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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현장] 국외 유턴파 향한 아쉬움 "바로 KBO리그에서 뛰었다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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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목) 11:22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떠난다. 8월 20일 열린 국외파 선수 대상 트라이아웃엔 한때 '초고교급 유망주'로 불리던 이대은, 이학주, 하재훈 등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같은날 한 고교 투수 유망주는 계약금 30만 달러에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성공 확률이 극히 희박한 국외진출의 명암을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엠스플 현장] 국외 유턴파 향한 아쉬움 바로 KBO리그에서 뛰었다면


 
[엠스플뉴스]
 
어느 해보다 뜨거운 트라이아웃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트라이아웃 제도가 올해 6년째를 맞아 누적 신청자 수 54명이 됐다. 작년까지 트라이아웃 신청자 45명 중 17명이 프로팀의 선택을 받았고, 그중 6명만이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성공 확률 13%. 올해 지명되는 선수는 이름값에 어울리는 성적을 낼까.
 
8월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은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한 ‘대어’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국가대표 출신’ 투수 이대은(경찰 야구단)을 필두로 녹슬지 않은 공격력과 수비력을 보여준 유격수 이학주는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도전하는 하재훈도 상황에 따라 1라운드 지명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좌완 윤정현이 이날 트라이아웃을 지켜본 몇몇 구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지명받는 국외파 선수가 최대 4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김진영(한화 1R), 김성민(SK 1R, 이후 넥센으로 이적), 신진호(NC 1R) 등 ‘국외 U턴파’ 3명이 1라운드에 지명됐던 2017년 2차 드래프트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1라운드 지명 8명 중 3명은 주전, 1명 은퇴, 4명은 부진”
 
[엠스플 현장] 국외 유턴파 향한 아쉬움 바로 KBO리그에서 뛰었다면

 
하지만 1라운드 지명을 받는다고 해서 꼭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역대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국외 U턴파 선수 중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는 총 8명이다. 이 중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되거나 두 시즌 내에 주전급으로 도약한 선수는 삼성 장필준, 넥센 김성민, NC 정수민 정도다.
 
장필준은 2015년 삼성 입단 이후 4시즌 동안 163경기(196.1이닝)에서 12승 18패 22홀드 31세이브 4.77의 평균자책으로 불펜을 책임지고 있다. 김성민도 SK 입단 이후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뒤, 완투 1번을 포함해 72경기(125.2이닝) 6승 4패 5홀드 5.23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정수민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3경기(116이닝) 등판해 6승 9패 평균자책 6.59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1라운드 지명자는 어떨까. 2015년 1라운드에 지명되며 롯데에 입단한 ‘80만 불의 투수’ 안태경은 1군 명단에 한 번 이름을 올렸을 뿐 끝내 출전하지 못하고 2018년 프로에서 은퇴했다. 2016년 KT는 국외파 최초로 1라운드 1순위로 남태혁을 지명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셈. 하지만 남태혁은 2018년 현재까지 3시즌 동안 54경기 출전 타율 0.226, 홈런 2개 타점 13개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2017년 1라운드로 지목된 한화 김진영(4경기 7.1이닝 평균자책 6.14), NC 신진호(29경기 타율 0.147)도 올 시즌까지 국내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해 '즉시전력감' 평가 속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넥센 김선기는 20경기(21.1이닝) 평균자책 6.75 1패 1홀드만 기록한 뒤, 6월 21일 이후 1군에서 말소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미국 무대에서도 싱글 A, 루키리그 정도에 머물다 돌아온 선수들은 국내에 돌아온 뒤에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선수도 최근엔 트리플 A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선수가 아니면 KBO리그에서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 U턴파 선수의 기량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T 김재윤, SK 김동엽, 롯데 나경민 : 설움 딛고 주전 도약”
 
[엠스플 현장] 국외 유턴파 향한 아쉬움 바로 KBO리그에서 뛰었다면

 
KT 김재윤과 SK 김동엽, 롯데 나경민은 1라운드 지명은 아니지만 국내 적응에 성공하며 팀의 핵심 또는 주전급으로 성장한 선수들이다.
 
