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독특한 마운드 운영 방침을 밝힌 한화 이글스. 한화의 2+3+2+2 마운드 구상의 현실 가능성을 엠스플뉴스가 따져봤다.
[엠스플뉴스=대전]
‘E=mc2’ 공식은 20세기 세계를 바꿨다. 2018시즌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공식은 아니지만) ‘2+3+2+2’로 한화 선발 마운드를 바꾸려 한다.
올 시즌 한화는 마운드에서 색다른 실험을 한다. 한용덕 감독은 선발투수진을 7명으로 꾸려갈 뜻을 밝혔다.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와 키버스 샘슨에 윤규진, 김재영, 김민우가 선발투수로 확정됐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5선발 로테이션으로 보인다. 그런데 +2가 더 있다. 베테랑 투수 배영수와 송은범을 활용해 선발투수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은 이렇다. 외국인 투수 둘은 정상적인 5인 로테이션대로 등판한다. 기본적으로는 5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되, 화요일 경기 등판 시 일요일 경기에 등판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나머지 내국인 선발투수들에겐 5일 휴식보다 좀 더 긴 등판 간격을 준다. 짧게는 6일, 길게는 8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르게 한다. 이때 배영수와 송은범을 ‘10일에 한 번씩’ 1군 엔트리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선발투수가 비는 날을 채운다는 구상이다.
한 감독은 국내 선발진의 경험 부족과 부상 경력을 이유로 들었다. 윤규진, 김재영, 김민우 중에 한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해본 선수가 없다. 윤규진의 지난 시즌 18경기 선발등판이 최다 기록이다.
게다가 윤규진은 부상이 잦은 스타일이고, 김민우도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오랜 기간 재활 끝에 어렵게 마운드에 돌아왔다. 5일 휴식 로테이션을 시즌 내내 규칙적으로 소화하기 쉽지 않단 판단이다. 한편으로는 비슷비슷한 능력치를 지닌 투수진을 골고루 활용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2가 더 있다. 지난 시즌 선발투수였던 안영명과 이태양이 올해는 불펜으로 자릴 옮긴다. 이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는 3월 1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시범경기 넥센전에서 힌트가 나왔다. 이날 이태양은 선발 김민우에 이어 7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7회를 막은 이태양은 8회에도 올라와 2아웃을 잡고 내려갔다.
안영명과 이태양은 선발 출신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선발투수 바로 뒤에서 ‘멀티 이닝’을 막는 릴리버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한화의 마운드 구상을 숫자로 표현하면 2(외국인 듀오)+3(윤규진, 김재영, 김민우)+2(배영수, 송은범)+2(안영명, 이태양)가 될 전망이다.
‘7인 선발진’ 구상의 변수와 가능성
올시즌 한화 마운드의 +2를 구성할 배영수(사진=엠스플뉴스)
계획 자체만 보면 이상적이다. 투수들의 부상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좋고, 장기 레이스에서 투수진의 과부하를 막을 수 있는 구상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최근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이 도입한 투수진 운영 방식(6인 선발 로테이션, 2이닝 이상 던지는 불펜투수, 마이너리그 옵션 활용)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좋은 구상을 현실로 옮기는 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현실 세계의 야구는 ‘신과 함께’의 지옥만큼이나 온갖 장애물과 변수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튀어나와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게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다. 시즌 전 구상대로 100% 시즌이 흘러가는 건 기적에 가깝다.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등판 간격이 길다는 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투구 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선발투수는 일반적으로 4~5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르는 게 루틴이다. 한화 내국인 선발 3인은 계획대로라면 6일에서 8일을 쉬고 등판하게 된다. 투수진의 투구 감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두고 봐야 한다.
한국야구는 월요일 고정 휴식일이 있고, 우천취소도 잦은 편이다. 우천취소가 잦은 계절엔 스케쥴이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생긴다. 양상문 LG 단장도 감독 시절 6인 선발진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로 ‘우천취소’를 거론한 바 있다.
선발요원이 많다는 건 그 대신 엔트리 한 자리가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선발투수가 한 번 등판했을 때 긴 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줘야 할 책임이 생긴다. 13일 시범경기에서 6이닝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한 김민우처럼 던져준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한화 선발진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면,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6일에서 8일을 쉬고 나오는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가면,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를 대비해 한용덕 감독은 안영명과 이태양을 불펜에 배치했다. 한번 올라오면 2~3이닝을 막을 수 있는 투수들이다. 둘의 존재는 한화 다른 불펜 투수들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 밖에도 변수는 많다. 선발로 구상한 투수 중에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2+3+2+2 마운드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10일에 한 번 나오는 배영수, 송은범의 심리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기용된 다른 구단 투수는 “내가 10일짜리 투수인가 싶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또 5일에 한 번 나와도 못 던지는 투수가 10일에 한 번 나온다고 잘 던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10일한’이 핑계가 될 수도 있다. 구상에 포함한 투수 중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투수가 나올 경우, 구상했던 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큰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한 감독은 “상황에 따라 변화는 있을 수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한화로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도입한 투수 운영 방침이다. 경험만 놓고 보면 안영명, 배영수, 송은범이 낫지만 한 감독은 젊은 선발투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줬다. 젊은 선발투수들이 성장해서 자리 잡아야 팀에도 미래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한 감독은 “그렇게 가야 팀도 만들어진다”고 했다.
한편으론, 그리 강하지 않은 한화 마운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정규시즌을 풀어가려는 의도도 담겼다. 어차피 외국인 듀오를 제외하면, 국내 선발진만으로 경쟁력을 갖춘 팀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팀이 국내 선발진 구성에 고민을 안고 있다. 젊은 선발과 베테랑 선발을 활용하는 마운드 전략이 잘만 맞아떨어진다면, 마운드 싸움에서 다른 구단과 대등한 결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올 시즌 한화 마운드의 흥미로운 실험은 성공으로 끝날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실험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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