다. 여기까진 지난 수년간 로버츠 감독의 운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불펜 투수는 결국 기계가 아닌 사람이란 점이 중요하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탬파베이의 새로운 도전, ML 대세될까
 
올 시즌 '오프너Opener, 1~3회를 무실점으로 막는 걸 목표로 하는 새로운 불펜 포지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탬파베이조차도 불펜 총력전(불펜 데이)을 할 경기를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 미리 지정하고 있다. 반면, 로버츠는 선발 로테이션이나 불펜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경기 상황에 따라 계획 없이 불펜 총력전을 벌이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총력전을 너무 자주 벌이면 피로가 누적된 불펜은 결국 퍼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순리대로 운영하는 것'만 못하다. 정석대로 운영하면 적어도 기대승률만큼은 실제 승률을 거둘 수 있지만, 무리하게 퀵후크를 남발하면 기대승률보다 나쁜 성적을 거두게 될 테니 말이다. 이틀 연속 이른 선발 교체를 한 최근 두 경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로버츠 감독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투수진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다저스는 NL 승률 1위를 기록할 수 있는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위기에 몰려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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