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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7회까지 최강팀’ 롯데, '불펜야구' 쉽지 않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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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화) 10:00

                           
| 롯데 자이언츠는 6월 들어 타선의 맹타와 선발진 안정 속에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2017시즌의 기적을 재현하려면 아직 한 가지가 부족하다. 무너진 불펜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게 급선무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7회까지 최강팀’ 롯데, '불펜야구' 쉽지 않네

 
[엠스플뉴스]
 
‘야구를 7회까지만 하면 안 되나요?’ 지난해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 로스 앳킨스는 MLB.com과 인터뷰에서 저 주장을 했다가 거센 비난과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앳킨스의 주장을 소개한 국내 기사 댓글창은 지금 다시 읽어봐도 살벌한 반응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앳킨스 단장님, 한국 포털사이트 댓글은 읽지 마시길. 
 
하지만 지금의 롯데 자이언츠 같은 상황이라면, 어쩌면 앳킨스의 파격적 주장이 현실로 이뤄지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7회까지 앞선 채로 이닝을 끝내는 건, 지금의 롯데가 그 어느 팀보다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회까지 앞선 채로 이닝을 끝내는 것도, 점수를 앞선 상태로 클리닝타임을 진행하는 것도 롯데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6월 성적을 보자. 롯데는 6월에 치른 14경기 가운데 10경기에서 ‘7회말까지 리드’를 유지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2위 두산 9경기). 6회말까지 리드한 경기도 총 11경기로 2위 두산(9경기)을 따돌리고 단독 1위다. 5회말까지 리드한 경기는 총 10경기로 두산과 함께 최다 1위다. 
 
만약 앳킨스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돼 야구가 7회에 끝났다면, 아니 6회에 끝났다면, 천재지변으로 5회에 일찍 마무리됐다면 롯데는 실제 거둔 것보다 훨씬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앳킨스 룰’ 세계에서 롯데가 최강팀인 이유는 간단하다. 막강한 타선과 탄탄한 선발진 덕분이다. 6월 들어 롯데 타선은 가공할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민병헌 복귀와 함께 타선 전체의 톱니바퀴가 스위스제 시계처럼 힘차게 맞물려 돌아가는 중이다. 6월 팀 OPS 0.963으로 10개 구단 1위. 6월 팀 득점도 111점으로 1위. 팀 홈런도 33개로 1위다. 
 
지지부진하던 선발투수진도 안정을 찾았다. 외국인 투수 듀오의 호투에 ‘퀄리티 스타트 제조기’ 노경은의 활약이 선발진 안정의 바탕이 됐다. 여기다 김원중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 가는 중이고, 팔꿈치 재활을 마친 박세웅까지 마운드에 복귀했다. 6월 들어 롯데 선발진의 평균자책은 3.69로 두산(3.66)에 이은 리그 2위다. 
 
막혔던 타선이 시원하게 터지고, 흔들리던 선발진도 탄탄해지면서 롯데는 5회, 6회, 7회까지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고 앞서 나가고 있다. 문제는 불펜이다. 잘 버티던 불펜이 6월 들어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와 함께 롯데의 경기 후반은 공포영화 ‘유전’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악몽이 되고 말았다.
 
타선-선발 안정 이룬 롯데, 문제는 불펜이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7회까지 최강팀’ 롯데, '불펜야구' 쉽지 않네

 
롯데 불펜의 공포 극장은 지난주 극에 달했다. 6월 13일 사직 삼성전. 5점차 리드를 못 지키고 동점을 허용해 연장 11회 혈투를 펼쳐야 했다. 14일 사직 삼성전에선 6점차로 앞서던 경기를 뒤집혀 대역전패를 당했다. 불펜이 허용한 점수가 무려 8점이다.
 
17일 문학 SK전에서도 롯데는 5회까지 11-1이던 경기를 13-7로 만드는 짜릿한 스릴을 경험해야 했다. 공포영화가 무서운 건 완전한 승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 소멸한 줄 알았던 적이 다시 살아나 뒤에서 반격해오는 경험. 6월 들어 롯데의 경기 흐름이 그렇다. 
 
6월 들어 롯데의 7회말까지 앞선 경기 승률은 0.800로 10개 구단 가운데 9위다. 10번 중에 2번이나 역전패를 경험했다. 6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도 0.727로 10개 팀 중에 8위에 그쳤다. 그럼 5회까지 앞선 경기는? 승률 0.700으로 9위다. 롯데보다 후반 승률이 나빴던 팀은 KT 한 팀 뿐이다. 
 
타선과 선발에 힘입어 앞서나가는 건 잘 하는데, 불펜 때문에 결과는 패배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6월 롯데 불펜은 평균자책 8.80으로 10개 팀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봐도 불펜 평균자책 5.55(9위)로 영 좋지 않다. 블론세이브도 11차례로 10개 팀 가운데 제일 많다. 
 
