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 위저즈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을 거치면서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확실히 자리 잡은 워싱턴은 9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정규리그 23승 17패를 기록, 동부 컨퍼런스 4위를 달리고 있다.
워싱턴의 중심은 그 누가 뭐래도 존 월(27, 193cm)이다. 2010 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워싱턴에 입단한 월은 지난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20-10을 기록, 동부 컨퍼런스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발돋움했다. 2년 전 여름,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고질적인 무릎부상 치료를 위해 수술을 감행했던 월은 2016-2017시즌 초반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부진을 거듭했다. 이에 재활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이내 경기력을 회복, 시간을 지날수록 경기력이 상승곡선을 그렸고 플레이오프에선 정점을 찍기도 했다. 평소 포인트가드에게 간섭이 아닌 자율권을 부여하는 스캇 브룩스 감독의 지도방식도 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월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78경기에서 평균 36.4분 출장 23.1득점(FG 45.1%) 4.2리바운드 10.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워싱턴이 내부 집안 단속에만 신경을 쓰는 등 특출 난 전력보강이 없었음에도 동부 컨퍼런스 상위권 전력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것도 사실상 월의 존재가 컸기 때문. 그만큼 이제 워싱턴에서 월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실제로 워싱턴은 11월 중순, 월이 무릎부상으로 빠졌던 9경기에서 4승 5패를 기록하는 데 그치는 등 부진에 빠졌다. 월을 대신해 브래들리 빌이 맹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월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워싱턴은 월의 복귀 후 단 한 번의 연패도 허락하지 않는 등 12경기에서 8승 4패를 기록, 하위권에 쳐져있던 순위를 단숨에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마스 사토란스키, 마이크 스캇 등 그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던 것이 이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면서 최근 워싱턴 상승세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컨디션 회복한 존 월, 시즌 끝까지 이 경기력 유지할까?
최근 NBA는 그야말로 ‘듀얼가드들의 전성시대’다. 그 예로 현재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손꼽히는 스테판 커리(GSW)와 카이리 어빙(BOS), 두 선수 모두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닌 득점력이 장기인 공격형 포인트가드들이다. 반대로 월은 리그에서 몇 안 되는 정통 포인트가드 중 한 명이다. 월은 포인트가드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넒은 시야,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번뜩이는 패스센스가 돋보인다. 하지만 포인트가드로서 월만이 가진 강점은 폭발적인 운동능력이다. 월은 빠른 스피드와 함께 점프력까지 높다. 월이 공·수 양면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자신의 운동능력을 경기에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월은 올 시즌 평균 1.1개의 블록을 기록, 이 부문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월은 정규리그 529경기 출장, 커리어 평균 18.8득점(FG 43.2%) 4.4리바운드 9.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워싱턴 공격의 대부분은 월의 돌파에서 파생된다. 월은 돌파 후 인사이드에 자리를 잡고 있는 마신 고탓, 마키프 모리스 등 동료 선수들에게는 짧은 패스를, 외곽에서 찬스를 엿보고 있는 브래들리 빌, 오토 포터 주니어 등 슈터들에게는 정확한 킥-아웃 패스들을 건네며 찬스들을 만들어 준다. 월 본인도 돌파를 통해 많은 득점을 만들고 있다. 월의 슛 점유율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돌파에 이은 레이업 득점이 대부분이다. 더불어 커리어 평균 5.5개(FT 78.6%)의 자유투를 얻어낼 정도로 파울 유도 능력도 나쁘지 않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득점을 먼저 생각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월은 돌파 후 우선 순위로 슛이 아닌 패스를 염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월은 2대2플레이 전개에도 능한 선수다. 현재 워싱턴의 주전 센터를 맡고 있는 마신 고탓(33, 211cm)은 월의 든든한 2대2플레이 파트너이자 두 사람의 2대2 픽앤 롤 플레이는 워싱턴이 자랑하는 강력한 공격옵션 중 하나다. 최근 고탓은 노쇠화의 기미를 보이며 월이 찔러주는 패스들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횟수가 늘고는 있다. 올 시즌 고탓의 야투성공률과 함께 월의 어시스트 수치가 함께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 정상급 스크리너인 고탓의 탄탄한 스크린만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전까지 월은 고탓의 스크린을 받은 후 본인이 직접 돌파 후에 득점을 올리거나 인사이드로 파고드는 고탓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방식으로 공격을 마무리했다.(*2017-2018시즌 마신 고탓은 정규리그 40경기 평균 27.3분 출장 9.2득점(FG 53.9%) 8.1리바운드 1.