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헌의 브러시백] ‘임창민 이탈’ NC 불펜, 탈출구는 있나
| 지난 4년간 리그 최강 자리를 지켰던 NC 다이노스 불펜이 흔들린다. 시즌 초반 불펜 집단 난조에 이어, 마무리투수 임창민의 팔꿈치 수술이란 악재까지 터졌다. NC가 이 위기를 딛고 불펜 안정을 이룰 수 있을까.
[엠스플뉴스]
마침내 NC 다이노스 불펜에도 부상 이탈 선수가 나왔다. 마무리 투수 임창민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대에 오른다. 수술, 재활, 복귀 기간을 계산하면 1년 이상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다.
임창민은 지난 5년간 NC 불펜 에이스였다. 특히 지난 세 시즌 동안엔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올 시즌엔 초반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간 상태였지만, 주력 불펜투수의 시즌 초 부상 이탈은 큰 악재다. 이번주 안에 임창민을 1군에 불러 불펜 안정을 꾀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NC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이유로 흔히 ‘타격침체’를 거론한다. 어느 정도는 일리있는 지적이다. 팀 득점 140점으로 꼴찌, 팀 홈런 31개로 8위, 팀 타율 0.249로 꼴찌, 팀 OPS는 0.689로 유일하게 0.700 이하다. 선발투수 득점지원도 평균 3.84점으로 유일하게 4점에 미치지 못하는 팀이 NC다.
그러나 NC의 멤버 구성과 타격의 특성을 생각하면, 타선 침체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 2일 넥센전에서 NC는 17안타 6홈런을 몰아치며 13득점, 길었던 집단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반면 믿었던 불펜투수진의 난조는 좀처럼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NC는 4월 7일부터 15일까지 내리 9연패를 당했다. 연패의 늪은 잡아야 할 경기를 역전패 당하면서 시작됐다. 7일 두산전에서 NC는 6회초 3-2로 경기를 뒤집은 뒤 6회말 곧바로 4-3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3-6으로 졌다. 다음날 경기도 6-9로 지던 경기를 9회초 10-9로 뒤집어 놓고, 9회말 다시 2점을 내주며 10-11로 졌다.
이틀 뒤인 10일 KT전은 더 충격적이었다. 4-0으로 앞서던 경기를 8회말 2점, 9회말 3점을 내줘 4-5로 역전패했다. 3연패. 이후 타선이 약속이라도 한듯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NC의 연패가 한없이 길어졌다. NC의 연패 행진은 17일 NC만큼이나 분위기가 다운된 팀 넥센 상대로 연장 11회 혈투 끝에 3-2로 승리하면서 힘겹게 끝이 났다.
김경문 감독은 9연패를 끊은 뒤 “당연히 잡아야 할 경기를 내주면서 연패가 시작됐다”고 했다. 지난해 NC는 한점차 경기에서 0.649로 리그 최고 승률을 올렸다. 한두 점차 접전에서도 경기 후반 불펜이 완벽하게 틀어막는 사이 타선이 점수를 내서 이기는 날이 많았다. 타선이 터지지 않을 때도 불펜의 힘으로 승리를 챙기곤 했던 NC다.
올해 1점차 경기에서 NC의 승률은 0.375(7위)에 불과하다. 접전 상황에서 경기 후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날이 많다. 타격 실종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불펜의 부진이다.
기존 승리조 부진 속 유원상, 배재환의 커지는 부담
NC의 당면 과제는 임창민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일단 마무리 자리는 이민호가 대신한다. 이민호는 4월 17일 넥센전 2.2이닝 무실점 호투로 연패 탈출을 이끄는 등, 여러차례 중요한 상황에서 호투를 펼쳤다. NC의 1군 진입 첫 시즌(2013년)엔 10세이브로 마무리 역할을 한 경험도 있다.
문제는 마무리 앞에 등판할 승리조다. 지난해까지 NC는 임창민-김진성-원종현-이민호의 ‘필승 4인조’가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선발이 5회만 채우고 내려가도 6회 이후 승리조가 등판해 뒷일을 책임졌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NC는 6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0.934로 1위,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도 0.962로 1위였다. 8회까지 앞선 경기에선 80승으로 가장 많은 승리(2패, 승률 0.976)를 챙긴 팀이 NC다. 그만큼 불펜진이 팀 승리에 기여하는 비중이 컸다.
