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이스코와 카세미루 빼고 아센시오와 바스케스 투입하며 4-4-2 변신. 아센시오 2골에 모두 관여. 반면 PSG는 디아라와 실바 대신 깜짝 선발 출전한 로 셀소(PK 허용)와 킴펨베가 부진. 카바니 빼고 뫼니에 투입해 수비 강화했으나 연달아 돌파 허용하며 역전패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알 마드리드가 후반전 교체 승부수가 대박을 치면서 파리 생제르맹(PSG)에게 3-1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반면 PSG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소극적인 대응이 역전패의 빌미로 작용하고 말았다.
레알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PSG와의 2017/18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은 PSG의 공격력을 의식해 카세미루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고, 이스코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시키는 다이아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우나이 에메리 PSG 감독도 중원에 변화를 단행했다. 당초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라스 디아라(만 32세)와 티아구 실바(만 33세)가 선발 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신예 미드필더 지오반니 로 셀소(만 21세)와 유스 출신 수비수 프레스넬 킴펨베(만 22세)를 깜짝 카드로 내보낸 에메리였다.
레알은 지단의 의도대로 중원 장악에 성공하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5분경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이스코가 뒤로 살짝 내준 걸 토니 크로스가 날카로운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PSG 골키퍼 알폰세 아레올라의 선방에 막혔다. 27분경엔 역습 과정에서 마르셀루가 길게 넘겨준 크로스를 반대편 측면에서 쇄도해 들어온 레알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각도를 잘 좁히고 나온 아레올라 얼굴에 막혔다.
PSG 역시 점유율에선 열세를 보였으나 자랑거리인 공격 삼각편대 'MCN(킬리앙 음바페, 에딘손 카바니, 네이마르)'을 중심으로 몇 안 되는 공격 찬스에서 효과적인 역습을 단행하며 레알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PSG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33분경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엘 아우베스의 전진 패스를 받아 마르셀루를 제치고 측면을 파고 든 음바페가 네이마르를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나초가 어렵게 태클로 저지했으나 뒤에서 쇄도해 들어온 PSG 미드필더 아드리앙 라비오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레알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 크로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로 셀소의 파울을 유도해냈고, 호날두가 차분하게 페널티 킥을 넣으며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했다. 크로스의 노련미에 로 셀소가 당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후반 초반 PSG는 템포를 늦추면서 레알을 공략해 나갔다. 반면 홈에서 승리가 필요했던 레알은 공격적으로 나서다 도리어 PSG에게 배후 침투를 허용하며 위기 장면들을 노출했다.
후반 4분경 네이마르의 크로스를 음바페가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레알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가 선방했다. 후반 9분경엔 PSG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의 전진 패스를 아우베스가 뒤로 내주었고, 이를 라비오가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레알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몸으로 저지했다.
마드리드 원정에서 1-1 무승부만 거두어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PSG는 후반 초반 좋은 흐름을 가져왔음에도 65분경(후반 20분) 원톱 공격수 카바니를 빼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 토마스 뫼니에를 투입하며 수비 강화에 나섰다. 아우베스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한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단행한 PSG였다. 이는 다분히 수비적으로 내려앉으면서 네이마르와 음바페 투톱을 통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레알의 배후를 공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에 지단 감독도 승부수를 던졌다. 먼저 후반 22분경 부진하던 공격수 카림 벤제마 대신 가레스 베일을 교체 출전시켰다. 이어서 후반 33분경 이스코와 카세미루를 동시에 빼고 측면 미드필더 마르코 아센시오와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하며 주말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경기에서 5-2 대승을 거두었던 플랫형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는 주효했다. 후반 38분경 모드리치의 패스를 받은 아센시오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한 걸 뫼니에가 발로 터치했고, 아레올라가 급하게 걷어낸다는 게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호날두 허벅지에 맞고 그대로 골로 연결된 것. 아센시오의 크로스와 뫼니에의 실수가 한데 묶인 골이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아센시오의 크로스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간 마르셀루가 논스톱 슈팅으로 쐐기골을 성공시킨 것. 이 과정에서도 뫼니에가 아센시오를 노마크로 내버려두는 우를 범했다.
결국 용병술이 승부를 가른 경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반전엔 지단 감독의 의도대로 점유율(55대45)과 슈팅 숫자(10대4)에서 모두 레알이 우위를 점해나갔다. 게다가 후반 승부처에서 활용한 베일과 아센시오 카드가 모두 성공으로 돌아갔다. 특히 아센시오는 2골에 모두 관여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반면 에메리 감독의 승부수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로 셀소는 동점골을 헌납했고, 킴펨베 역시 실수가 많았다. 로 셀소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에 대응하기엔 너무나도 미숙하면서도 순진했다. 킴펨베 역시 가로채기와 슈팅 차단은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데다가 태클 성공 1회와 걷어내기 2회에 그쳤다(그의 수비수 파트너인 마르퀴뇨스가 슈팅 차단 2회와 걷어내기 5회를 기록한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후반전 수비 강화용으로 투입한 뫼니에는 아센시오에게 철저하게 당하면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우를 범했다.
이는 통계를 바탕으로 평점을 책정하는 'Whoscored' 평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로 셀소의 평점은 5.65점으로 출전 선수들 중 최저였다. 뫼니에 평점 역시 5.86점으로 처참한 수준이었고, 킴펨베의 평점도 6.05점에 불과했다.
레알은 16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며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에메리는 용병술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경질설에 휘말릴 위험성이 높아졌다. 결국 축구는 감독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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