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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기획] 서울시 “장충 리틀구장 입찰 참여할 단체 많다.” 실상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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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4 (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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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3.14 (수) 18:09

                           

 





 


서울시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료와 관리비 안 받았다.”


실제론 리틀야구연맹이 관리비 전액 부담해와


서울시 “장충 리틀야구장 공개 입찰 참여할 단체 최소 3곳 이상”


서울시가 거론한 유력 3개 단체 모두 “입찰 참여하지 않는다.”


+서울시, 실사는 고사하고 단체 홈페이지도 살펴보지 않고 입찰 결정


 


[엠스플뉴스] 


 


3월 14일.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권 공개 입찰이 시작되는 날이다.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권 공개 입찰은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다. 최저 입찰가 7천779만310원 이상을 내면 장충 리틀야구장의 사용권을 가지게 된다. 


 


유소년 야구계는 “최저 입찰가에 전기료, 수도료, 청소비 등 구장 관리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과연 한 해 1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감당할 유소년 야구 단체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2012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야구를 이대로 방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작 서울시 일선 공무원들은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유소년 야구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서울시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료와 관리비 안 받았다.”


실제론 리틀야구연맹이 관리비 전액 부담해와


 




 


1971년 개장한 장충 리틀야구장은 50년 가까이 한국 유소년 야구의 ‘성지’이자 야구소년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려왔다. 수많은 야구소년이 이곳에서 ‘대선수’의 꿈을 키웠고, 실제로 장충 리틀야구장에서 뛰었던 박찬호, 양준혁, 박용택(LG), 박병호(넥센), 김광현(SK) 등은 성장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됐다.


 


지난해까지 장충 리틀야구장 운영은 한국리틀야구연맹이 맡았다. 리틀야구연맹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정식 가맹단체로 한국 유소년 야구를 대표하는 단체다. 


 


일각에선 “그간 리틀야구연맹이 서울시로부터 장충 리틀야구장 독점 사용권을 비롯해 여러 특혜를 받았다”며 “장충 리틀야구장을 사용하면서 리틀야구연맹이 낸 돈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장충 리틀야구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이춘희 소장도 비슷한 말을 들려줬다. 엠스플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소장은 “(그동안 리틀야구연맹으로부터) 관리비도 안 받고, 위탁비도 안 받고 해왔다”며 “알아보니까 돈을 내고도 (장충 리틀야구장을) 관리하겠다는 업체들이 있어 공개 입찰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의 말만 듣자면 ‘장충 리틀야구장을 사용하면서 리틀야구연맹이 낸 돈이 거의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소장의 설명은 반은 맞고, 반은 사실이 아니었다.


 




 


서울시가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 대가로 리틀야구연맹에 돈을 받지 않은 건 사실이다. 1990년대 리틀야구연맹에서 일을 봤던 한 인사는 “서울시가 유소년 체육 활성화 차원에서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료를 전액 감면해줬다”며 “영세한 리틀야구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시의 배려가 지난해까지 이어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관리비까지 안 받았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리틀야구연맹은 지난해까지 구장 전기료, 수도료, 청소비, 각종 검사비를 전액 부담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리틀야구연맹은 한해 전기료만 1천400만 원 이상을 냈다.


 


이 소장의 ‘알아보니까 돈을 내고도 장충 리틀야구장을 관리하겠다는 업체들이 있어 공개 입찰을 하게 됐다’는 발언의 사실 여부는 어떨까. 리틀야구계는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권 입찰이 이뤄진 가장 큰 배경을 이 소장의 발언에서 찾고 있다.


 


서울시 “장충 리틀야구장 공개 입찰 참여할 단체 최소 3곳 이상”


서울시가 입찰 참여 단체로 꼽은 야구 단체들 일제히 “입찰액 너무 높아 입찰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


 




 


장충 리틀야구장 공개 입찰 담당인 서울시 중부녹지공원사업소 공원운영과 한선 팀장은 “민원을 검토하다 보니까 특정 단체(리틀야구연맹)에 40년간 무상 위탁을 하는 게 문제가 많았다”며 “(장충 리틀야구장을 사용할 만한) 서울 소재 비영리 단체를 살펴보니 25개 정도가 돼 그곳에 전활 걸어 들어올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알아보니까 돈을 내고도 장충 리틀야구장을 관리하겠다는 업체들이 있다’는 건 임 팀장이 말한 25개 비영리 단체를 말하는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25개 비영리 단체 가운데 리틀야구 전용구장인 장충 리틀야구장을 사용할 만한 곳은 처음부터 극소수였다.


