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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삼성, 무엇을 위한 번트인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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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화) 10:22

                           
| 이승엽도 없고, 구자욱도 빠진 삼성 라이온즈. 주포들이 빠진 공백 탓인지, 타고투저 흐름을 거스르는 많은 번트 시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과연 삼성의 많은 번트가 그만큼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까? 엠스플뉴스가 따져봤다.
 


 
[엠스플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도 타고투저 흐름은 여전하다. 5월 1일 현재 리그 타석당 홈런 비율은 2.89%로 기록적인 타고투저 시즌인 1999년(3.07%) 다음으로 많은 홈런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이 추세라면 2개 팀이 팀 홈런 200개를 넘어서고(SK, KT) 10팀 가운데 절반인 5개 팀이 0.800 이상의 팀 OPS를 기록하게 된다. 
 
타격의 시대는 희생번트에겐 타노스의 핑거스냅과도 같다. 2015년 834개에 달했던 희생번트가 2016년 651개로 줄더니 지난해엔 600개로 뚝 덜어졌다. 올 시즌엔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총 474개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이는 1982년, 1983년, 1984년, 1985년에 이은 역대 최소 희생번트 5위 시즌에 해당한다.
 
그만큼 희생번트가 보기 드물어졌다. 언제든 홈런 한 방으로, 상하위 타선을 가릴 것 없는 장타로 빅이닝 연출이 가능한 시대에 한 점을 짜내기 위한 번트는 점차 사멸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팀도 있다. 전통적으로 타격의 팀, 홈런의 팀, 9점 주고 10점 내는 야구를 하는 팀이던 삼성 라이온즈가 그렇다. 리그 전체적으로 번트가 줄었는데, 유독 삼성만큼은 많은 번트를 대고 있다(물론 이것도 옛 시절에 비하면 적은 편에 속한다).
 
1일 현재 삼성의 팀 희생번트는 14개. 삼성 외에도 4개 팀이 14개 희생번트를 기록 중이긴 하지만, 이는 성공한 횟수만 집계한 것이다. 총 희생번트 시도 횟수를 살펴보면 26회로 LG 트윈스(27회) 다음으로 많다. 26번 시도해 14번은 성공했고, 12번 실패했다. 성공률은 53.8%에 불과하다. 
 
성공률 51.9% LG가 있지만, 별로 위안이 될 것 같지는 않다. LG는 팀 홈런 35개로 리그 4위, 팀 득점도 167점으로 리그 4위를 기록 중이다. 팀 순위도 LG가 3위, 삼성은 10위로 격차가 크다. 
 
삼성의 희생번트 시도, 세 가지 문제점
 


 
물론 삼성의 많은 희생번트 시도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올 시즌 삼성은 심각한 공격력 저하에 신음하고 있다. 라이온 킹 이승엽은 은퇴했고, 구자욱까지 시즌 초반 1군에서 모습을 감춘 상태다. 새로 영입한 강민호가 있지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다.
 
1일 현재 삼성의 팀 득점은 136점으로 리그 8위. 팀 홈런 25개로 리그 8위. 팀 OPS도 0.736으로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병살타는 28개로 LG(30개)에 이은 2위다. 강민호가 이적하면서 롯데에서 병살타도 함께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이런 판국에,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서 1승이라도 더 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번트를 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삼성이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도, 홈까지 들여보낼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1일 현재 삼성의 팀 득점권 타율은 0.225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삼성보다 팀 득점이 적은 넥센(0.244)은 물론 NC(0.248)보다도 떨어지는 기록이다. 득점권 타율이 크게 신뢰할 만한 기록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더라도, 0.225의 기록은 문제가 있는 수치다. 주자를 1루에 둔 상황에서 삼성은 팀 타율 0.289(7위)에 장타율 0.409(7위)로 중위권 기록을 냈다. 
 
타점 가운데 홈런을 제외한 ‘순수타점’ 비율을 봐도 삼성의 부진은 눈에 띈다. 삼성의 순수타점 비율은 13.1%로 리그 최하위. 1위인 두산(19.6%)은 물론, 대부분의 득점을 홈런으로 내는 KT(18.1%)나 SK(17.5%)와 비교해도 꽤 차이가 크다. 삼성의 성공한 희생번트 14차례가 실제 득점으로 이어진 횟수는 5회. 득점률은 0.357에 불과했다.
 
두 번째는 기껏 번트로 어렵게 한 점을 뽑아내도, 이를 지킬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 시즌 삼성이 선취점을 낸 16경기 중에 이긴 경기는 7경기(9패). 선취점 경기 승률은 0.438로 10개 구단 중에 최하위다.
 
5회말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삼성은 8승 4패 승률 0.667을 기록했다. 역시 10개 구단 중에 꼴찌다. 6회말까지 리드한 경기 승률(0.727)도 마찬가지. 7회말까지 리드한 경기(0.818)와 8회말까지 리드한 경기(0.900)는 9위로 꼴찌를 면했지만, 크게 위안이 될 기록은 아니다.
 
1점 차 경기에서 삼성의 성적은 2승 5패로 승률 0.286. 역시 10개 팀 중 최하위다. 역전패도 13경기로 가장 많고 끝내기 패도 3패로 가장 많다. 연장전 성적도 무승 4패로 10개 팀 중 최다패다. 
 
번트로 한두 점 차 경기를 만들어 갖고는 별 승산이 없었단 얘기다. 차라리 대량득점을 해서 점수를 크게 벌리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세 번째는 그 희생번트조차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26번 시도해 14번 성공하는 성공률 50% 안팎의 번트라면 대지 않느니만 못하다. 
 
희생번트 실패가 늘어나는 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5년간 기록을 보면 2014년 74.3%였던 희생번트 성공률이 2015년 66.6%에서 2016년 61.5%를 거쳐 올해는 57%까지 떨어졌다. 리그 전체적으로 수비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전술을 개발하면서, 번트 성공률이 낮아지는 추세가 눈에 띈다.
 
사실 희생번트를 잘 대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리그 100% 번트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를 살펴보면 유한준, 이재원, 김주찬, 민병헌, 손아섭 등 베테랑 선수가 대부분이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교체된 현재 삼성엔 번트를 확실하게 댈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강한울(7시도, 5실패)과 박해민(6시도, 3실패)에 집중된 희생번트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번트안타 시도도 리그 최다, ‘라팍’ 홈으로 쓰는 팀 맞나
 


 
여기에 또 한 가지. 올 시즌 삼성은 단지 희생번트만 많이 대는 게 아니다. 기습번트도 희생번트만큼이나 자주 시도하고 있다. 희생번트를 제외한 총 번트시도 횟수가 48회로 리그 최다. 번트아웃도 12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번트안타 성공률은 12.5%에 불과하다. 무수히 많은 아웃카운트와 스트라이크가 6개의 번트안타를 위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건 삼성의 홈구장이 '라이온즈파크'란 점을 떠올리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라팍은 KBO리그의 대표적 타자친화 구장이다. 올해 라팍의 홈런 팩터는 1027로 대전, 마산, 수원에 이은 4위다. 지난해엔 홈런 팩터 1197로 정규 구장 중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개장 첫 해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홈런팩터 상위권을 유지한 구장이 라팍이다.
 
일단 외야로 띄워 보내면 홈런이 될 확률이 높은 구장을 홈으로 쓰는 삼성이다. 하지만 이런 구장에서, 마치 잠실을 홈으로 쓰는 1980년대 팀 스타일의 야구가 펼쳐지고 있다. 대구 팬들이 관중석에서 깊은 한숨을 쉬는 건, 단지 삼성이 10개 팀 중에 10위를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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