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민준구 기자] “참 힘드네. 손 한 번 잡아주세요. 기운 좀 받게.”
지난 6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KEB하나은행과 구리 KDB생명과의 경기. 경기 전 라커룸에서 만난 김영주 감독은 한 손에 커피를 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한숨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들은 없었다. 주축선수들의 부상, 어린 선수들의 1군 무대 부적응, 팀의 불투명한 미래까지 겹친 상황 속에서 김영주 감독은 점점 고개를 떨궜다.
“이번 시즌은 모두 정상적이지 않아. 이렇게 선수들이 많이 다친 적이 있나 싶네. 외국선수들까지 몸 상태가 안 좋은 지경이니 이거 참….” 김영주 감독은 짧은 한 마디로 그간의 어려움을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KDB생명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시즌 초반, 조은주의 시즌 아웃까지만 해도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구단 매각설에 의한 여파가 컸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찾아볼 수 없었고 승리를 하더라도 하루 천하에 그칠 때가 다수였다. 게다가 주엘 로이드, 이경은, 구슬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연이어 나타나며 돌파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6일 김영주 감독은 “(샨테) 블랙도 아프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비시즌에 주력 선수라고 훈련시킨 애들이 다 다쳤어. 벤치에서 나와야 될 선수들이 선발로 나선다니까. 성적을 내기가 참 힘든 상황이지”라며 체념한 듯 이야기한 바 있다. 그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쉽게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그에게 닥친 것이다.
결국 KEB하나은행에게 한 때 40점차 까지 밀렸던 KDB생명은 6연패를 기록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했다. 경기 이후 김영주 감독은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모두 부덕한 내 탓이지 뭐.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어. 쉽지 않았을 거야, 경기를 많이 뛰어본 선수들이 아니니까”라고 말하며 씁쓸함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이번 시즌에서 볼 수 있었던 그의 마지막이었다.
프로 스포츠 감독의 자리는 언제나 독이든 성배와 같다. 성적이 잘 나올 때는 이 세상 최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김영주 감독도 이번 시즌 내내 술과 담배를 벗 삼아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했을 정도다.
“경기가 끝나면 남은 선수들로 다음을 생각해야 되는 게 감독이야. 근데 이번 시즌은 참 쉽지 않더라고. 비시즌에 그렇게 잘 하던 아이들이 정규리그만 가면 소극적으로 변해. 훈련을 백날 해도 그런 부분이 고쳐지지 않으면 감독도 뭘 할 수가 없더라고. 술만 계속 먹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힘든 건 사실이야. 내가 덕을 못 쌓은 게 이렇게 돌아오나 봐.”
2015년 KDB생명의 지휘봉을 잡은 뒤 내리 성적이 좋지 않으며 김영주 감독은 평가절하 됐다. 그러나 2010-2011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레알’ 신한은행을 상대로 매 경기 접전을 벌이며 지략가로 이름을 날릴 때를 상기해보면 김영주 감독은 결코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다. 신진 선수들로 구성된 여자농구 대표팀을 이끌고 2014 FIBA 여자농구 월드컵에 참가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더 이상 현장에서 볼 수 없게 됐지만, 그의 과거를 폄하할 수 없다.
어느 때 보다 힘든 시즌을 보낸 김영주 감독은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경기에서 패할 때 마다 선수들을 꾸짖지 않고 자신의 부덕함을 탓 했던 그였기에 뒷모습이 더 씁쓸하다.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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