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민준구 기자]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8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러시아대학선발팀이 3번째 도전 끝에 결국 정상을 차지했고 한국 대표로 나선 연세대는 인상적인 모습 끝에 3위에 올랐다.
▲ 연세대, 악재 속에서도 희망 봤다
대부분의 대학 팀들은 하계 훈련 및 휴가를 통해 9월부터 재개될 대학리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세대는 한국대학농구를 대표해 아시아-퍼시픽 챌린지 대회에 참가하며 여러 악재 속에서도 3위에 오르며 희망을 쐈다.
MBC배 대회 이후, 제대로 된 휴식기 없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연세대는 양재민의 미국 스킬트레이닝 캠프 참가 및 양재혁의 손가락 부상이 겹치면서 정상전력으로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UC 어바인과 러시아대학선발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한국대학농구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대회 내내 눈에 뛴 건 한승희(197cm, C)와 김경원(198cm, C)의 성장이었다. 먼저 한승희는 올해부터 장착한 점프슛을 통해 내외곽에서 연세대의 공격을 주도해왔다. 상대 주득점원을 막아낸 수비력 역시 많은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김경원은 안정적인 리바운드와 탁월한 블록 능력을 과시하며 200cm 신장이 없는 연세대의 낮은 높이를 충분히 커버해왔다.
슈퍼루키 이정현(189cm, G) 역시 매 경기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UC 어바인 전에선 28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 근처까지 끌고 가기도 했다. 백코트 듀오의 한 축인 박지원(192cm, G)은 대회 막바지까지 1번(포인트가드)으로 출전하며 무수한 어시스트를 쏟아냈고 마지막 일본대학선발팀과의 경기에선 본래 포지션인 2번(슈팅가드)으로 돌아가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들에게 이번 대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얻게 했다. 다가오는 대학리그에서 한층 더 성장한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2전 3기 끝에 우승 차지한 러시아
2014년부터 지금까지 5차례 열린 아시아-퍼시픽 챌린지 대회에서 러시아는 항상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다. 2015년에는 한국유니버시아드대표팀, 2017년에는 일본유니버시아드대표팀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 번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UC 어바인에 39분 동안 밀렸지만, 1분여간 폭풍 공세를 펼치며 결국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러시아는 과거에 비해 비교적 작고 빠른 선수들로 구성됐다. 지난해까지 200cm대 후반 선수들로 출전해 높이의 우위로 경기를 진행했던 러시아는 200cm대 초반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국들을 압박했다. 그렇다고 해서 높이가 약해진 것도 아니다. 매 경기 리바운드의 우위를 통해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쳤고 UC 어바인 전에서도 200cm대 후반의 빅맨들을 압도하며 우승까지 올라섰다.
안드레이 파블렌코 감독은 새로운 러시아를 이끌며 다음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릴 유니버시아드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초전이었던 셈. 파블렌코 감독은 “과거보다 젊은 선수들이 적고 연령대를 높여서 데려왔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의 성공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지금 선수들의 손발을 맞추는데 집중했다”며 “러시아가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 농구에 관해선 최고라고 자부하는 우리가 우승 트로피 하나 없이 돌아가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력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우승팀의 당당함을 보였다.
▲ 성적을 떠나 부러웠던 일본대학선발팀의 장기 플랜
2승 3패, 연세대보다 떨어지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친 일본은 지난해 우승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한 채, 고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일본은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옥석 고르기에 나섰고 내년 7월에 있을 이탈리아 나폴리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가 야스시 감독은 “지난 2월 대표팀과 5월에 있었던 이상백배 멤버, 그리고 많은 변화를 준 이번 대표팀까지 3번의 소집을 통해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나설 선수들을 지켜봤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물론, 앞으로 열릴 농구월드컵과 도쿄올림픽을 위해 미래의 희망들을 성장시켜나가고 있다”며 “일본농구는 미래를 보며 달려간다. 당장 눈앞에 놓여 있는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시기가 지나면 우리가 가꾼 보석들이 세계무대를 뛸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농구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뚜렷한 결과는 내지 못하고 있지만, 저연령대 선수들부터 성인 국가대표팀까지 한 단계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내부부터 탄탄하게 하며 어떤 위기 속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뿌리를 심어놓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상백배 대회를 준비하면서 상비군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번 대회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각 대학의 사정과 선수차출에 대한 예민함으로 인해 연세대가 단일팀으로 나왔을 뿐이다.
미래를 보고 달려가는 일본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마냥 손 놓고 감탄사만 내뱉을 수는 없지만, 당장 뚜렷한 계획이 있어 달려갈 힘도 부족한 상황이다.
▲ 그들만의 대회가 되어선 안 된다
작년에도 심각했던 관중동원에 대한 문제는 올해 들어, 더 악화됐다. 대회 마지막 날에 펼쳐진 연세대와 일본의 경기는 ‘한일전’의 특수성으로 사람들이 모였지만, 이외의 경기에선 철저히 외면 받아 왔다. 러시아와 UC 어바인과의 결승은 차마 결승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의 관중들만이 자리했다.
스포츠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계속된 외면 속에서 대회 유지의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회에 참가한 필리핀 대표 데 라 살레 대학은 물론, 러시아와 UC 어바인 등의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텅텅 빈 체육관에 실망한 모습을 보였다. 누구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건 아니지만, 연세대와의 경기에서도 체육관의 공허함을 느끼며 한 숨을 내쉬었다.
대회 개최에만 의미를 둬선 안 된다.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관심을 끌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전체적인 경기 수준은 낮지 않다. 러시아와 일본, 대만은 대학선발팀을 구성했고 필리핀은 국내 최고의 명문인 데 라 살레 대학이 참가했다. 그동안 NCAA 디비전2 소속만 출전시켰던 미국 역시 디비전1 소속인 UC 어바인을 출전시켰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에 따라 대회의 격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선수들의 수준이 문제가 아닌 스스로 대회의 품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 2018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최종 결과
우승_러시아대학선발팀 4승 1패
준우승_UC 어바인(미국) 4승 1패
3위_연세대(한국) 3승 2패
4위_데 라 살레(필리핀) 2승 3패
5위_일본대학선발팀 2승 3패
6위_대만대학선발팀 5패
▲ 역대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우승팀
2014년_고려대(한국)
2015년_한국유니버시아드 대표팀
2016년_하와이-퍼시픽(미국)
2017년_일본대학선발팀
2018년_러시아대학선발팀
# 사진_점프볼 DB(한필상, 홍기웅, 신승규 기자)
2018-08-13 민준구([email protected])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