롯데 불펜의 6월 악몽은 필승조 붕괴에서 시작됐다. 5월까지 잘 던지던 오현택-진명호-손승락이 부진에 빠졌다. 마무리 손승락은 아직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두지 못했다. 시즌 9호 세이브 이후 3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한 차례 2군행을 경험했다.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진명호도 6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 27.00의 부진에 빠졌다. 결국 롯데는 진명호를 15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오현택도 6월 평균자책 8.31로 투구내용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불펜 필승조 역할을 했던 투수들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어깨 통증으로 5월 1일 2군에 내려간 박진형은 아직 2군에서 1경기도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 8홀드로 제몫을 했던 조정훈은 1군 복귀전 3경기에서 0.2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으로 13점을 내준 뒤(평균자책 108.00)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불펜투수가 추가한 승리확률(WPA) 순위에서 30위 내에 이름을 올린 롯데 투수는 ‘선발요원’인 송승준(0.23으로 11위) 한 명 뿐이다. 그 다음이 WPA 0.07로 33위에 오른 진명호다. 승리에 직결되는 중요한 상황에 믿고 내보낼 만한 ‘불펜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 롯데 불펜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한 타선과 선발진의 활약이 좀처럼 팀 승리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리그 최강 불펜을 자랑하는 한화 이글스는 득실점으로 계산한 기대승률은 0.491로 5할도 안 되지만 실제 승률은 0.565로 리그 2위다. 반면 롯데는 기대승률은 0.498로 5할에 가깝지만, 실제 승률은 0.463으로 7위에 그치고 있다. 
 
롯데의 2017시즌 기적, 마운드 안정에서 시작됐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7회까지 최강팀’ 롯데, '불펜야구' 쉽지 않네

 
어쩌면 지난 시즌의 기억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지난해도 롯데는 시즌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위기에 빠져 있었다. 6월 19일까지 시즌 첫 66경기에서 29승 37패 승률 0.439로 7위에 그쳤고, 5위 팀과 격차는 6게임차까지 벌어진 상태였다. 여기다 ‘라인업 카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조원우 감독을 향한 여론의 비난이 극에 달했다.
 
당시 롯데는 선발 평균자책 5.16으로 리그 8위, 불펜 평균자책 5.42로 리그 7위에 그치는 등 마운드가 철저하게 무너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부터 롯데의 반등이 시작됐다. 이후 나머지 78경기를 치르는 동안 롯데는 선발 평균자책 4.07로 리그 1위, 불펜 평균자책 3.83으로 1위를 기록했다. 팀 성적도 7위에서 3위로 끌어올리면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뤄냈다.
 
롯데의 반격은 마운드 안정에서 시작됐다. 불펜에서 마무리 손승락이 굳건하게 뒷문을 책임지고,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박진형 등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면서 필승조가 자리를 잡았다. 마구잡이식 기용이 아닌, 확실한 역할이 주어진 불펜 투수들의 호투 속에 점차 불펜이 안정을 이뤘다.
 
19일 현재 롯데는 시즌 67경기를 치렀다. 67경기 동안 성적은 31승 36패 승률 0.463으로 리그 7위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순위는 똑같이 7위지만 승률은 훨씬 낫다. 게다가 5위 팀과 6게임차로 벌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현재 5위 넥센과 게임차는 1게임 반 차밖에 나지 않는다. 타선과 선발이 상승세로 돌아선 만큼, 불펜만 자리 잡으면 충분히 반등을 이룰 수 있다.
 
무너진 롯데 불펜, 재건 가능할까
 
[배지헌의 브러시백] ‘7회까지 최강팀’ 롯데, '불펜야구' 쉽지 않네

 
조원우 감독은 불펜을 “지금 있는 선수들로 꾸려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행인 건 지난해 박진형, 박시영 등 신예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올해도 젊은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단 점이다. 
 
구승민은 6월 7경기에서 9.1이닝 동안 평균자책 3.86으로 좋은 투구를 펼치고 있다. 장시환도 6월 8경기에서 8.2이닝 평균자책 2.08로 투구내용이 좋다. 
 
여기다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송승준이 2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롯데의 송은범’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 만약 이들 중에 한 두 명이 필승조로 자릴 잡는다면, 롯데는 7회 이후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또 2군에 내려간 진명호, 재활 중인 박진형이 후반기 1군에 합류해 호투를 펼치는 것도 롯데가 기대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불펜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롯데는 6월 14경기 8승 6패로 5할 이상의 좋은 승률을 올렸다. 6월 한달만 놓고 보면 두산, LG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만약 여기가 7회까지 야구하는 앳킨스 월드였다면 훨씬 더 좋은 승률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야구 룰은 9회까지고, 롯데는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조원우 감독과 롯데 코칭스태프는 지난 시즌 그 답을 찾았고, 7위에서 3위로 도약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올 시즌에도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 불펜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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