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도 개장하는데…프로야구 구단, 무관중에 한계점 임박
입장 수입 없어 은행 대출 받아야 할 수도…야구장 상권도 '아우성'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는 올해 팀당 144경기를 다 치른다고 가정할 경우 17일 현재 전체 일정의 26%(187경기)를 끝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래 일정보다 한 달 이상 늦은 5월 5일 개막한 프로야구는 이 기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다.
한때 진정 기미를 보이던 코로나19 사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세로 돌아선 터라 무관중 경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프로야구 각 구단의 수입을 책임지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간다.
무관중 경기로 구단 1년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입장 수입을 전혀 벌지 못한 상황에서 이달 말까지 관중 입장 불허 정책이 이어진다면 운영에 한계점에 봉착하는 구단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마케팅 책임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모기업에 지원금을 바라기도 힘든 형편이다. 야구단의 경제 자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입장객 수를 대폭 제한했다고 하나 국내 워터파크의 대명사인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가 이달 5일 부분 개장하고, 전국 해수욕장도 예정대로 개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프로야구 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박탈감을 줬다.
보건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은 물놀이 시설의 개장을 승인하고 실내 밀집 유흥시설의 집합을 완화하면서도 일정 간격으로 사람 간 거리 두기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프로야구에만 유독 관중 입장 불허를 고수하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선수·코치·구단 관계자·야구팬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내놓고 불만을 토로하진 않지만, 무관중 정책이 계속 이어져선 야구 산업 생태계 자체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걱정한다.
수도권 A 구단의 관계자는 18일 "무관중 경기로 구단 운영에도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캐리비안 베이도 문을 여는 판에 프로야구 관중 입장 허용은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관중 수입, 광고료, 구장 식음료 판매료 등으로 경기당 평균 4억원, 입장 수입으론 평균 1억8천만원을 올렸지만, 올해엔 무관중 정책으로 한 푼도 벌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이 구단의 한 해 운영비 중 모기업의 지원금을 뺀 전체 매출액에서 입장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해당한다.
A 구단 관계자는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선수단과 구단 직원의 급여를 지금까진 지급해왔지만, 무관중이 7월로 이어지면 여러 구단이 아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급여를 줘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의 B 구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해 입장 수입의 30%를 그냥 날렸다"고 B 구단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각 구단 마케팅 책임자들과 얘기해보면 각 구단의 사정이 비슷하다"며 "구단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야구단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도 힘들지만, 야구장에 수억원씩 임대료를 내고 상점을 낸 식음료 판매 사업자들은 무관중으로 수입을 올리지 못해 울상이고, 응원단·경비업체·광고 판매 중계상 등도 아주 난감한 상황"이라며 "지역 상권도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KBO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바람이 잘 통하는 야외에서 열리는 프로야구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추세가 50명 이하로 수일간 이어진다면 관중을 입장하게 해도 될 것'이라는 보건 전문가의 권고를 들어 보건 기관의 관중 입장 승인을 바라고 있다.
구장 수용 규모의 25∼30%의 관중만 들어와도 야구단 운영에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구단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KBO 코로나19 매뉴얼에 따라 각 구단은 신용카드로만 예매하도록 해 혹시나 나올 코로나19 감염자의 동선 추적에 필요한 정보를 관계 기관에 제공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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