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용호 기자] 지난 11일 원주 DB는 홈에서 6년 만의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이번 시즌 DB와 당시 동부에 모두 존재했던 선수는 강력한 트리플 타워를 구축했던 김주성, 로드 벤슨, 윤호영이다. 돌아올 시즌에는 이 셋 중 혼자 남게 될 윤호영. 그는 원주를 떠나는 김주성에게 믿음의 메시지를 보냈다.
윤호영에게 이번 시즌은 걱정이 가장 많았던 때였다. 지난 시즌 말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 복귀 시점이 불투명했기 때문. 하지만 많은 예상을 깨고 일찍이 팀에 합류했고 DB의 믿음직한 베테랑으로 후배들을 뒷받침했다.
지난 12일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그에게 6년 만의 정규리그 1위가 어떤지 묻자 “자고 일어나니 우리가 어제 우승을 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좀 얼떨떨하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에게도 마지막으로 동부산성 트리오가 함께 뛰게 되었던 소감을 물었다. 개인적으로 복귀해서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다는 그는 “처음 복귀했을 때는 내가 그저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셋이 뭉친걸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점점 경기 감각을 되찾으면서 손발을 맞추다 보니까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들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주성이형, 벤슨과 콤비 플레이를 펼칠 때는 짜릿했다. 뛰면서 왠지 거기에 있을 것 같아 공을 주면 딱 그 두 사람이 그 곳에 있었다. 그때 내가 기억하는 주성이형과 벤슨이 맞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같이 뛰어서 더 실감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한 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된 상황에서 윤호영 개인적으로는 그간 선수생활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김주성이 2007-2008시즌 통합우승과 함께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을 거머쥔 이후 당시 동부에 입단했던 윤호영은 지금까지 세 번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1-2012시즌 정규리그 MVP로도 이 아쉬움을 쉽게 씻을 순 없었다.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 윤호영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그저 우승할 기회가 아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통합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왔다. 사람인지라 욕심은 나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야할 뿐이다. 사실 일단 다치지 않고 마무리하는 게 우선 목표다. 6년 전처럼 경기에 나가면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쉽게 지지는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그는 이번 시즌 성공적으로 복귀를 할 수 있게 지지해준 이상범 감독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감독님이 내 몸 상태에 맞는 역할을 주시면서 잘 관리를 해주셨다. 내가 화려하게 플레이를 이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력자 역할이 잘 맞아 떨어 진 것 같다. 감독님이 항상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시는데 그게 선수들한테 정말 큰 힘이 된다. 다행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다음 시즌 김주성과 벤슨 없이 홀로 남을 상황에 대해서는 “주성이형한테도 얘기했었는데 형이 없으면 나는 누구와 이런 농구에 대한 고민을 나누냐는 말을 했다. 개인적으로 주성이형과 내가 추구하는 농구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솔직히 지금은 답이 없다(웃음). 그냥 힘들 것 같다. 감독님의 리더십을 많이 배우려 한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혼자 남을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윤호영은 남은 시즌 더 힘찬 질주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 레이스를 함께할 파트너들에게 그는 진심어린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쳤다.
“주성이형은 뭘 해도 잘 할 것 같다. 조용한 겉모습 속에 엄청 독한 면이 있다. 어디에 있더라도 항상 높은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하는 일 모두 잘 됐으면 한다. 선수단 모두가 힘을 합쳐 주성이형이 떠나는 길에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 벤슨은 너무 좋은 친구다. 그렇게까지 본인을 희생하는 외국선수를 처음 봐서 너무 고마웠다. 동갑내기인데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매번 ‘Best Friend’라는 단어만 던졌다. 평생 잊히지 않을 좋은 추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2018-03-13   김용호([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