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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추신수의 조언이 오도어에게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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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7 (화)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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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8.07 (화) 21:38

                           
[이현우의 MLB+] 추신수의 조언이 오도어에게 미친 영향


 


[엠스플뉴스]


 


"추신수와의 대화를 통해 내 공에 스윙하자고 마음을 먹게 됐다."


 


루그네드 오도어(24·텍사스 레인저스)가 지난달 30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오도어는 출루율이 낮기론 메이저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선수였다. 오도어의 통산 출루율은 .296로 3할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여서 오도어는 2루수로선 드물게 30홈런을 쳐내긴 했지만, 출루율은 .252에 그쳤다. 올 시즌 초반에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5월 마지막 날까지 오도어의 성적은 타율 .204 출루율 .252 장타율 .301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6월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6월 한 달간 출루율 .354를 기록하며 조금씩 반전의 조짐을 보이던 오도어는 7월 한 달간 출루율 .410을 기록했다. 한편, 출루율이 좋아지자 시즌 초반 잠잠했던 장타 역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6일(이하 한국시간)을 기준으로 오도어의 성적을 초반 41경기와 이후 41경기로 나누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현우의 MLB+] 추신수의 조언이 오도어에게 미친 영향


 


오도어는 6월 중순 이후 41경기에서 타율 .325 12홈런 26타점 OPS 1.041을 기록 중이다. 특히 3일 경기에서는 역사상 네 번째로 6타석에서 5볼넷 1홈런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7일에는 아메리칸리그(AL) 이주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오도어의 시즌 기록은 타율 .269 13홈런 40타점 OPS .815 WAR 2.5승.


 


그렇다면 첫 41경기 이후 오도어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한다는 것


 








 


 


 


인터뷰에 따르면 추신수가 오도어에게 해준 조언은 "타석에서 가급적 공을 많이 봐야 볼넷으로 나갈 기회라도 얻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52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한 팀 선배가 하는 말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추신수는 선구안(Plate Discipline, 타석에서의 참을성) 분야에선 현역 가운데 특별한 위치에 있는 선수다.


 


추신수의 통산 출루율은 .379. 이는 4000타석 이상 소화한 현역 선수 가운데 전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얼마 전에는 52경기 연속 출루로 현역 선수 가운데 연속 경기 출루 최장 기록(2위 48경기 조이 보토, 앨버트 푸홀스)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런 기록을 세운 비결은 웬만해선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 그의 참을성에서 찾을 수 있다.


 


추신수의 통산 스윙 비율은 42.3%. 그마저도 신시내티 레즈 소속이었던 2013년 이후로 한정하면 40.4%에 불과하다. 이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공에는 배트를 내지 않고(O-Swing 23.3%),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에는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기에(Z-Swing 65.7%) 기록할 수 있었던 수치다.


 


[이현우의 MLB+] 추신수의 조언이 오도어에게 미친 영향


 


그러나 2014년 데뷔 이후 오도어의 행보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오도어는 볼이건 스트라이크이건 관계 없이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러왔다(* 통산 O-Swing 37.8%, Z-Swing 68.9%, Swing 50.8%). 이런 경향은 처음으로 30홈런을 기록한 2016년(Swing 54.3%) 이후 더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놔두면 볼이 될 공이 스트라이크로 둔갑했다. 


 


오도어의 연도별 선구안 지표 변화


 


[2017 정규 시즌] O-Swing 38.3% Z-Swing 73.6% Swing 52.8%


[2018 첫 41경기] O-Swing 38.1% Z-Swing 67.7% Swing 49.0%


[2018 후 41경기] O-Swing 34.0% Z-Swing 61.5% Swing 45.6%


 


* O-Swing%: 존 밖 공에 스윙한 비율, Z-Swing%: 존 안쪽 공에 스윙한 비율, Swing%: 전체 투구 대비 스윙 비율


 


어쩌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공을 치더라도 느린 땅볼이나, 내야 뜬공이 되기 일쑤였다. 이렇게 되면 출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신수의 조언 이후 오도어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공에 배트를 내는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O-Swing 38.1→34.0%, Swing 48.2→45.6%). 그러면서 오도어의 타구 질에는 눈부신 변화가 찾아왔다.


 


선구안의 발전이 오도어의 타격 성적에 미친 영향


 


[이현우의 MLB+] 추신수의 조언이 오도어에게 미친 영향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공을 억지로 잡아당기면 되려 약한 타구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올 시즌 초반까지의 오도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시즌 초반 41경기에서 오도어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14.1%밖에 되지 않았다. 그 대신 내야뜬공(IFFB 17.5%)이나, 약한 타구(Soft 20.2%)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렇게 되면 타율이 높을래야 높을 수가 없다.


 


같은 수의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낸다고 했을 때, 한 타자의 타율을 결정하는 것은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이상적인 발사 각도로 빠른 타구를 날려야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전/후 41경기에서 오도어가 보인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초반 41경기에서 오도어의 평균 타구 속도는 83.0마일(133.6km/h)에 불과했다.


 


하지만 후반 41경기에서 오도어의 평균 타구 속도는 89.3마일(143.7km/h)다. 이는 초반 41경기보다 10.1km/h나 빨라진 수치다. 비결은 '자신 있게 칠 수 있는 자기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고, 그곳에 들어온 공에만 반응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선구안의 발전은 비단 오도어의 출루율뿐만 아니라 타구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오도어의 초반 41경기/후반 41경기 타구 지표 변화


 


[초반 41경기] 타구 속도 83.0마일, 발사 각도 11.1 °


[후반 41경기] 타구 속도 89.3마일, 발사 각도 11.1 °


 


추신수의 조언과 그로 인한 오도어의 변화는 홈런을 치기 위해 큰 스윙을 일삼는 젊은 거포 유망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이너리그에서라면 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많이 치는 것은 단순히 타고난 힘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힘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구역에 들어온 공을 선별적으로 쳐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크지 않은 키로도 통산 188홈런(20홈런 이상만 6시즌)을 쳐낸 추신수가 좋은 사례다. 비록 연속 출루 기록 중단 이후 개인 기록은 주춤하지만, 어느새 빅리그 14년 차인 추신수는 경험을 바탕으로 타격 철학을 전해주는 베테랑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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