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산책] 선수따라 다른 캐디 보너스…한번에 12억원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지난해 골프계 핫이슈 가운데 하나가 맷 쿠처(미국)의 캐디피 사건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해 상금 129만6천달러(약 15억4천625만원)를 받아놓고선 캐디한테는 보너스로 5천달러(약 596만원)만 줬다가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임시 캐디한테는 5천 달러가 적지 않은 돈이라고 우기던 그는 논란이 이어지자 나중에 5만달러(5천965만원)를 지급했지만 '짠돌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쿠처와 달리 화끈한 보너스로 '통 큰 남자'라는 이미지를 남긴 선수도 많다.
PGA투어에서 '전설'로 남은 아널드 파머(미국)는 화끈한 플레이 스타일만큼 캐디에게 주는 보너스에서도 손이 컸다.
파머는 1955년 처음 마스터스를 제패하고선 캐디 너새니얼 에버리에게 1천400달러(약 167만원)를 보너스로 줬다.
지금 돈으로는 크지 않을지 몰라도 당시에는 우승 상금 1만1천250달러(약 1천342만원)의 12.5%에 이르는 거금이었다.
캐디에게 주는 우승 보너스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승 상금의 7∼8%가 대세고, 많아야 10%를 주는 사실을 고려하면 통이 컸다.
더 놀라운 건 당시 캐디는 파머의 전속이 아니었다. 임시로 고용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하우스 캐디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는 수표로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애초 파머가 준 수표에는 '0'이 하나 더 붙은 1만4천 달러로 적혀 있었다. 놀란 캐디가 '이게 정말이냐'고 물어봐서 정정했다고 한다.
쿠처의 경우와 똑같았지만, 보너스 지급은 딴판이었던 셈이다.
버바 왓슨(미국)은 2014년 시즌을 마치고 캐디 테드 스콧에게 자동차 2대를 선물했다.
스콧은 원하던 픽업트럭을 받았고, 스콧의 아내 역시 바라던 렉서스 승용차가 생겼다.
성격이 괴팍하기로 유명한 왓슨은 13년 동안 스콧 한명한테만 캐디를 맡기고 있다.
까탈스러운 자신을 묵묵히 보좌한 캐디에게 깜짝 보너스를 준 셈이다.
재미교포 케빈 나(한국 이름 나상욱)은 지난 5월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우승한 뒤 부상으로 받은 클래식 승용차를 즉석에서 캐디 케니 함스에게 줬다. 클래식 승용차라 가격은 딱히 정해진 건 없지만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는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함스는 11년 동안 케빈 나의 백을 멨다.
통 큰 보너스는 넉넉한 수입을 올려야만 주는 게 아니다.
트로이 메릿(미국)은 PGA투어 신인이던 2010년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덕분에 상금랭킹 125위에 올라 투어카드를 지킬 수 있었다.
게다가 시즌 성적에 따른 보너스 100만달러(약 11억9천만원)를 가욋돈으로 받는 기쁨을 누렸다.
메릿은 혼자 누리지 않았다. 시즌 내내 고락을 함께한 캐디에게 5만달러(약 5천970만원)의 보너스를 건넸고, 캐디의 두 딸이 대학을 가면 등록금으로 쓰라고 2만5천달러(약 298만원)의 장학증서까지 만들어줬다.
캐디 보너스 하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백을 멨던 J.P. 피츠제럴드가 으뜸이다.
2016년 투어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페덱스컵도 제패한 매킬로이는 피츠제럴드 계좌에 105만달러(약 12억5천370만원)를 입금했다.
투어챔피언십 우승 상금 153만 달러와 페덱스컵 우승 상금 900만달러를 합친 1천53만달러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피츠제럴드는 "내 은행 통장에 쓰나미처럼 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해 피츠제럴드는 165만달러의 보너스를 챙겨, PGA투어에서 단일 시즌 최다 캐디 보너스 기록을 세웠다.
다만 피츠제럴드는 조카 뻘 매킬로이한테 소리를 지르는 등 심기를 거슬리는 바람에 지난해를 끝으로 해고됐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도 보너스 대박을 터트린 캐디가 탄생했다.
국내 대회 가운데 가장 우승 상금(3억5천만원)이 많은 한화 클래식 우승자 박채윤(25)은 계약에 따라 캐디에게 우승 상금 8%인 2천8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박채윤의 캐디는 박채윤의 후원사 ㈜삼천리 이만득 회장이 따로 챙겨준 보너스까지 3천만원이 넘는 돈을 한꺼번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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