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월은 무릎 수술 이후 점프슛을 선택지에 하나 더 추가하며 2대2 공격에 다양성을 더했다. 그간 점프슛이 약점으로 평가받던 월은 지난 시즌 평균 40.8%의 점프슛 성공률을 기록, 커리어-하이를 새로 썼다. 올 시즌은 무릎 부상의 여파 탓인지 점프슛의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1월 들어 또 다시 시도 횟수를 늘리는 등 슛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캐치 앤 슛 상황에서 평균 50%(평균 1.3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슛감이 좋기에 빠른 시일 내에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월이 점프슛에서도 제 컨디션을 찾아간다면 워싱턴으로선 공격에 또 한 번 파괴력을 더하게 될 수 있게 된다. 이미 올 시즌 워싱턴은 공격에서 3점슛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음에도 평균 108.9득점(득·실점 마진 +2.4)으로 이 부문 리그 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올 시즌 워싱턴은 평균 9.7개(3P 36.9%)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고탓이 롤맨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 반대로 중거리슛 능력을 갖춘 마키프 모리스(28, 208cm)와 마이크 스캇(29, 206cm) 등은 주로 픽앤 팝 상황 시 월의 2대2 파트너로 나서고 있다. 그중 모리스가 탈장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며 기회를 잡은 스캇은 워싱턴의 핵심 로테이션 멤버로 성장, 워싱턴의 약점으로 평가받던 벤치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다. 스트레치형 빅맨인 스캇은 올 시즌 정규리그 36경기에서 평균 19분 출장 9.6득점(FG 57.8%) 3.4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3점슛도 평균 1개(3P 43%)를 성공시키며 워싱턴의 외곽화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이 다소 부진하고 있음에도 워싱턴의 공격력이 더 좋아진 것도 월의 파트너인 브래들리 빌의 득점 생산력이 높아짐과 동시에 스캇, 켈리 오브레 주니어 등 벤치멤버들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월은 최근 워싱턴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비결로 ‘건강’을 꼽았다. 본인뿐만 아니라 시즌 초반 잔부상에 시달리던 선수들이 부상을 털어내면서 경기력이 정상궤도로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월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덩달아 팀 분위기도 좋아지면서 하프타임에 선수들끼리 문제점 개선을 위한 토론을 이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후반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더 늘어났다는 후문. 브룩스 감독도 선수들의 편한 휴식을 위해 되도록 하프타임에는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고탓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의 상승세가 결코 우연이 아닌 우리 팀의 본 실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연 건강을 되찾으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월의 질주는 시즌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최근 워싱턴의 상승세에는 그 누구도 아닌 월이 자리하고 있다.
▲‘건강한 브래들리 빌’, 동부 컨퍼런스 정상급 슈팅가드로 성장하다!
2년 전 여름, 브래들리 빌(24, 196cm)과 워싱턴의 재계약 소식은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FA자격을 얻었던 빌은 계속해 워싱턴 구단 측에 맥시멈 계약을 요구, 결국 빌과 워싱턴은 5년간 1억 2,7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빌의 계약이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가 리그를 대표하는 유리 몸이기 때문이었다. 2012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워싱턴에 입단했던 빌은 2013-2014시즌, 정규리그 73경기를 출장한 것을 제외하곤 부상의 악령에 시달리며 70경기 이상을 출전한 적이 없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빌의 이름 앞에는 어느새 최악의 3순위라는 오명까지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재계약을 앞뒀던 2015-2016시즌도 55경기 출장에 그쳤기에 팬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포함해 최근 두 시즌, 빌은 특별한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면서 이른바 몸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빌의 경기 도중 타박상을 입을 때마다 팬들은 행여 빌이 시즌 아웃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팬들의 걱정과는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쳤고, 경기력도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한 빌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77경기에서 평균 23.1득점(FG 48.2%) 3.1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올 시즌도 평균 +20득점을 넘기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9일 현재 빌은 정규리그 40경기에서 평균 35.6분 출장 23.6득점(FG 45.3%) 4.4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만약,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빌은 지난 시즌에 이어 대부분의 기록에서 다시 한 번 커리어 하이를 새로 쓰게 된다.
