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동현, 은퇴식에서 아버지에게 큰절…"고맙습니다"
29일 잠실 두산전서 은퇴식…시구는 아버지 이형두 씨
"두 번째 팔꿈치 수술 후 은퇴도 생각…어렵게 사신 부모님께 감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세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고도 참았던 눈물이 부모님을 떠올리며 흘러내렸다.
LG 트윈스 우완 이동현(36)은 29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담담하게 소감을 이어가다, 눈시울을 붉혔다.
이동현은 마운드에 오른 아버지의 공을 포수 자리에서 받은 뒤 큰절했다. 이어 마운드로 걸어가 뜨거운 포옹도 했다.
좀처럼 야구장에 오지 않던 이동현의 아버지 이형두 씨는 29일 잠실구장을 찾아 시구를 했다.
이동현은 29일 은퇴식을 앞두고 아버지를 시구자로 초청했다.
그는 "우리 부모님께서 어렵게 사셨다. 아버지는 지금도 일을 하신다"라며 "아버지께서 일하러 어떤 집에 가셨는데 내 유니폼을 발견하셨다. 그런데 '내 아들이 이동현이다'라고 말을 하지 못하셨다. 그게 참, 죄송했다"고 했다.
이동현은 LG 팬들에게 향수를 부르는 이름이다. 그러나 아들로서 이동현은 '더 뛰어난 선수가 되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그동안 아버지께서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야구장에 오지 않으셨다.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오늘은 아버지와 포옹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시구자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2001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동현은 이날 전까지 700경기에 등판해 53승 47패 41세이브 113홀드 평균자책점 4.06을 올렸다.
충분히 좋은 성적이지만, 이동현은 자신을 "특별하지 않은 선수"라고 자평했다.
사실 그는 은퇴식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8월 22일 개인 통산 700경기에 등판했을 때 '이 경기가 내 은퇴식'이라고 생각했다"며 "LG 한 구단에서만 뛰었는데 은퇴식을 열어주셔서 프런트와 선수단에 감사하다. 당연히 팬들께도 감사하다. 기회가 있을 때 계속 팬들께 사인을 해 드리겠다"고 했다.
LG는 이동현에게 701번째 등판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29일 두산전 등판이 예정돼 있다.
이동현은 "한 번도 편하게 마운드에 선 적이 없다. 오늘은 은퇴식이고, 현역 마지막 등판이니까 더 전력으로 던질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동현의 야구 인생에는 쉼표가 세 개 있었다. 2004년과 2005년, 2007년 세 차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그는 "두 번째 수술을 받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이제 야구를 그만해야겠다'라고도 생각했다"고 떠올리며 "그때 많은 분이 전화 등으로 격려해주셨다. 차명석 현 단장님께서 당시 투수 코치셨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동현은 김성근 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 고문과 통화한 내용도 공개했다.
김성근 코치 고문은 2002년 LG 사령탑이었고, 이동현을 필승조로 활용했다.
그는 "오늘 김성근 감독님께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불사조 같았던 선수, 어리게만 느꼈던 선수가 은퇴한다니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보내셨다. 이어 통화를 했는데 코끝이 찡했다"고 전했다.
이동현은 2002년 78경기에 등판했다. 당시 혹사 논란도 있었다.
그는 "김성근 감독님께서 중요한 자리에 써 주셔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내가 다쳐서 김 감독님께서 비판도 받으셨는데 은퇴식을 잊지 않고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동현은 29일 등판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LG는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지만, 이동현은 엔트리에 들지 않는다.
이동현은 "후배들이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따낸 게 내겐 큰 선물이다. 같이 가을 무대에서 뛰면 좋겠지만, 후배들에게 박수칠 수 있는 선배로 남는 것도 영광이다"라고 했다.
올 시즌 내내 이동현은 후배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가을 무대에서도 이동현은 묵묵히 후배들을 응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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