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편집부] 판타지게임에서는 “가능한 오래 코트를 밟는 선수가 유리하다”고들 말한다. 그날 경기 기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벤치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1분이라도 더 뛰면 득점이든 어시스트든 하나라도 더 남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KBL 최초의 판타지게임을 표방하는 ‘판타지볼’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정말로 출전시간과 FBP는 비례하는 것일까. (기록은 3월 11일 경기까지를 기준)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부상으로 장기결장하기 전까지 출전시간 1위를 달렸다. 첫 19경기에서 평균 37분 14초를 뛰었다. 이때까지 평균 24.5득점 14.9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만큼, FBP도 당연히 1위였다. 그러나 라틀리프는 좌측 치골염으로 장기간 결장하고, 돌아와서 출전시간 관리를 받으면서 평균 출전시간이 34분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올 시즌 34번이나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FBP 1위 유지에 성공했다.
라틀리프가 내준 출전시간 1위의 영예(?)는 데이비드 사이먼이 넘겨받았다. 그는 35분 17초를 소화해 이 부문 1위다. 오세근이 시즌 중후반부터 부상과 피로누적으로 출전시간이 들쭉날쭉해지면서 사이먼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17경기 중 12번이나 35분 이상을 뛰었다. 긴 출전시간 속에서도 사이먼은 ‘믿고 쓰는 선수’의 위엄을 뽐냈다. 그 사이 11번이나 30득점을 올렸고 두 경기 연속 50점, 48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출전시간과 FBP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버논 맥클린(오리온)은 KBL에서 2번째로 많은 평균 출전시간을 기록했지만 FBP는 7위에 그쳤다. 자기 득점과 리바운드는 잘 해주지만, 팀이 워낙 약하다보니 그 외 기록을 살찌울(?) 기회가 적었다. 오리온의 국내선수들은 대체로 출전시간이 길었다. 이승현과 장재석 등이 군에 입대하고, 부상자도 많다보니 벤치가 얇아진 탓이다. 한호빈은 상무 제대가 무섭게 평균 30분 이상을 뛰는 주축 가드가 됐는데, 생산력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출전시간은 많지만, FBP는 국내선수 중에서도 평범한 수준이다.
반대로 디온테 버튼(DB)은 집중 관리 속에서 실속있는 FBP를 챙겨가고 있다. 출전시간은 13위에 그치고 있지만, FBP는 5위다. 연봉 역시 64만원으로, 평균 출전시간 10위권 밖 선수 중에서는 단연 탑이다. 버튼은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공을 오래 잡고 있는 만큼, 뽑아내는 득점도 많을 뿐 아니라, 자기 존재감을 역이용해 동료들을 위한 어시스트도 많이 한다. 리바운드, 가로채기, 또한 가산점이 붙는 3점슛도 승부처에서는 버튼을 따라갈 선수가 없다.
국내선수는 유독 출전시간과 FBP가 비례하지 않는다. 오세근 정도만이 FBP 상위권에 올라 외국선수들과 겨루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판타지’ 속에서나 존재하는 숫자일 뿐이다. 실제 경기에서는 그들이 오래 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명백히 존재한다. 양희종의 경우 30분 49초간 기록한 FBP가 전체 47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승기 감독과 선수들은 “양희종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엄청나다”고 입을 모은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토킹, 팀 수비 능력, 리더십 등 여러 면에서 양희종의 가치는 돈으로는 환산이 불가능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사진=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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