빌의 장점은 다름 아닌 ‘폭발력’과 ‘외곽슛’이다. 빌은 커리어 평균 39.5%(평균 2.1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외곽슛이 강점인 선수다. 올 시즌도 평균 2.4개(3P 36.6%)의 3점슛을 성공, 워싱턴의 외곽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밀워키 벅스와의 경기에선 3점슛 2개(3P 40%)를 성공, NBA 역사상 최연소로 3점슛 +700개를 달성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NBA 역사상, 만 25세 이전에 3점슛 +700개를 달성한 선수는 빌(24세 145일)을 포함, J.R 스미스(24세 149일), 케빈 듀란트(24세 198일), 길버트 아레나스(24세 316일), 카이리 어빙(24세 364일)까지 총 5명이다. 올 시즌까지 빌은 통산 759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빌이 3점슛에 일가견이 있는 탓인지 일부에선 빌을 리그 최고의 슈터 중 한 명이었던 레이 알렌과 비교하기도 한다.(*알렌은 정규리그 1,300경기에 출전해 커리어 통산 2,973개(3P 40%)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월과 빌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서로가 서로에게 보완재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 빌은 슈팅이 약점인 월의 단점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또, 볼 핸들링이 좋아 빌은 월이 쉬고 있는 동안 경기운영까지 도맡고 있다. 월이 부상으로 빠졌을 당시에서 빌은 2대2플레이의 메인 볼 핸들러 역할을 맡기도 했다. 더불어 최근에는 돌파의 빈도까지 늘리면서 내·외곽을 넘나드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데뷔 시즌부터 전문가들은 “빌이 리그 정상급 슈팅가드로 성장하기 위해선 돌파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을 건넸다. 이에 빌은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돌파력과 함께 파울 유도 능력까지 좋아졌고 올 시즌 평균 5.2개의 자유투(FT 78.9%)를 얻어내며 이 부문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빌은 커리어 평균 3.4개(FT 79.5%)의 자유투를 얻고 있다)
실제로 빌의 자유투 시도는 데뷔 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고탓의 스크린은 월에게만이 아니라 빌에게도 손쉬운 돌파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빌까지 돌파력을 갖추면서 그간 월의 돌파를 막는 데만 집중했던 상대팀들도 월과 빌, 두 선수의 돌파를 모두 막아야하기에 수비적인 부담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월도 돌파를 함에 있어 이전보다 수비에서 견제를 덜 받는 것과 함께 월과 고탓의 2대2 픽앤 롤 플레이만큼이나 빌과 고탓의 2대2 픽앤 롤 플레이도 지금은 워싱턴이 자주 사용하는 공격옵션이 됐다. 또,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들로 외곽에 있는 선수들의 찬스를 살려주는 등 빌의 돌파는 여러 모로 워싱턴의 공격전술에 다양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도 무섭다. 특히, 빌은 다른 슈터들과 마찬가지로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풀린 듯 매서운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빌은 후반에만 평균 13.3득점(FG 43.8%)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부터 워싱턴을 이끌고 있는 브룩스 감독은 빌에게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려줄 것을 지시, 월과 마찬가지로 공격에서도 빌에게 자율권을 부여했다. 이는 빌의 자신감과 함께 득점력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6일에 있었던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전에서 빌은 3점슛 5개(3P 41.7%)를 포함해 51득점(FG 56.8%)을 기록, 본인의 득점 부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워싱턴은 월의 결장에도 빌이 후반에만 무려 32득점(FG 59%)을 폭격, 덕분에 포틀랜드로부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앞선 11월에는 3경기 연속으로 +35득점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월과 함께 빌의 성장세도 함께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동부 컨퍼런스 최고의 백코트 듀오로 ‘월-빌 콤비’를 뽑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 예로 NBC Sports는 이들 듀오를 두고 “월은 이제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 더해 빌까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주며 두 선수의 조합은 이제 리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해졌다”는 말을 전했다는 후문. 빌의 경우, 12월 마지막 주, 동부 컨퍼런스 이주의 선수로 뽑히면서 2017년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는 빌의 데뷔 후 첫 이주의 선수 수상이기도 하다.(*반대편인 서부 컨퍼런스에선 루 윌리엄스(LAC)가 선정됐다)
지난 시즌부터 월은 새 시즌의 소망으로 빌과 함께 올스타전을 누비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월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올스타에 뽑히고 있지만 빌은 아직까지 올스타전 출전경험이 없다. 하지만 올해는 월과 빌, 두 선수의 동반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선수가 선발로 코트를 누빌 수는 없겠지만 워싱턴에 이어 올스타전까지 함께 코트를 누비며 명실상부 리그 최강의 백코트 듀오 중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 워싱턴의 팬들에게는 성적과 함께 두 선수의 계속된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빌은 지난해 올스타전 투표에서 팬 투표 14위, 선수 투표 8위를 기록했다)
▲오토 포터 주니어, 빌-월 콤비를 뒷받침하는 워싱턴의 숨은 살림꾼!
