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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11-12] ① 떠나는 김주성 “동부산성, 몸에 배일 정도로 기억에 남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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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화) 15:03

                           



[점프볼=김용호 기자] 역대급 짠물수비를 선보이며 2011-2012시즌을 질주했던 과거의 동부산성. 그 중심에는 김주성, 로드 벤슨, 윤호영이라는 든든한 축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6년 만에 다시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겁게 눈시울을 붉혔던 맏형 김주성. 모든 게 마지막이 될 시간, 김주성은 현재 어떤 심정일까.

사실 이번시즌을 앞두고 동부산성 트리오의 모습을 코트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윤호영은 부상으로 인해 복귀시점이 불투명했고, 벤슨도 뒤늦게 외국선수 교체로 원주 DB에 합류했기 때문. 김주성에게 또다시 셋이 함께 코트에 서게 됐던 소감을 묻자 그는 옅은 미소를 뗬다.

“일단 (윤)호영이의 복귀를 더 늦게 봤었는데 돌아왔다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벤슨까지 합류하면서 다시 셋이 모이게 됐지만 옛날만큼의 시너지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뭉친 만큼 다시 한 번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어 셋이 함께 뛰는 게 ‘마지막’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나도 진작 은퇴를 결정했었기 때문에 애초에 셋이 함께 뛰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고 산성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보인 것 같다. 크게 아쉽지는 않다. 만족스럽다.”

김주성에게는 자신의 선수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3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 10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해 더욱 아쉬움이 컸을 터. 그는 “정규리그도 그렇지만 그저 우리한테 이런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다. 운이 따라야하는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일단 나아가야 한다.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팀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1일 홈코트에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으며 축포를 터뜨린 김주성. 6년 전 1위를 하던 때가 크게 생각나지 않았다는 그는 이번 시즌 개막전 목표했던 성적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냈다는 생각에 더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정규리그 53경기를 뛰면서 순간순간 동부산성을 추억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필름은 많은 이들을 열광케 했던 게 사실이다.

“셋이서 플레이를 만들어냈을 땐 정말 좋았다. 오래됐어도 여전히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도 우리가 했던 플레이들이 몸에 배어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2011-2012시즌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선수들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실 때 우리가 어떻게 했었는지에 대해 정말 많은 얘기를 했었다. 이제는 몸에 완전히 배일 정도로 많은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평균 실점 67.9점으로 압도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던 원주의 기둥들. 김주성은 자신의 양 손을 잡아준 벤슨과 윤호영에 대해 “굳이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코트에서는 플레이가 잘 맞아 돌아갔었다. 항상 벤슨과 호영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모든 동선들이 다 그려질 정도였다. 경기 중에는 크게 말이 필요 없었다. 1을 얘기하면 알아서 다음 2,3,4를 아는 파트너들이었다”고 말했다.

다가올 2018-2019시즌에는 이 셋 중 윤호영만이 팀에 남는다. 혼자서 많은 짐을 짊어질 윤호영에게 김주성은 “훨씬 더 힘들거다. 본인이 의지할 사람은 없어지는데 본인에게 의지할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그런걸 다 포용하려면 힘들겠지만 하나의 훈련, 프로선수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자신과 함께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벤슨에게도 “참 영리했고, 팀을 먼저 위하는 몇 안 되는 외국선수였다. 그게 생각보다 가지기 쉬운 마인드가 아닌데 벤슨은 팀이 잘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다. 우리가 원했던 선수였고 좋을 때나 힘들 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원주에서 같이 선수생활을 마무리해서 기쁘다. 나한테는 좋은 기억뿐인 선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프로농구 역사 속에 임팩트있는 한 컷으로 남을 동부산성 트리오. 후배들이 새로운 DB산성을 구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이들이 ‘AGAIN 11-12’를 외치며 6년 전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까. 그 중심에 선 김주성의 마지막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2018-03-13   김용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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