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외계인’ ‘엄친아’가 떠났다. ‘황제’도 축구화를 벗었다.
2017년, 유독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들이 많이 눈에 띈다.
차비 에르난데스부터 사비 알론소, 호나우지뉴, 카카, 안드레아 피를로, 필립 람, 잔루이지 부폰, 프랑크 램파드, 프란체스코 토티까지. 하나같이 특출난 재능을 뽐내던 슈퍼스타들이어서 상실감마저 든다.
수많은 독자가 그러하겠지만, 필자 역시 이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이십대 청춘을 보냈다. 올해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로 꾸린 베스트일레븐 기사로 작별 인사를 대신한다.
(4-3-2-2) 부폰(GK) - 제호베르투, 람, 카윗 - 피를로, 사비, 차비 - 토티, 램파드 - 호나우지뉴, 카카
11명을 선정하고 보니, 미드필드진이 거의 ‘어벤저스’급이다.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유벤투스) 사비 알론소(리버풀·레알마드리드·바이에른뮌헨) 차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모두 월드 및 유럽 클럽 챔피언 출신이다. FIFA월드컵과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을 지녔다. 스페인 출신 사비와 차비는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했다.
셋을 동시에 투입하면 일단 공을 뺏길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최소 60~70%의 점유율은 보장한다. 이들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플레이하는 것처럼 경기장 곳곳에 양질의 패스를 찔러댈 것이다. 박지성, 니헬 데 용과 같은 ‘전술’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발을 묶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 앞 선에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와 램파드(첼시)를 배치하면 공격 작업이 더 수월해질 것 같다. 토티는 왕성하게 활약하던 시절 플레이메이커로서 화려한 나날을 보냈다. 드리블, 패스, 슛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카리스마까지. 램파드는 왕성한 활동량과 공격수들 머리 숙이게 하는 득점력을 자랑한다.
브라질과 밀란 동료였던 호나우지뉴(바르셀로나·AC밀란)와 카카(AC밀란·레알마드리드)를 최전방에 배치할 경우 포스트플레이를 서로 안 하려 들겠지만,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호나우지뉴는 현란한 춤사위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고, 주춤추춤거리는 수비수들 사이로 카카가 치고 달리면 게임 끝.
피를로의 공간 패스를 잡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는 카카, 호나우지뉴의 노룩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는 토티도 상상해봄 직하다.
올해 은퇴를 한 스타 대부분이 미드필더와 공격수여서 수비진의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실제 이런 팀을 구성했다면, 사비-차비-피를로의 중원은 수비적인 측면에선 굉장히 불안했을 것 같다.)
디르크 카윗(리버풀·페예노르트)을 부득이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로 내렸다. 로시츠키에게 수비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나마 수비 DNA를 지닌 선수가 필립 람(바이에른뮌헨)뿐이어서 센터백을 맡겼다. 골키퍼를 제외한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몫을 해내는 제 호베르투(바이엘레버쿠젠·바이에른뮌헨·파우메이라스)는 스리백의 왼쪽 수비를 맡겨도 쉽게 뚫릴 것 같지 않다.
설령 수비벽이 무너진다 한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골문 지킴이가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이다. 부폰이 뒤에서 지시를 해대면 람도 제롬 보아텡처럼 공중볼을 따낼 수 있지 않을까? 피를로와 차비도 숨돌릴 틈 없이 수비에 가담해야 잔소리를 피할 수 있을 테다.
안타깝게도 이 조합은 몇년 뒤 자선경기에서나 볼 수 있다.
- 부폰은 대표팀에서만 은퇴했지만, 특별하니까 선정.(마땅한 골키퍼 은퇴선수가 없기도 했다)
- 호나우지뉴는 2018년 현역 은퇴 선언.
- 스티븐 제라드 은퇴 시기는 2016년 11월.
- 듬직한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는 은퇴설이 있었지만, 내년까지 뛰기로.
- 야쿠부 아예그베니는 그다지 듬직하지 않아서 제외.
- 토마스 로시츠키는 토티가 있어서….
사진=카카와 호나우지뉴, 호나우지뉴와 카카.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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