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스카이72 골프장 앞길, 감사원 판단에 갈리나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요즘 수도권 지역 골프 애호가들의 관심이 '스카이72'에 쏠렸다.
하나같이 '스카이72는 어떻게 되느냐'라고 서로 묻곤 한다.
'스카이72'는 인천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골프&리조트(이하 스카이72)를 말한다.
하늘코스 18홀과 바다코스 54홀을 합쳐 72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수도권 골프 애호가들에게는 이제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스카이72 내장객은 1년에 약 40만명. 2005년 7월 문을 열었으니 작년까지 600만명 가까운 골퍼가 스카이72 코스를 밟았다.
회원제가 아니라서 누구나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기에 수도권 골퍼라면 누구나 스카이72에서 한 번 이상 라운드를 했다고 봐도 된다.
꼭 라운드가 아니라도 골프 애호가들에게 스카이72는 너무나 익숙하다.
이곳에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대회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그리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수많은 대회를 치렀고 명승부도 많았다.
스카이72가 새삼 골프 애호가들의 관심사가 된 것은 올해 바다 코스 54홀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72는 ㈜스카이72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유 활주로 예정 부지를 빌려서 지었다.
부지 임대 계약이 2020년 말 종료된다.
인천공항 공사는 이 땅을 돌려받아서 제5 활주로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제5 활주로는 빨라야 5년 뒤에 착공할 예정이라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내년부터 이곳 골프장을 운영할 새 사업자를 입찰로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논란이 불거졌다.
계약이 만료되면 건물과 시설물 등을 모두 철거해 원래 상태로 땅을 반납하도록 한 계약 조건이 불씨가 됐다.
땅을 돌려받으면 곧바로 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한 계약이었다.
활주로 공사가 5년 뒤로 미뤄지면서 빈 땅으로 놀릴 수 없으니 새 사업자를 선정해 골프장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계획에 ㈜스카이72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 이른바 지상권과 토지 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이르는 유익비로 1천억원 넘는 현금을 요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무상으로 넘기라는 입장이지만 주식회사인 ㈜스카이72는 지상권과 유익비를 경영진 마음대로 포기할 수가 없다. 만약 포기하면 배임으로 형사 고발당한다.
땅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유가 맞지만, 건물 등은 ㈜스카이72가 돈을 들여 짓거나 자본을 투입해 가치를 상승시킨 건 분명한 사실이고 법률도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스카이72가 요구한 돈을 주고 건물과 시설을 사들여서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하면 좋겠지만, 취득세와 등록세 등 600억원 안팎의 큰 지출이 따른다.
㈜스카이72에서 지난 20년 동안 받은 부지 임대료가 2천억원가량이니 한꺼번에 600억원이라는 돈을 세금으로 지출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입찰 방식으로 선정하려는 신규 임차 사업자에게 지상권과 유익비를 부담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길어야 5년가량 골프장 사업을 하자고 이런 큰돈을 투자할 기업은 없어 보인다.
이런 사정 때문에 ㈜스카이72는 차라리 임대 계약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내놨다. 언제라도 제5 활주로 공사가 시작되면 애초 계약대로 건물과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부지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나 ㈜스카이72 양쪽 모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민법상 임차인의 법적 권리인 갱신청구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제안에도 난색을 보인다.
기존 계약에 우선 협상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특혜 시비가 일 수 있어서다. 감사에 걸릴 수 있다.
민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수도권신공항건설 촉진법 적용을 받는 땅이라 갱신청구권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카이72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감사원의 판단을 미리 받아보는 사전 컨설팅 제도를 활용해서 난제를 풀어보자고 또 한 번 제안한 상태다.
사전 컨설팅으로 갱신청구권 인정이 법적, 행정적으로 적절한지를 감사원의 유권해석을 받자는 얘기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스카이72의 갱신청구권 요구와 사전 컨설팅 제안에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스카이72 바다코스의 앞길은 감사원 판단으로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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