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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루수’ 정근우의 새 출발 “미련은 없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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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8 (수) 07:22

                           
이제 던지는 것보단 받는 것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근우가 2루수가 아닌 1루수로 새 출발 한다. 후회와 미련은 없다. 팀의 가을 야구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단 정근우의 마음이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루수’ 정근우의 새 출발 “미련은 없다.”

 
[엠스플뉴스]
 
인생에서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의 인생 굴곡은 더 극적이다. 내리막길에서 어떻게 내려오는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자신이 굳건히 지켰던 그 자리를 미련과 후회 없이 내줘야 할 상황이 찾아온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근우가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다. 정근우는 국가대표 선수로 오랜 기간 활약한 KBO리그 최고의 2루수였다. 지난해 생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한화에 잔류한 정근우는 올 시즌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과 마주쳤다. 타격보단 수비가 문제였다. 예전 같지 않은 수비 움직임(시즌 9실책)에 정근우는 시즌 중반 수비 포지션 전환을 결정했다.
 
정근우의 2루수 자리는 팀 후배 강경학이 물려받았다. 6월 7일 2군으로 내려간 정근우는 먼저 좌익수 수비를 연습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타선에 정근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정말 크다. 정근우가 좌익수 수비를 소화한다면 팀 타선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근우는 7월 19일 수원 KT WIZ전에서 2015년 5월 3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145일 만의 좌익수 출전에 나섰다. 하지만, 정근우는 이날 외야 수비에서 두 차례 아쉬운 타구 판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정근우는 한 감독의 제안으로 좌익수가 아닌 1루수로 다시 수비 포지션을 바꿨다.
 
2루수 미련 버린 정근우 “마음이 정리됐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루수’ 정근우의 새 출발 “미련은 없다.”

 
우여곡절 끝에 정근우는 7월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1루수 선발 출전에 나섰다. 다행히 정근우는 호수비를 몇 차례 선보이면서 1루수로서 첫 발걸음을 안정적으로 내디뎠다. 이후 정근우는 지명 타자와 1루수 자리를 번갈아 가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8월 7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만난 정근우는 새로 장만한 1루수용 미트를 보여주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간 구단에서 주는 미트를 사용한 정근우는 이날 자신이 직접 주문한 미트를 끼고 1루수 수비 훈련에 임했다. 한용덕 감독은 “이제 정근우는 1루수로만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1루수 수비에 더 집중하고자 정근우는 2루수를 향한 미련을 버렸다. 후회도 없다.
 
정근우는 어렸을 때부터 2루수를 하면서 국가대표도 오랫동안 했다. 2루수로서 열심히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내려올 때 후회가 없어야 한다. 섭섭하고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덤덤하다며 고갤 끄덕였다.
 
이제 1루수 정근우를 자신도 받아들여야 한다. 정근우는 “주변에서 얘기가 많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내 마음이 정리됐다. 이제 1루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냥 1루수로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만 신경 쓰겠다. 팀에 피해만 안 끼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근우 “아직 ‘가을 야구’를 언급하긴 이르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루수’ 정근우의 새 출발 “미련은 없다.”

 
수비에 대한 마음을 다잡자 방망이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정근우는 후반기 타율 0.324/ 22안타/ 3홈런/ 11타점/ 출루율 0.395/ 장타율 0.529로 맹타를 휘두르는 상황이다. 특히 8월 2일 대전 KT전에서 9회 말 끝내기 3점 홈런을 날린 여운은 아직도 남아 있다.
 
“확실히 후반기부터 타격감이 좋아졌다. 공을 보고 먼저 덤비는 것보단 오는 공을 보고 치려고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공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방망이 중심에 잘 맞아 나가는 것 같다. 후반기 들어 우리 팀의 부상자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끝내기 3점 홈런으로 중요한 승리를 가져와서 정말 기분 좋았다. 그때의 짜릿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정근우의 말이다.
 
한화는 올 시즌 2007년 이후 11년 만의 가을 야구를 노린다. SK 와이번스와 함께 리그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한화는 가을 야구 안정권에 진입하고자 애쓰고 있다. 정근우도 최근 야구를 시작한 첫째 아들의 말에서 예전과 달라진 한화를 느낀다.
 
예전엔 아들이 왜 항상 순위가 밑에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이제 우리 팀 순위가 위에 있으니까 정말 좋아하더라(웃음). 최근 야구를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아는 것 같다. 아들이 오후 10시 전에 자야 해서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특별히 야구를 가르쳐주진 않고 캐치볼만 함께 한다. 아빠의 그림자 속에 있기보단 아들 스스로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길 원한다.
 
정근우는 가을 야구의 간절함을 내비치면서도 설레발을 경계했다. 정근우는 “아직 ‘가을 야구’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기엔 이른 시기다. 경기 수가 여전히 많이 남았다.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까지 좋은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부상자들이 회복해서 돌아온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때까지 버텨보자고 후배들에게 힘을 주려고 한다. 팬들도 더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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