2년 연속 집안단속에 주력했던 워싱턴은 2016년 여름, 빌을 잔류시킨 데 이어 지난해 여름에는 제한적 FA였던 오토 포터 주니어(24, 203cm)와 대형 연장계약을 맺으며 그를 붙잡았다. 워싱턴은 브루클린 네츠가 포터를 잡기 위해 4년 1억 6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제시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포터와 이 가격에 재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2년 전, 빌과의 대형 재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여름, 월과도 4년 1억 7,0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으며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었던 터라 일부 워싱턴 팬들 사이에선 “너무 과한 금액에 포터를 붙잡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워싱턴 소재 조지타운 대학 출신의 포터는 2013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워싱턴에 입단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올 시즌 포터는 사실상 워싱턴 수비의 핵심 축으로 활약,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던 비난들을 종식시키고 있다. 데뷔 이후 계속해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주던 포터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확실히 리그 정상급 3&D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포터는 2016-2017시즌 80경기에서 평균 32.6분 출장 13.4득점(FG 51.6%) 6.4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 3점슛도 평균 1.9개(3P 43.4%)를 성공시키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올 시즌도 정규리그 36경기에서 평균 31.4분 출장 14.2득점(FG 49.5%) 6.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3점슛 성공 역시 평균 1.8개(3P 44.8%)라는 숫자를 기록지에 남기고 있다.
포터는 데뷔 시즌인 2013-2014시즌, 37경기만을 출장한 것을 제외하고 매 시즌 70경기 이상을 출전하며 기량을 다져왔다. 워싱턴은 데뷔시즌 포터에게 가비지 타임 때조차 제대로 된 출전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팀의 문화를 익히라는 차원에서 포터를 G-리그가 아닌 NBA에 남겨두고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갔다. 그 결과, 포터는 ‘3&D 플레이어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포터의 왕성한 활동량은 워싱턴의 에너지레벨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포터는 내·외곽을 넘나드는 수비력에 상대의 패스길까지 효율적으로 차단할 정도로 수비센스가 돋보이는 선수다. 올 시즌 포터는 평균 1.5개의 스틸을 기록,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음과 동시에 수비 효율성 수치를 나타내는 디펜시브 레이팅(DRtg)도 101.6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포터는 시즌 초반 탈장 부상으로 빠진 모리스를 대신해 주전 파워포워드를 맡으며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포터를 주전으로 내세우며 워싱턴은 이전의 세트오펜스를 중시했던 것과 달리 빠른 농구를 펼치며 공격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오브레 주니어가 주전으로 활약, 수비적인 부담을 줄여주면서 포터는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릴 수 있었다. 이는 공격에서 모리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브룩스 감독이 선택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모리스의 복귀와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포터는 본래 자신의 임무인 수비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간 워싱턴 수비의 중심은 고탓이었다. 그러나 최근 고탓의 노쇠화가 이어지면서 워싱턴은 새롭게 수비조직력의 중심을 맡아줄 선수가 필요했고 이제는 포터가 자연스럽게 그 바통을 이어받아 워싱턴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때문에 워싱턴으로선 최근 엉덩이 부상으로 컨디션이 들쭉날쭉한 포터의 몸 상태가 매우 아쉽게 됐다.