김재윤은 2015년 KT가 특별 지명권을 사용해 영입한 선수다. 미국 마이너리그 등에서 포수로 뛰었지만 투수로 전향해 팀의 주전 마무리로 성장했다. 김동엽은 9라운드에 가까스로 SK의 선택을 받았지만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쳐내며 팀의 핵심 거포로 활약 중이다. 2015년 롯데 3라운드로 지명된 나경민도 주루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국가대표로 발탁되기까지 했다.
 
국외 U턴파 중에 최형록(2014년 두산 8R), 정규식(2015년 LG 4R), 석지형(2015년 롯데 4R), 이케빈(2016년 삼성 2R)은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 트라이아웃을 신청한 선수 몇몇은 분명 프로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좋은 선수들이다. 다만 이 선수들이 국내에 남아있었더라면 본인의 기량을 더 크게 발전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8월 20일 트라이아웃 현장에 있던 한 스카우트는 “이대은, 이학주가 만약 처음부터 국내에서 뛰었다면 지금쯤 어떤 성적을 내고 있을지 생각해 본다. 지금도 저렇게 재능이 뛰어난 걸 보면, 아마도 벌써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특급 유망주의 국외 진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
 
[엠스플 현장] 국외 유턴파 향한 아쉬움 바로 KBO리그에서 뛰었다면

 
이처럼 국외파가 속속 국내로 ‘유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고졸 신인의 선택은 국외 진출보다는 국내 잔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류현진, 강정호 등 성공사례가 나오며 국외로 직행하는 것보다 한국 야구를 경험하고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한동안 '담합'에 가까울 만큼 낮게 책정됐던 신인 계약금이 2012년 유창식(7억 원), 2013년 윤형배(6억 원) 등을 계기로 현실화된 것도 특급 유망주들이 국내 잔류를 선택하게 된 이유다. 지난해 드래프트 1차 지명 안우진은 계약금 6억 원에 넥센과 계약했고, 2차 1라운드 1순위 강백호도 4억 5천만 원에 사인했다. 미화로 환산하면 각각 약 54만 달러, 40만 달러 해당한다. 
 
한 스카우트는 "최근엔 1차 지명이 유력한 특급 유망주가 국외 진출을 선택하는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 KBO리그에 잔류해도 많은 계약금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선수들이 주로 미국행을 선택하는 편"이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 진출한 배지환, 올해 LA 다저스와 계약한 최현일은 모두 30만 달러 계약금을 받고 미국 구단에 입단했다.
 
 
2016년 최원태, 2018년 강백호 모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눈독을 들이던 선수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백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뿌리치고 국내 잔류를 택했다. 최원태는 올 시즌 ‘국내 다승 1위 투수’ 타이틀을 달고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발탁됐다. KT 강백호는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3번째로 데뷔 첫해 20홈런을 달성하며 KBO의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물론 주목받는 고졸 유망주가 KBO리그에 입단해 100%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소수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고졸 유망주가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리그 선수로 도약할 가능성은 그보다 훨씬 더 희박하다. 2000년 이후론 추신수 정도만이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빅리거로 도약한 유일한 사례다. 
 
 
올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이학주는 고교 시절 동갑내기인 안치홍, 김상수, 허경민, 오지환과 함께 ‘유격수 5인방’으로 불렸던 선수다. 115만 달러의 계약금을 안고 미국으로 날아갔던 이학주는 딱 10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국외 진출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한국야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큰 손실임이 분명하다.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은 “길게 던질 투수가 없다”며 국내 투수진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2006년 110만 달러의 계약금으로 LA 에인절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정영일, 2010년 시카고 컵스와 120만 달러에 계약한 김진영. 이런 대형 유망주들이 국내에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왕년의 '최대어'들을 보면서 자꾸만 드는 생각이다. 
 
박재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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