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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다크나이트에서 투페이스로 퇴락한 맷 하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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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수) 14:44

                           


 
[엠스플뉴스]
 
영화 <다크 나이트> 속 배트맨의 활동 무대는 고담 시(Gotham City)다. 
 
영화 속 고담 시는 온갖 범죄가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곳이다. 그런 고담 시의 치안이 그나마 안정되기 시작한 것은 배트맨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는 어두운 곳에서 고담 시를 지키는 배트맨에게 붙은 명예로운 칭호다. 또한, 다크 나이트는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투수 맷 하비(29)의 별명이기도 하다.
 
고담시가 1930~1940년대 뉴욕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12시즌 메츠가 처한 상황 역시 고담시 저리가라였다. 당시 메츠는 NLCS에 진출했던 2006년을 마지막으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상태였다. 팬들을 더욱 암담하게 하는 것은 암흑기가 언제 끝날지조차 짐작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그때, 하비가 등장했다. 2012년 7월 27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데뷔한 하비는 5.1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 11탈삼진을 거뒀다. 11탈삼진은 구단 역사상 신인 투수가 데뷔전에서 잡아낸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하지만 하비의 데뷔전은 기록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팬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한 신인 투수를 열렬히 반겼다.
 
이해 하비는 9경기에 더 등판해 3승 5패 59.1이닝 70탈삼진 평균자책 2.73으로 시즌을 끝마치면서 데뷔전을 지켜본 팬들이 자신에게 걸었던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전반기까지 7승 2패 130.0이닝 평균자책 2.35를 기록하며,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에서 열리는 첫 번째 올스타전에 NL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하비는 메츠 팬덤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팬들에게 하비는 위기에 빠진 메츠를 구하기 위해 등장한 다크 나이트였다. 2013년 하비의 등판일은 구단에 의해 '하비 데이(Harvey Day)로 지정됐다. R.A. 디키가 트레이드되고 난 후 유일하게 지켜볼만한 선발 투수가 된 하비의 등판일은 메츠팬들이 유일하게 안심하고 지켜볼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런데 그해 8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하비의 오른 팔꿈치 측부인대가 찢어지면서 시즌아웃됐다는 소식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2013년의 팔꿈치 부상은 이후 메츠 구단과 하비의 관계를 미리 암시해주는 전주곡과도 같았다.
 
2015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하비의 부상 소식을 접한 메츠 팬덤은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를 향해 강한 분노를 표했다. 하비가 부상을 당하기 두 달 전 당시 감독인 테리 콜린스에게 팔꿈치 쪽에 불편한 느낌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하비의 팔꿈치 통증을 "몰랐다"고 발뺌했었기에 콜린스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18일 하비는 다른 쪽으로 화제를 모았다. 전국 라디오 방송인 댄 패트릭쇼에 출연한 하비는, 그의 팔꿈치 부상 및 재활과정 등에 대한 질문에 오로지 '모바일 반도체 기업인 퀄컴에 대한 예찬'으로 대답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인터뷰어와 방송 청취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비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팬들의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하비에게는 다행히도 이 사건은 조기에 잘 수습됐다. 메츠 프런트가 발 빠르게 움직여서 관련 보도를 자제시킨 다음 곧바로 하비를 사과 방송에 출연시킨 덕분이었다. 상대적으로 라디오가 TV에 비해 매체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도 사건이 확대되지 않는데 한몫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하비는 마침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14시즌 내내 재활에 매진했다.
 
2015년 복귀한 하비는 최고 100마일(160km/h) 평균 95.9마일(154.3km/h)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 평균 90마일(144.8km/h)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볼, 패스트볼과 거의 같은 동작에서 던지는 체인지업까지 토미 존 수술을 받기 전 모습 그대로였다. 이를 바탕으로 하비는 복귀 첫해 13승 8패 189.1이닝 평균자책 2.71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 대형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하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수술 집도의의 소견을 인용해 수술 복귀 첫해인 하비에게 180이닝으로 이닝 제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단장인 샌디 앨더슨이 밝힌 바는 달랐다. 먼저 수술 집도의인 제임스 앤드루스 박사는 하비의 이닝 제한에 대해 어떤 의견도 밝힌 적이 없었다.
 
또한, 앨더슨은 "이닝 제한은 앤드루스 박사의 권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 보라스와 하비 본인이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두고 있었던 메츠의 팬덤과 뉴욕 언론은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쯤 되자 하비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엔 이닝 제한 없이 투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2승 무패 26.2이닝 평균자책 3.04를 기록하며, 15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일조했다.
 
이어지는 혹사에 의한 부상, 투 페이스로 전락한 맷 하비
 
 
 
하지만 이때 이닝 제한을 하지 않고 투구에 나섰던 일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게 됐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비는 2016시즌 4승 1패 92.2이닝 평균자책 4.86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흉곽출구 증후군(척수에서 팔로 내려가는 신경 다발이 흉곽 위쪽 구조물에 의해 눌려서 양팔이 아프고 감각이 떨어지며, 팔과 손이 붓는 질환)' 수술마저 받았다.
 
여기에는 토미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투수 가운데 복귀 첫해 가장 많은 이닝(포스트시즌 포함 216이닝)을 소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서 투구 제한을 받은 라이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여전한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추측은 확신으로 바뀐다. 이런 이유로 메츠 팬덤은 하비에게 상당한 부채 의식을 갖고 있다.
 
2015년 투구 제한을 원하는 그(와 보라스)를 비난하면서 등을 떠민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성적이 부진하다는 것'을 이유로 하비를 비난하는 메츠팬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는 하비의 훈련 태도다. 부진에 빠진 2016년 이후 하비는 훈련에 지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때로는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부해 팀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2017년 일이 터졌다. 시즌이 한창이던 5월 무단으로 결근한 것이다. 하비는 측근을 통해 "당일 코치에게 편두통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 의해 '편두통 보고는 오전도 아닌 오후에 이뤄진 일'이며, 전날 하비가 새벽까지 클럽에서 술을 진탕 마셨을 뿐만 아니라, 무단 결근 당일 오전에는 골프까지 쳤다는 소식이 밝혀졌다.
 
 
 
어제(1일)는 하비가 LA 베벌리힐스에 개업한 한 식당의 개장 기념 파티장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메츠는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해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있는 상태였다. 한편, 샌디에이고에서 LA까지는 차로 2시간 반가량이 걸린다. *따라서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하비는 단독으로 선수단을 이탈해 2시간 반 가량을 운전해서 해당 파티에 참석했다는 말이 된다.
 
 * 미국 매체 <페이지식스>는 익명의 게스트를 인용해 "많은 스타가 참석했지만, 누구도 맷 (하비)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도 전했다. 야구 실력의 퇴보와 함께 사교적인 모임에서도 소외당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하비는 '뉴욕의 황태자' 데릭 지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는 '백 기사' 하비 덴트가 병실을 찾은 조커에 의해 '투 페이스'로 타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의감 넘치는 검사이자, 고담 시 스타였던 하비가 악당으로 전락한 것은 법의 힘으로는 도저히 악당을 심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기 때문이다. 하비에게도 비슷한 점이 있다. 책임감 때문에 참고 던졌던 2013, 2015년의 후유증이 부상과 부진으로 이어졌으니까.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감정이 팀 전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고담 시를 비극으로 몰고 간 악당 투 페이스와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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