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리포트] 드류 루친스키의 인간극장, NC에서 해피엔딩?
-최근 2년간 외국인 투수 ‘내구성’ 문제로 어려움 겪은 NC
-2018시즌 메이저리그 불펜에서 활약한 루친스키 영입
-싱킹 패스트볼, 커터, 스플리터 구사… 구위만 보면 성공 가능성 높아
-꾸준한 선발 등판 경험, 선발로 풀타임 소화 문제없다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는 창단 이래 외국인 선수 잘 뽑기로 정평이 난 팀이다. NC 외국인 스카우트 부서는 제한된 예산 내에서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왔다. 찰리 쉬렉, 에릭 해커, 에릭 테임즈, 재크 스튜어트 등 대박난 사례부터 재비어 스크럭스, 태드 웨버 등 준척급까지 대부분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2년만 놓고 보면 외국인 투수 쪽에서 100%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제프 맨쉽과 왕웨이중이 풀타임 선발 등판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KBO리그에 오기 전까지 주로 불펜에서 경력을 쌓은 두 투수는, 시즌 초반에는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호투를 펼쳤지만 시즌 중반부터 잦은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했다. 결국 둘 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초반 보여준 강렬한 임팩트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시즌 뒤 NC가 외국인 선수 전원 교체를 결정하면서, 과연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관심이 집중됐다. NC의 첫 선택은 마이애미 말린스 우완투수 드류 루친스키(Drew Rucinski)였다.
루친스키는 2018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2경기 35.1이닝 동안 평균자책 4.33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문제는 루친스키가 2018시즌 마이너와 메이저에서 모두 불펜으로만 나왔단 점이다. 2017시즌에도 총 39경기 중에 선발등판은 2차례에 불과했다. 구위와 최근 기록은 뛰어나지만 맨쉽, 왕웨이중 사례가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프로 미지명, 독립리그, 방출… 루친스키의 인생극장
먼저 루친스키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1988년 미국 위스콘신주 니나시에서 태어난 루친스키는 -유행이 지난 표현이긴 하지만- ‘흙수저’란 말이 잘 어울리는 야구 인생을 살아왔다. 영화로 만들어도 될 법한 고난과 역경의 스토리 그 자체다.
오클라호마 털사 유니온 고교 졸업반 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도 2학년, 3학년, 4학년을 계속 다녔지만 프로 지명을 못 받았다. 대학 4학년 때는 선발투수로 좋은 피칭을 했는데도 빅리그 어느 구단의 지명도 받지 못했고, 결국 독립리그행을 택했다.
나중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어렵게 계약했지만, 얼마 못 가 방출당했다. 이후 2011년과 2012년은 독립리그 록포드 팀에서 뛰었다. 이때 나이가 벌써 23살로 왠만한 유망주는 벌써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거나 데뷔를 앞두고 있는 나이대다.
루친스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LA 에인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성공했고, 2014년 더블 A에서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그 결과 시즌 중반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3경기 4.91 평균자책). 시즌 뒤엔 팀내 유망주 랭킹에도 이름을 올렸다.
해피엔딩이 기다리는가 싶었지만, 그렇게 간단히 끝날 스토리가 아니었다. 루친스키는 2015시즌 트리플 A와 메이저리그에서 고전을 거듭했다. 타자친화적인 PCL리그에서 140km/h 중반대 빠른 볼로 버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시즌 뒤 방출.
이후엔 해마다 새 팀에 입단했다가 시즌 뒤에 재계약에 실패하는 과정이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반복됐다. 201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뒤 마이너에만 머물다 재계약 실패.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해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간 뒤 재계약 실패.
마이애미에 입단한 2018시즌엔 시즌 중반 빅리그에 콜업됐고 성적도 괜찮았지만 시즌 뒤 결과는 재계약 실패였다. 내년 서른살이 되는 루친스키에게 메이저리그 재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루친스키는 빅리그 도전을 잠시 멈추고, KBO리그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새 도전을 선택했다.
고난과 역경의 루친스키, NC에선 해피엔딩 만들 수 있을까
살펴본 것처럼 루킨스키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굳게 버티면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투수다. 프로 입단 초기 루킨스키의 빠른 볼 평균구속은 145km/h 정도에 불과했다. 변화구 레퍼토리도 스플리터, 커브 정도만 던졌다.
그러나 20대 후반부터 구속이 크게 향상되면서, 지금은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진다. 스피드도 빠르지만 싱커성 무브먼트를 동반해 더 위협적이다. 물론 불펜에서 기록한 구속인 만큼 선발로 나오면 조금 줄어들 여지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0% 미만의 타석당 볼넷만 허용했을 만큼 수준급 제구력도 갖췄다.
여기에 커터를 장착하고, 스플리터 활용도를 높인 덕분에 빅리그에서도 경쟁력 있는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8년 트리플 A 성적도 14경기 평균자책 2.52로 아주 좋았다. 타자친화적인 PCL에서 거둔 성적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같은 PCL에서 평균자책 5.92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루친스키다.
루친스키의 투구폼도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기 충분하다. 데뷔 초기처럼 도끼를 내리꽂는 듯한 투구폼은 아니지만, 여전히 왼쪽 어깨를 들고 오른 어깨 뒤로 공을 감추는 폼의 흔적은 남아 있다. 구종을 간파하기 쉽지 않고, 커터까지 던져 특히 우타자 상대 강점이 있다. 구종, 구위만 놓고 보면 한국 무대에서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투수다.
다만 최근 2년간 주로 불펜에서 던졌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하지만 루친스키는 2016년까지 거의 선발투수로 경력을 쌓아온 투수다. 대학 4학년 때부터 2016년까지 줄곧 선발투수로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전임자 맨쉽, 왕웨이중과 달리 선발로 풀타임을 치르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루친스키의 경력은 이전에 NC가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들과 통하는 면이 있다. 빅리그 구경도 못해본 찰리, 부상으로 고난의 시간을 보낸 해커, 입단 때는 최고 유망주였지만 나중엔 매년 팀을 옮겨다니며 고생한 스튜어트 등 NC는 주로 눈물섞인 햄버거를 맛본 선수를 선호했다.
루친스키의 이력도 못지 않다. 고교에서도, 대학에서도 프로 지명을 못 받았지만 루친스키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독립리그를 거쳐 기어이 메이저리그 마운드까지 도달할 정도로 강한 의지와 야구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선수다.
계속 방출당하고 재계약에 실패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기량을 발전시켜 빅리그에서 통하는 투수로 성장을 이뤘다. 이런 선수라면 한국과 KBO리그라는 낯선 환경에서도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게 NC의 판단이다. 단순히 데이터와 스카우트 평가만으로 뽑은 선수가 아니다. 숫자엔 드러나지 않는,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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