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지난 7월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한 베테랑 선발 투수를 영입했을 때, 시카고 컵스의 행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해 못 할 반응은 아니다. 당시 해당 투수는 5승 9패 114.1이닝 평균자책점 4.72에 그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그 투수는 9이닝당 2개에 육박하는 피홈런을 맞았고 있었다. 만 34세에 이르는 나이를 고려한다면 그의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단, 그렇게 생각한 이들은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그가 과거 판타스틱4의 마지막 현역이자, 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빅게임 피처' 콜 해멀스(34·시카고 컵스)라는 사실이다.해멀스는 컵스로 이적한 후 6경기에 출전해 4승 무패 39.0이닝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 중이다. 지난 24일(한국시간) 경기에서 9이닝 1실점 7탈삼진 완투승을 거둔 해멀스는, 29일 경기에서도 5이닝 무실점 8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이적 후 현재까지 단 한 개의 피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콜 해멀스의 이적 전/후 성적 변화[텍사스] 5승 9패 114.1이닝 평균자책점 4.72 WAR 0.3승[컵스] 4승 0패 39.0이닝 평균자책점 0.69 WAR 1.2승[합계] 9승 9패 153.1이닝 평균자책점 3.70 WAR 1.5승그 덕분에 해멀스의 2018시즌 성적은 어느새 9승 9패 153.1이닝 평균자책점 3.70이 됐다. 컵스로 이적한 후 해멀스에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패스트볼 구속의 반등, 그리고 투구 위치의 변화
해멀스의 부활을 얘기할 때 제일 먼저 언급해야 할 구종은 단연 패스트볼이다. 이적 전 해멀스의 패스트볼 구속은 평균 91.4마일(147.1km/h)로 경력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런데 컵스로 이적 후에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3.1마일(149.8km/h)까지 빨라졌다. 이는 개인 통산 단일 시즌 최고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었던 92.6마일(149.0km/h)을 뛰어넘는 수치다.이와 같이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진 주된 이유는 패스트볼 구종 비율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텍사스 시절 해멀스는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을 거의 반반씩 섞어 던졌다. 그러나 컵스로 이적한 후에는 상대적으로 구속이 빠른 포심 패스트볼의 비율을 40.2%까지 끌어올린 반면, 투심 패스트볼의 비율은 12.4%까지 낮췄다.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이에 맞춰 해멀스의 패스트볼 투구 위치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텍사스 시절 해멀스의 패스트볼은 대체로 한 가운데 낮은 코스나, 바깥쪽 높은 코스에 집중됐다. 하지만 컵스로 이적한 후에는 패스트볼이 대체로 몸쪽 코스에 형성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멀스가 얻은 가장 큰 효과는 빗맞은 타구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텍사스 시절 해멀스가 던진 패스트볼을 쳤을 때 타자들의 평균 타구속도는 90.6마일에 달했지만, 컵스 이적 후에는 84.2마일로 6.4마일(10.3km/h)이 감소했다. 그 덕분에 피안타율 역시 이적 전 .363에서 이적 후 .273으로 줄어들었다.한편, 해멀스의 패스트볼 구종 비율 및 투구 위치의 변화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멀스의 이적 후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167에 불과하다. 이는 패스트볼을 몸쪽 높은 코스로 붙인 다음, 바깥쪽 낮은 코스로 체인지업을 떨어뜨리는 전략이 효과적으로 먹혀들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이러한 해멀스의 최근 활약은 마치 지난 시즌 중반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저스틴 벌랜더를 연상케 한다.해멀스와 벌랜더의 평행이론지난해 벌랜더는 트레이드 마감시한까지 6승 7패 130.0이닝 평균자책점 4.29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웨이버 트레이드를 통해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후에는 정규시즌 종료까지 5승 무패 34.0이닝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했다. 그 비결로 자주 지목되었던 것은 휴스턴 이적 후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한 슬라이더의 회전축 교정이다.하지만 지난해 벌랜더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반등 요인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코어근육 부상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패스트볼 구속이 돌아왔다는 점이다. 연인이었던 케이트 벌랜더와 재결합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둘은 WS 우승 후 부부가 됐다). 또한, 월드시리즈 우승권 전력인 휴스턴으로 이적하면서 동기부여가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이는 AL 서부지구 꼴찌팀인 텍사스에서 NL 전체 승률 1위 컵스로 이적한 해멀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한편, 통산 18승 11패 280.0이닝 평균자책점 4.69로 유독 약했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벗어나, 노히터 1회 포함 통산 4승 1패 57.0이닝 평균자책점 1.58로 강점을 보였던 리글리 필드를 홈구장으로 쓴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1년 터울로 만 34세란 늦은 나이에 부활에 성공한 두 에이스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진리를 입증하는 사례다. 그렇다면 지난해 휴스턴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벌랜더처럼 올해 해멀스도 컵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확실한 점이 있다면 최근 한 달간 NL 동·서부가 혼전에 빠진 사이 컵스가 유력한 WS 진출 후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그리고 컵스 이적 후 현재까지 보여준 구위와 제구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당분간 해멀스를 공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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