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리그 팀에 당한 패배로 빛바랜 즐라탄의 복귀골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가 올 시즌 첫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화려한 복귀골을 터뜨리고도 고개를 떨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 리그) 구단 브리스톨 시티를 상대한 2017-18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리그컵은 지난 시즌 맨유가 우승을 차지한 대회. 맨유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6위로 추락하고도 리그컵과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해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맨유는 최근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 패해 프리미어 리그 선두와의 격차가 승점 11점 차로 벌어진 데 이어 리그컵에서도 탈락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맨유를 리그컵에서 탈락시킨 팀이 하부 리그 구단 브리스톨 시티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브리스톨 시티는 현재 챔피언십 3위를 달리고 있는 2부 리그 팀. 게다가 브리스톨 시티는 지난 1992년 프리미어 리그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1부 리그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는 소규모 구단이다. 그러나 브리스톨 시티는 이날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최다 우승팀 맨유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조세 무리뉴 맨유 감독은 이날 이브라히모비치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선발 출전한 건 지난 4월 10일 안더레흐트와의 유로파 리그 경기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당시 그는 공중볼 경합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브라히모비치는 약 7개월간의 회복 기간을 거쳐 지난달부터 다섯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브리스톨 시티전은 그가 무려 8개월 만에 선발 출전하며 시험 무대에 오른 경기였다.
맨유는 이날 51분 상대 측면 미드필더 조 브라이언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그러나 맨유에는 돌아온 이브라히모비치가 있었다. 맨유는 선제골 실점 후 단 7분 만에 페널티 지역 바깥쪽 골문 정면으로부터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공간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이브라히모비치는 이를 오른발 강슛으로 연결했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상대 수비벽을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통과해 들어갔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지난 4월 9일 선덜랜드전 이후 무려 225일 만에 득점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맨유는 이브라히모비치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화려한 복귀골을 터뜨렸는데도 끝내 브리스톨 시티를 넘지 못했다. 브리스톨 시티 미드필더 코리 스미스 후반전 추가 시간에 맷 테일러가 문전으로 띄워준 패스를 스미스가 가슴으로 받아 돌아서며 연결한 슛이 결승골로 이어지며 승부가 결정됐다.
이날 리그컵에서 맨유가 올 시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대회는 이제 프리미어 리그, FA컵,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맨유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선두 맨체스터 시티에 승점 11점 차로 밀려 현실적으로 우승이 어려운 상태다. 기다리던 이브라히모비치의 복귀골이 터졌지만, 맨유의 올 시즌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