▲켈리 우브레 주니어, ‘워싱턴 벤치의 핵심’으로 성장하다!
올 시즌 워싱턴은 앞서 언급했듯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워싱턴은 탄탄한 주전 라인업에 비해 벤치전력이 약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벤치전력이 급상승했다. 그중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선수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3년차를 맞이한 켈리 우브레 주니어(22, 201cm)다. 우브레는 2015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에 지명됐지만 당시, 19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워싱턴이 제리언 그랜트(CHI)와 우브레를 맞교환하면서 워싱턴에 둥지를 틀게 됐다.
우브레의 장점은 다름 아닌 폭발적인 운동능력이다. 더불어 파이팅까지 넘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선 켈리 올리닉과, 올 시즌에는 다수의 선수들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모리스의 부상으로 주전 스몰포워드로 나섰던 우브레는 본인의 빠른 발을 이용해 속공에 적극적으로 참여, 트렌지션 게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또,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력 향상에 많은 공을 들였던 우브레는 볼 핸들링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직접 볼을 운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돌파까지 선보이며 많은 득점을 만들고 있다. 더불어 약점으로 지적받던 슈팅능력까지 발전을 이루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돌파, 현재 워싱턴 벤치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우브레는 정규리그 40경기에서 평균 27분 출장 11.6득점(FG 42.9%) 4.8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3점슛도 평균 1.5개(3P 37.6%)를 성공시키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비에선 아직은 웨이트 보강이 필요해 파워에선 밀리지만 끈질기게 상대를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있다. 최근 상대편과의 충돌이 잦아진 것도 그만큼 오브레의 악착같은 수비에 상대로 짜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어디까지나 우브레의 싸움닭 기질은 코트 안에서만 발휘될 뿐, 경기 종료 후에는 자신과 신경전을 벌였던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예로 지난해 10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경기에서 드레이먼드 그린과 빌이 난투극을 벌였을 당시, 우브레도 이 싸움에 휘말렸고 반대편에서 이 난장판을 수습하던 클레이 탐슨의 얼굴에 상처를 내게 됐다. 당시에는 격한 감정으로 서로에게 감정이 상했지만 우브레는 경기 종료 후 곧바로 원정 라커룸으로 탐슨을 찾아가 괜찮냐는 말과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브레는 올 시즌 경기력과 함께 인성적인 측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며 워싱턴의 새로운 미래로 급부상하고 있다.
NBA는 다른 리그들과는 달리 한 시즌 일정이 정규리그만 82경기에 이를 정도로 호흡이 길다. 플레이오프까지 합하면 그 경기 수는 더 늘어나기 때문에 구단의 입장에선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워싱턴도 지난 시즌 후반기,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벤치전력 보강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오프시즌 주축 선수들을 잡는 데만 열중하면서 벤치전력을 제대로 보강하지 못했다. 이에 조금은 불안한 시즌이 예고됐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재를 틈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어지면서 올 시즌 워싱턴은 한 단계 더 전력이 업그레이드 된 상황. 우브레와 마찬가지로 201cm의 장신 포인트가드, 토마스 사토란스키(26, 201cm)도 최근 벤치멤버로 중용을 받으면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사토란스키의 투입으로 워싱턴은 짧은 시간 평균 신장이 2m에 이르는 탄탄한 수비벽을 쌓을 수 있게 됐다.(*사토란스키는 올 시즌 정규리그 31경기에서 평균 16.8분 출장 5.1득점(FG 49.6%) 2.4리바운드 2.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2017-2018시즌, 동부 컨퍼런스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오프시즌 스타 선수들이 대거 서부 컨퍼런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컨퍼런스의 전체적인 전력이 하향평준화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그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동부 컨퍼런스의 중위권은 혼돈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월-빌 콤비를 중심으로 최근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떠오른 워싱턴의 올 시즌 목표는 아마 상위권 시드를 확보할 수 있는 컨퍼런스 상위권 진입일 것이다. 과연 최근 월의 복귀로 점점 전력의 정상화를 찾아가고 있는 워싱턴은 본인들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워싱턴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