 


실제로 한 팀장은 이 가운데 “한국보이스야구연맹,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등이 '들어올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업소는 이 세 단체의 의사를 듣고서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권을 공개 입찰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소 관계자도 "세 단체가 아니면 들어올 곳이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팀장이 언급한 세 단체의 말은 달랐다. 보이스야구연맹 측은 “서울시가 ‘들어올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있다’고 답했을 뿐,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며 “지금처럼 최저 입찰액이 8천만 원에 가까운 상황에선 도저히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역시 마찬가지 답변을 들려줬다. 선수협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선수협 관계자는 “선수들이 직접 아이들을 지도하는 ‘야구교실’ 등을 장충 리틀야구장에서 진행할 마음이 있어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있어도 공개 입찰 참여를 결정한 적은 없다”며 “프로야구 선수들의 집합체인 선수협이 아이들의 꿈의 무대인 장충 리틀야구장을 지켜주면 지켜줬지, 어떻게 가져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 단체는 모두 ‘서울시의 장충 리틀야구장 공개 입찰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세 단체의 입찰 참여 포기가 유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른 단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야구계가 걱정하는 게 바로 이런 경우다.


 


“세 단체 대부분이 그래도 ‘유소년 야구 발전과 공익’을 표방하는 곳들이다. 상업적으로 구장을 활용하려 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충 리틀야구장을 돈 벌이 도구로 삼으려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입찰에 뛰어들어 최종 낙찰자가 된다면 ‘유소년 야구 성지’인 장충 리틀야구장이 ‘상업화의 장터’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 사람들이 눈치 볼 이유도 없거니와 그걸 서울시가 감시해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이기 때문이다.” 한 리틀야구단 감독의 말이다.


 


서울시는 장충 리틀야구장을 사용할 25개 비영리 단체를 조사하면서 최소한의 실사 과정도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소 한선 팀장은 “제가 일일이 단체 홈페이지를 들어가 확인하진 않았지만, 서울시가 아무것도 없이 비영리 단체 승인을 해줬겠느냐”며 “서울시에 비영리 단체인 걸 확인해서 한 건데…”하며 직접 방문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조사인 단체 홈페이지도 살펴보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알아보니까 돈을 내고도 장충 리틀야구장을 관리하겠다는 업체들’이라고 언급한 단체 가운데 활동이 전무하거나 심판비 문제, 리그 파행 등으로 야구계로부터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는 단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지적에 사업소 장충 리틀야구장 담당자는 “이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서”란 말만을 되풀이했다.


 


리틀야구계 “책임의식보단 행정 편의주의로만 일관하는 서울시를 보며 크게 실망”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장충 리틀야구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공개 입찰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지난해 11월엔 사업소가 직접 운영(직영)하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직영안은 얼마 안 가 공개 입찰로 바뀌었다.


 


사업소 측은 “직영을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서”란 애매한 답변만을 들려줬다. 


 


현직 지자체 체육담당 공무원은 “많은 지자체가 체육시설을 직영 대신 위탁으로 운영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자체 담당자 입장에서 위탁 운영의 최대 장점은 책임 소재가 위탁 운영자에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지자체 담당자가 아니라 위탁 사업자가 거의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 다음 장점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육시설의 전반적인 비용을 위탁 운영자가 내고, 이익 잉여금은 지자체가 받아가는 식이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딨겠나.”


 


이 체육담당 공무원은 “다만, 장충 리틀야구장처럼 수익보단 공공성이 더 중시되는 성격의 체육시설이거나 여러 리틀야구 단체가 공동으로 구장을 사용해야할 경우엔 위탁 사업자보다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직영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여러 귀찮고, 골치 아픈 일 때문이라도 직영을 택하는 공무원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취재 중 서울시는 “고민 끝에 장충 리틀야구장 사용권 공개 입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리틀야구계는 입을 모아 “서울시의 고민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서울시가 이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인상만을 받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유소년 야구선수 학부모는 “‘유소년 야구의 전당’인 유서 깊은 장충 리틀야구장에 대한 책임의식보단 행정 편의주의로만 일관하는 공무원들을 보며 '서울시 체육행정의 현주소가 여기까지인가' 싶어 크게 낙담했다”며 “이 문제를 통해 현 서울시의 전체적인 행정과 비전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장충 리틀야구장 개찰은 19일이다. 

전수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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