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연륜의' 하인케스 뮌헨, PSG 참교육하다
바이에른, 의도적으로 후방 빌드업 배제하고 전방 압박 강화하며 PSG 공략. 점유율에서 47대53으로 열세를 보였으나 3-1 승. 안티 네이마르 플랜 성공적(이번 경기 파울 18회. 이전까지 경기당 파울 7.5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챔피언스 리그 최고령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연륜을 바탕으로 전술적인 역량을 발휘하며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전 승리를 이끌었다.
바이에른이 알리안츠 아레나 홈에서 열린 PSG와의 2017/18 시즌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바이에른은 카를로 안첼로티 전임 감독 체제에서 PSG에게 당했던 0-3 패배를 일정 부분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에른이 하인케스 감독 하에서 PSG를 공략할 수 있었던 전술적 포인트는 총 3가지에 있었다.
1. 점유율을 버리고 압박을 취하다
바이에른 승리의 중심엔 바로 '명장' 하인케스가 있었다. 하인케스 감독은 PSG의 4-3-3 포메이션에 대항해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후방 빌드업을 배제한 채 전방 압박을 강화하며 PSG를 공략해 나갔다.
이는 스탯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바이에른은 점유율에서 47대53으로 근소하게나마 열세를 보였다. 특히 전반전엔 42대58로 PSG에 크게 밀린 바이에른이었다. 사실 바이에른이 점유율에서 밀린다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0-3으로 대패한) 지난 PSG 원정에서도 바이에른은 점유율에선 63대37로 압도했던 바 있다. 바이에른이 점유율에서 열세를 보인 건 이번 시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신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태클을 감행하며 PSG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혔다. 실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바이에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태클을 성공시켰고,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프랑크 리베리와 킹슬리 코망이 각각 3회로 그 뒤를 따랐다. 이선에 위치한 3명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압박을 감행하면서 PSG의 자랑거리인 스리톱(네이마르, 에딘손 카바니, 킬리앙 음바페)으로 가는 패스 길목을 사전에 차단한 바이에른이다.
마치 2012/13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을 연상시켰다. 당시 하인케스의 바이에른은 강도 높은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바르셀로나를 공략하며 1차전 홈에서 4-0 대승을 거두 데 이어 2차전 원정에서도 3-0으로 승리한 바 있다.
2. 상황별 코망의 위치 변경과 리베리의 헌신
코망의 위치 변경도 인상적이었다. 평소 코망을 왼쪽 측면에 배치하던 하인케스는 PSG전에 코망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대신 리베리를 선발 출전시켰다. 코망의 드리블 돌파를 바탕으로 PSG 왼쪽 측면 수비수 라이빈 쿠르자와를 적극 공략하면서 리베리가 헌신적인 수비로 PSG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 아우베스의 오버래핑을 저지한 것이다. PSG가 스리톱의 개인 기량과 아우베스의 오버래핑이 주 공격 루트라는 걸 파악하고 이를 제어하는 데 주력한 바이에른이다.
안 그래도 바이에른은 파리 원정에서 당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하메스가 아우베스의 오버래핑을 제지하지 않으면서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2회의 슈팅과 3회의 드리블 돌파를 통해 바이에른의 측면을 파괴한 아우베스였다.
이번엔 달랐다. 아우베스는 리베리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고전하면서 단 하나의 공격 관련 스탯조차 올리지 못했다. 슈팅과 드리블 돌파는 물론 키 패스조차 기록하지 못한 아우베스였다. 그나마 크로스 4회를 시도했으나 하나도 동료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역으로 코망은 적극적으로 쿠르자와를 공략해 나갔다. 6분경 측면으로 치고 가다 접는 동작으로 쿠르자와를 제치고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시동을 건 코망은 8분경 헤딩 패스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 코망의 위치 변경도 주효했다. 66분경 리베리를 빼고 토마스 뮐러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투입하면서 코망을 왼쪽 측면으로 이동시킨 것. 이는 3분 만에 결실을 맺었다. 69분경 폭발적인 스피드로 아우베스를 제치고 측면 돌파를 감행한 코망이 침착한 패스로 코랑탱 톨리소의 골을 어시스트한 것. 만 34세의 베테랑 아우베스가 만 21세 코망의 왕성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3. 안티 네이마르 플랜
PSG 에이스 네이마르 제어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전반전엔 네이마르의 역할이 미약하다시피 했다. 그나마 후반전엔 네이마르가 살아나면서 PSG의 공격도 덩달아 활기를 띄었으나 마무리에선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바이에른 수비수들은 의도적으로 측면을 내주면서 중앙으로 좁혀섰다. 네이마르의 동선을 의식한 움직임이었다.
네이마르가 싫어하는 거친 파울도 불사했다. 바이에른은 원래 파울이 적은 팀이다. 이번 PSG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경기당 파울 횟수가 7.4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무려 18회의 파울을 범하면서 4장의 옐로 카드를 수집했다. 그 중에서도 4회가 네이마르를 향한 파울이었다. 네이마르는 파울에 평정심을 잃으면서 평소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네이마르는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안 그래도 하인케스 감독은 PSG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내가 감독직에서 은퇴하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바르셀로나 경기를 수도 없이 봤다. 그러하기에 네이마르가 어떤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하기에 독일 현지 언론들은 하인케스가 '안티-네이마르 플랜'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하인케스는 이미 2012/13 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을 앞두고도 "나는 스페인 축구, 특히 바르셀로나를 매우 잘 안다. 그들이 어떤 축구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경기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인케스가 누군가를 잘 안다는 건 정말 무서운 발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하인케스의 축구교습
더 놀라운 사실은 하인케스 감독이 PSG전에 최정예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티아고 알칸타라와 마누엘 노이어 같은 부상자들을 제외하더라도 하인케스 감독은 PSG전에 부상에서 갓 복귀한 뮐러와 제롬 보아텡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았다(뮐러와 보아텡은 주말 하노버전에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아르투로 비달과 하비 마르티네스도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반면 PSG는 최정예 선수들을 모두 선발 출전시켰다. 그럼에도 바이에른의 벽을 넘지 못한 PSG였다.
하인케스는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승리의 키는 선수단 전체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있었다. 우리는 전술적으로 영리했다. 전반적으로 매우 좋은 경기였다. 우리는 우리의 바람대로 경기를 전개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분명 우나이 에메리 역시 세비야 감독 시절 유로파 리그 3연패(2013/14, 2014/15, 2015/16)를 달성했을 정도로 능력이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에메리가 하인케스의 연륜을 넘어서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하인케스는 현역 챔피언스 리그 최고령 감독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감독이다. 게다가 각기 다른 구단에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1997/98 레알 마드리드, 2012/13 바이에른)를 차지했다. 펩 과르디올라(현 맨체스터 시티 감독)와 주제 무리뉴(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그리고 2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같은 쟁쟁한 감독들을 제치고 챔피언스 리그 경기당 승점 1위(2.25점)를 당당히 기록하고 있는 하인케스이다. 말 그대로 하인케스의 축구 교습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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