그런데 여기서 임창민이 이탈했고 김진성, 원종현도 예년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진성은 12경기 1승 2패 평균자책 6.30에 그쳤고 원종현도 10경기 평균자책 12.15로 부진하다. 다른 구단 베테랑 타자는 “구속은 작년과 비슷한데 공에서 느껴지는 힘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
NC는 두 선수가 시즌을 치르면서 서서히 구위를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워낙 많은 경기에 등판한 점을 생각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리그 불펜 최다이닝 투수 랭킹을 보면, NC 승리조 투수 4명이 전원 11위 안에 포함된 걸 확인할 수 있다.
김진성이 288.1이닝으로 압도적 1위, 임창민과 이민호가 각각 6위와 7위, 2015년 한 해를 건너뛴 원종현도 221.2이닝으로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팀 성적이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한 가운데, 선발진이 워낙 약하다 보니 승리조가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 많았다. 구위 저하와 부진 끝에 수술대에 오른 임창민 사례를 생각하면, 김진성과 원종현도 남은 시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존 승리조가 부침을 겪는 동안 이적생 유원상과 영건 배재환이 시즌 초반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그러나 이들은 애초 셋업맨 역할이 아닌, 미들맨 혹은 롱릴리프 역할을 기대했던 투수다. 팀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가운데 압박감이 큰 경기에 자주 등판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원상은 17경기 18이닝으로 리그 불펜투수 최다이닝 5위에 이름을 올렸다. 3월에는 5경기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4월 들어 조금씩 실점하는 날이 많아지는 추세다. 배재환은 패스트볼 구위만 보면 팀내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로 꼽히지만, 아직 1군 경험이 부족하다.
장현식 복귀, 새 얼굴 성장... NC 불펜 기대 요소
NC가 기대할 수 있는 플러스 요인 하나는 선발투수 장현식의 1군 복귀다. 장현식은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2군에서 시작한 뒤, 재활 과정에서 허벅지 통증을 느껴 예정보다 1군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NC 관계자는 “현재 러닝을 할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5월 중엔 복귀 과정을 거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장현식이 정상 컨디션으로 1군 선발진에 합류하면, 현재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 불펜으로 자릴 옮겨야 한다. 정수민, 김건태 중에 한 명이 불펜으로 이동해 뒷문을 책임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불펜에 자리잡는 것도 NC가 바라는 시나리오 중에 하나다. 임창민은 수술이 확정된 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 했다. NC는 2일 경기를 앞두고 윤강민, 최성영을 1군에 불러 올렸다.
사이드암 투수 윤강민은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10.1이닝 평균자책 2.61로 잘 던졌다. 좌완 최성영도 빠른 볼 구위와 공격적인 투구로 기대를 받는 선수다. NC 퓨처스 팀엔 7경기 평균자책 1.84로 호투 중인 우완 이우석도 있다. 이런 젊은 선수 중에 1군 불펜에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는 투수가 나올지 지켜볼 대목이다.
물론 이런 기대가 얼마나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장현식의 복귀와 선발투수 자리이동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젊은 투수가 올라와 호투해도, 커리어가 있는 기존 불펜진의 역할을 하루아침에 대신하긴 쉽지 않다. 당장 지금-현재 불펜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묘수가 마땅찮다는 게 NC의 고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까지 약점이던 선발투수진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침묵하던 타선도 2일 넥센전에서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진이 긴 이닝을 소화하고 타선이 많은 점수를 내면, 불펜 쪽에서 생긴 약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그 사이 젊은 투수를 테스트하고 기존 불펜진의 컨디션을 끌어올려, 불펜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타격엔 사이클이 있다. 때가 되면 올라올 타자들은 올라온다. 하지만 NC 타선이 완전히 제 모습을 회복하더라도, 불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은 시즌 NC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강한 타선과 강한 불펜은 그동안 NC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원동력이었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항상 해답을 찾아냈던 NC 코칭스태프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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