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호솔 사건, ‘은폐·축소·말바꾸기·솜방망이 처벌’이 일상인 KBO
-윤호솔, 한화로 트레이드 이틀 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KBO "지인에게 다른 생각없이 통장과 체크카드 빌려준 것. 알고 보니 '지인'은 없었고, 돈을 벌 목적으로 자신의 통장 넘긴 것.
-3월 사건 발생, 7월 형사 재판, 8월 KBO 보고. 윤호솔, 징역 8개월 구형 나올 때까지 구단에 숨겨
-KBO 상벌위, 피해자 아닌 범죄 연루자에게 2개월 활동정지 솜방망이 처분 논란
-KBO의 야구계 희롱 "자격정지와 참가활동 정지는 같은 것". 뒤늦게 언론이 지적하자 '사과'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투수 윤호솔이 트레이드 이틀 뒤 곧바로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3월 말 사건이 벌어진 뒤 7월에 형사 재판을 받은 윤호솔은 8월에서야 구단에 범죄 사실을 실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KBO의 "윤호솔이 지인에게 생각없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겨줬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8월 27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윤호솔에게 KBO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3호에 의거 60일 참가 활동정지와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80시간의 제재 부과를 발표했다. 소속 구단 한화는 윤호솔에 사회봉사 120시간 추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트레이드 이틀 뒤 범죄 저지른 윤호솔, 4개월 넘게 숨겼다
윤호솔은 3월 20일 NC 다이노스에서 한화로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다.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호솔은 트레이드 통보 하루 전인 19일 성명불상자로부터 ‘하루 인출 한도가 600만 원 이상인 개인 계좌를 빌려주면 하루에 90만 원씩 주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트레이드 이틀 뒤인 22일 윤호솔은 택배를 이용해 본인 명의 체크카드 두 개를 성명불상자에게 송부했다. "지인에게 다른 생각없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빌려줬다"는 KBO의 설명과 달리 윤호솔 사건엔 애초부터 '지인'은 없었다.
윤호솔은 "트레이드 통보 뒤 거주지 이전 등 금전이 필요한 상황이 나와서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윤호솔이 원했던 현금 수령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호솔의 체크카드를 받은 성명불상자는 23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어 은행에서 곧바로 윤호솔의 체크카드가 ‘보이스 피싱에 사용됐다'며 거래 중지 통보를 내렸다.
윤호솔이 대가(하루에 90만 원씩)를 약속받고서 접근 매체(체크카드)를 대여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위반이다. 결국, 윤호솔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윤호솔은 4월 말 주소지 관할 경찰서로 출두해 관련 조사를 받았다. 이후 7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은 윤호솔에게 검찰은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문제는 윤호솔이 1심 재판을 받을 때까지 구단에 관련 범죄 사실을 함구했단 점이다. 윤호솔은 1심 재판에서 검찰의 구형이 나오고서야 구단에 범죄 행위를 실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을 인지한 한화 구단은 8월 곧바로 윤호솔 사건을 KBO에 보고했다. 한화 보고를 받은 KBO는 8월 11일 윤호솔에게 참가 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윤호솔이 보이싱 피싱 범죄에 연루된지 5개월이 지난 8월 17일 1심 재판부는 3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조 관계자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윤호솔이 제공한 체크카드 두 개가 범죄에 이용됐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했으나, 윤호솔이 전과가 없고, 깊이 반성하면서 재판부가 징역 대신 벌금형을 선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호솔 향한 솜방망이 징계, 철저한 재조사와 재징계 필요
더 큰 논란은 KBO 상벌위원회의 징계 처분이다. 윤호솔은 자신이 돈을 벌 목적으로 범죄 행위에 가담했음을 자백했다. 또 자신이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4개월이 넘도록 숨겼다. 하지만, KBO 상벌위는 보이스 피싱 범죄와 관련해 전자금용거래법을 위반한 윤호솔에게 단지 2개월 참가활동 정지 처분만을 내렸을 뿐이다. 매번 솜방망이만 휘두르는 KBO 상벌위의 태도가 여전히 달라진 게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것도 KBO는 보도자료에 '자격정지 2개월'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썼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자격정지는 구단이 요청해야 하는 것인데 한화는 자격정지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하자 정금조 사무차장보는 "참가활동 정지와 자격정지는 똑같은 것"이란 희대의 아무말 대잔치로 야구계와 야구팬을 희롱했다.
한화 구단의 처분도 마찬가지였다. 한화는 KBO 상벌위의 징계 소식이 나오자 슬그머니 사회봉사 120시간의 추가 징계를 발표했다. 사건의 내막을 한화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나마 한화는 윤호솔의 징계가 적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다시 징계 강도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 온라인 도박, 성폭행에 이어 보이스 피싱으로까지 프로선수의 범죄 연루가 확대된 만큼 KBO와 구단은 이 사건을 그냥 덮으려고만 해선 안 된다. 철저한 재조사와 더불어 범죄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재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클린베이스볼의 가치를 지킬 방도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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