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경찰야구단에서 전역한 박정수가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임기영의 2017년 활약을 재현해주길 기대한다. 임기영과 박정수의 평행이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엠스플뉴스=광주]
개막전을 앞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에 선발 로테이션의 고민이 생겼다. 지난해 ‘4선발’로 맹활약한 임기영의 시즌 준비가 다소 늦춰진 까닭이다. KIA는 사이드암 투수이자 예비역인 박정수가 2017년 임기영과 같은 활약을 펼치길 바라는 평행이론을 꿈꾼다.
KIA 김기태 감독은 스프링 캠프 동안 임기영을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임기영은 캠프 초반부터 오른쪽 어깨에 불편함을 느꼈다. 캠프 중반에서야 캐치볼을 시작한 임기영은 귀국 전까지 하프 피칭만을 소화했다. 복귀 시점이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순서였다.
시범경기 개막일인 3월 13일 만난 김 감독은 “4·5선발 자리에 모두 고민이 생겼다. 임기영의 공백에 대해선 캠프 동안 어느 정도 생각했다. 그래도 다른 젊은 투수들이 준비를 잘했기에 큰 걱정은 없다. 특히 박정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다행히 김 감독의 걱정을 덜어 준 요소는 임기영의 시즌 첫 불펜 투구였다. 임기영은 13일 45개의 불펜 투구를 소화하면서 복귀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김 감독은 “임기영이 오늘 첫 불펜 투구를 했는데 공이 괜찮았다더라. 감독이 지켜보면 부담될까 봐 내가 보진 않았다”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임기영 자신도 만족스러운 불펜 투구였다. 불펜 투구를 마친 임기영은 “원래 30~40개 정도를 던질 계획이었는데 처음치곤 느낌이 괜찮아서 계획보다 더 던졌다. 어깨는 이제 아프지 않다. 지난해 시즌 도중 폐렴이 걸린 뒤 돌아오면서 투구 시 다소 어색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때부터 약간 어깨가 안 좋았다. 캠프에서 공을 많이 못 던져서 불안감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복귀 시점을 4월 초로 보고 있다. 내 마음은 24일(개막일)인데”라며 밝게 웃었다.
결국, KIA는 시즌 초 임기영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캠프 동안 공이 좋았던 ‘박정수 카드’를 꺼냈다. 캠프 동안 옆에서 팀 후배 박정수를 지켜본 임기영도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임기영은 “(박)정수가 잘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캠프에서 원체 공이 좋았다. 나는 체인지업, 정수는 커브를 서로 가르쳐주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상황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정수와 같이 선발진에서 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박정수는 2017년 임기영이 될 수 있을까
박정수는 시범경기 첫날부터 선발 시험대에 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박정수는 3월 13일 시범경기 첫날부터 곧바로 선발 시험에 나섰다. 이날 공식 선발 투수는 헥터 노에시였지만, 박정수는 3이닝을 던질 헥터의 뒤를 이어 4이닝을 소화하는 숙제를 풀어야 했다. 평일 오후 1시에 열린 시범경기였지만, 2,855명의 관중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찾아와 열띤 응원을 보냈다. 게다가 상대 팀인 두산 베어스도 주전 타자들을 대거 내세웠다. 박정수에겐 이보다 더 좋은 선발 시험대가 없었다.
KIA가 1-0으로 앞선 4회 초 헥터에게 공을 이어받은 박정수는 출발이 산뜻했다. 4회 초 박정수는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을 포함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 초에도 박정수는 2사 뒤 첫 볼넷을 허용했지만, 김재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면서 실점이 없었다.
문제는 KIA가 3-0으로 앞선 6회 초였다. 박정수는 안타 2개로 허용한 1사 1, 3루에서 김재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처음으로 실점했다. 이어 최주환에게도 1타점 적시타를 내준 박정수는 2사 만루 위기에서 허경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3-4 역전을 허용했다. 6회 초에 급격하게 박정수의 볼이 많아지면서 상대 타자와의 승부가 불리하게 이어진 까닭이었다.
다행히 추가 실점을 막은 박정수는 7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모두 소화하고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날 박정수는 4이닝(투구 수 71개) 7피안타 2탈삼진 2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희망과 아쉬움을 동시에 본 박정수의 하루였다.
KIA 이대진 투수코치는 6회 초 박정수가 겪은 어려움이 향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길 원했다. 이 코치는 “오늘 (박)정수의 커브 궤적이 정말 좋았다. 강한 좌타자들이 많은 두산을 상대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경험이 필요했다. 6회 초를 돌이켜보면 안타를 맞은 건 어쩔 수 없는데 자신이 지닌 강점을 발휘 못 하면서 흔들린 게 아쉽다. 다음 등판에선 이런 장면이 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판을 마친 박정수의 표정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박정수는 “오랜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이미 캠프 동안 많은 관중 앞에서 던져봐서 떨리는 건 없었다. 경찰야구단 시절부터 연마한 커브는 이제 자리가 잡힌 것 같다. 좌타자 상대 몸쪽 커브 구사가 부담이었는데 오늘은 잘 들어갔다. 다만, 6회 초에 흔들린 게 아쉽다. 볼을 너무 많이 던졌다”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선발 자리에 대한 욕심은 감추지 않았다. 박정수는 “오늘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다음 등판 기회가 온다면 단 한 점도 안 내주고 싶다. 공을 많이 던진 건 문제가 없었다. 선발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있다”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KIA가 바라는 그림도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임기영과 박정수의 평행이론이다. KIA는 박정수(2017년 9월 경찰야구단 전역)가 지난해 임기영(2016년 9월 상무야구단 전역)과 같은 예비역 효과를 보길 원한다. 그래야 시즌 초 임기영의 공백을 걱정 없이 메울 수 있다.
이 코치는 “(임)기영이는 2군에서 몇 차례 등판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은데 그동안 (박)정수가 지난해 기영이처럼 해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정수는 올 시즌 선발이든 불펜이든 요긴하게 활용될 투수 자원”이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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