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야구 저변은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개천에서 날아오르는 용’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 베어스 마무리 투수 함덕주다. 아마추어 시절 강원도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던 함덕주는 이제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우뚝 섰다.
[엠스플뉴스]두산 베어스 함덕주는 강원도가 배출한 야구 스타다.아마추어 시절 ‘원주고 에이스’로 명성을 날린 함덕주는 프로 0년 차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8월 4일 기준) 함덕주는 46경기에 등판해 53.1이닝 동안 5승 2패 2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2.53을 기록 중이다.‘클로저’ 보직을 맡은 첫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함덕주다. 함덕주가 던지는 공엔 ‘강원도 출신 야구선수도 할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누구보다 ‘강원도 야구 부흥'을 바라는 함덕주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20세이브 달성 함덕주 "정상급 마무리? 아직 갈 길이 멀다"
마무리 데뷔 첫해 20세이브 고지를 밟았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어쩌다 보니 마무리 투수를 하게 됐습니다(웃음). ‘20세이브’란 숫자보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는 투수’란 게 더 뿌듯합니다.어린 나이에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발돋움했습니다.정상급이요? (머리를 긁적이며)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저는 이제 막 마무리 투수로 걸음마를 뗐습니다. 처음 이 보직을 맡았을 땐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제가 잘못하면, 3시간 이기던 경기가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으니까요.부담감을 이겨낸 비결이 뭡니까.등판 횟수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레 부담감이 줄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동점을 허용해도, 형들이 경기를 뒤집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어요. 편한 마음으로 던지니, 결과가 더 좋았어요.타고난 마무리 체질인 듯합니다.그건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어느 보직을 맡겨주시든, ‘평균’만 하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너무 잘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욕심을 버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요.
사실 ‘정상급’이란 수식어를 붙인 근거는 따로 있습니다. KBO리그 마무리 투수 가운데,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위를 달리는 중이에요.그건 몰랐습니다(웃음). 제가 기록을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이닝을 많이 소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뛰어난 마무리투수가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 활약이 올 시즌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게 더 많습니다.그렇군요.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치르는 첫 시즌, ‘무더위’가 걸림돌이 되진 않습니까.지금까진 무더위가 걸림돌이 되진 않았어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긴 합니다. 몸은 힘들어요. 그런데, 공에 힘은 더 붙는 듯합니다(웃음). 제 짧은 야구 인생을 되돌아보면, 여름에 기록이 더 좋았어요. 더울 때 공 스피드도 잘 나오고, 몸도 잘 풀립니다.그렇다면, 한국보다 더운 자카르타에서 ‘국가대표 함덕주’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올해 초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국가대표로 뽑혔을 땐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어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선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국제무대에서 제 구위와 제구를 확인해보고 싶어요."후배들이 '강원도의 힘' 보여주길 바란다"
이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그야말로 강원도가 배출한 야구 스타인데요.부끄럽습니다(웃음).야구 저변이 넓지 않은 강원도에서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초등학교 다닐 때 야구부가 생겼어요. 어려서부터 뛰어다니면서 운동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야구부 입단 테스트를 봤는데, 합격했어요(웃음). 그렇게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야구를 해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 재미를 아직 잃지 않았습니다.그렇군요(웃음). 강원도에서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가 나온 건 정말 고무적인 일이에요. ‘함덕주’란 존재가 강원도 야구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과찬입니다. 저는 ‘강원도도 야구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편견이 있을 뿐입니다. 수도권에 가면, 야구를 더 잘할 거란 인식이 강하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신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팀에서 기량을 쌓는 게 더 낫다고 봐요.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입니다.강원도에 야구 인재가 없는 게 아니에요. 강원도에서 잘하던 선수들이 수도권 명문고로 스카우트될 뿐이죠. 강원도 출신 야구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최근 고교야구에서 강릉고의 돌풍이 매섭습니다. 강원 야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참고로 저는 원주고 출신입니다(웃음). 강릉고는 저희에게 ‘도내 라이벌’이었어요. 하지만, 우리 지역 야구부가 좋은 성적을 내면,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강릉고가 지금처럼 멋진 야구를 할 수 있길 바라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강원도 야구 저변이 넓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원도에 있는 어린이들이 함덕주를 보고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만나요. 그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희가 잘하면, 강원도 팀도 충분히 강팀이 될 수 있다”는 말이요.인상적입니다.저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야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바로 ‘팀워크’거든요. 그리고 그게 야구죠.강원도에서 '야구 스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원도는 안 된다’는 생각보다 ‘지면 분하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강원도도 서울 강팀을 이길 수 있습니다. 후배들이 ‘강원도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늘 응원하겠습니다.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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