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 이슈] ‘선발 FA’ 노경은·금민철, 가치 얼마나 인정받을까
-선발투수 희소한 FA 시장, 사실상 선발 FA는 노경은과 금민철 2명뿐
-롯데 마운드 기둥 노경은, ‘이닝이터’로서 매력 충분
-유일한 좌완투수 FA 금민철, 풀타임 선발 가능성 증명
[엠스플뉴스]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에서 ‘토종 선발투수’는 귀한 자원이다. 타고·투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리그 환경에서 국내 투수가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한 시즌을 선발로 버티는 경우는 갈수록 보기 어렵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도 토종 선발투수는 귀하신 몸이다. KBO가 11월 20일 발표한 2019 FA 자격신청 선수는 총 15명, 투수는 4명 뿐이다.
이 가운데 이보근은 전업 불펜투수로 선발 자원과 거리가 멀다. 내년 38살이 되는 윤성환은 삼성 외 다른 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실질적으로 FA 시장에서 영입 대상으로 분류할 만한 선발투수는 노경은과 금민철, 둘만 남는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적으면 자연히 값이 오른다. 선발투수는 귀한데, 쓸 만한 FA 선발은 두 명 뿐인 상황.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노경은과 금민철에겐 나쁘지 않은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나왔다 하면 6이닝’ 노경은, 생애 첫 FA 대박 가능할까
노경은은 이번 스토브리그 투수 FA ‘최대어’다. 예년 같으면 농담처럼 들렸을지 몰라도, 이번 겨울엔 엄연한 현실이다.
2018시즌 노경은은 무너진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3.42승으로 전체 롯데 투수 가운데 1위, 리그 전체 선발 중엔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투수가 부진하고 국내 선발이 바닥난 롯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를 지켰다.
선발로는 등판하는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버티며 ‘퀄리티스타트 제조기’ 역할을 했다. 19번 선발등판 중에 10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5이닝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경기는 두 차례에 그쳤다. 특히 롯데가 가을야구 실낱 희망을 이어간 9월과 10월 7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며 사실상 ‘선발 에이스’급 피칭을 선보였다.
노경은이 기록한 퀄리티스타트 10회는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15회)에 이은 팀내 2위.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평균 5.83이닝을 던져(레일리 5.94이닝) ‘이닝이터’ 역할을 해냈다. 그러면서도 평균 투구수는 92.95개로 100구가 채 되지 않았다. 그만큼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는 얘기다.
1984년생인 노경은은 내년 시즌 35살이 된다. 하지만 빠른 볼 구위는 여전하다. 2018시즌 패스트볼 평균 142.9km/h로 두산 시절인 2014년(143.6km/h)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롯데 선발 중엔 레일리, 김원중, 펠릭스 듀브론트 다음으로 빠른 공을 던진 노경은이다.
전성기와 차이점이 있다면, 더이상 빠른볼의 힘만 갖고 윽박지르는 피칭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과거 전체 투구의 50% 이상이 포심 패스트볼이던 노경은은 2018시즌 포심 비율을 16.2%로 줄였다.
대신 투심(24.5%) 구사율을 높이고 체인지업(18.9%) 구사를 크게 늘려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요리했다. 여기에 슬라이더(22.9%)와 커브(16.7%)까지 섞어가며 5가지 구종 모두 16% 이상의 구사율을 기록했다. 과거와는 다른 유형의 투수로 거듭나는 데 성공하면서,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FA 시장 유일 ‘좌완선발’ 금민철의 가치는?
노경은의 매력이 ‘이닝소화’ 능력에 있다면, 금민철은 이번 FA 시장에서 유일한 좌완투수라는 게 매력 포인트다. 금민철은 KT 위즈로 이적한 올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넥센 시절인 2010년 이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선발등판 29회로 리그 최다 선발등판 6위에 이름을 올렸고(국내 투수 3위), 팀내 투수 중에선 외국인 듀오 더스틴 니퍼트와 라이언 피어밴드보다도 많은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여기에 8승으로 개인 통산 한시즌 최다승(종전 7승) 기록도 세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퀄리티스타트 11회로 니퍼트-피어밴드 다음으로 많은 QS를 기록했고, 투구이닝도 니퍼트-피어밴드에 이어 팀내 3위(156.1)에 올랐다. 여기에 WAR 1.91승으로 쟁쟁한 선발투수들을 제치고 리그 선발 28위에 올랐다. 좌완 선발로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백정현 다음으로 꾸준한 성적을 기록한 금민철이다.
특히 금민철은 시즌 전반기에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전반기 18차례 선발등판해 102이닝 동안 6승 5패 평균자책 4.94로 순항했다. 8월까지는 팀내 선발등판 1위(23회), 다승 1위(8승) 최다이닝 2위(131.2이닝)로 쾌조의 피칭을 이어갔다.
다만 후반기 부진이 아쉬웠다. 후반기 2승 7패 평균자책 6.29로 오랜만의 풀타임 선발 시즌이 다소 힘에 부치는 인상을 줬다. 특히 9월과 10월 마지막 6경기에서 크게 부진(4패 평균자책 9.12) 시즌 전체 기록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풀타임 선발로 약간의 의문부호를 남기긴 했지만, 좌완 선발투수란 점에서 희소가치가 있는 투수인 건 분명하다. 특유의 내츄럴 커터를 스트라이크존에 자신있게 던지면서 볼넷을 크게 줄이고, 이닝소화 능력이 향상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KBO리그 FA 제도 특성상 ‘특급 FA’ 선수 외에는 타구단 이적이 쉽지 않은 한계는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구단이 선발투수난을 겪는 상황에서 평균 6이닝을 소화하는 선발투수(노경은)와 풀타임 선발 좌완(금민철)은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다.
모든 구단이 육성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수준급 선발투수는 육성으로 하루아침에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스토브리그 둘 뿐인 ‘선발 FA’ 노경은과 금민철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값어치를 인정 받을지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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