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의 본선 두 번째 상대 멕시코 공격진 핵심 벨라-로사노, 각자 방식대로 월드컵 준비 중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한 명은 월드컵에 대비하려고 유럽 진출을 택했고, 또 한 명은 월드컵을 위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간다.
한국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두 번째 경기 상대 멕시코를 대표하는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22)와 카를로스 벨라(28)가 내년 여름 본선을 앞두고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로사노는 월드컵을 1년 앞둔 지난여름 멕시코 명문 파추카를 떠나 네덜란드 에레디비지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인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당시 그의 유럽 진출을 향한 시선에는 우려가 있었다. 월드컵 직전 유럽 진출은 로사노에게는 물론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큰 멕시코 대표팀에도 위험 부담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이적료 8백만 유로에 PSV행을 택했다.
그러자 머지않아 벨라는 반대로 방향을 틀었다. 이미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구단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활약 중이던 그는 지난 시즌 초반 일찌감치 12월을 끝으로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내년 신생팀으로 북미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에 참가하는 LAFC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멕시코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은 '벨라가 스스로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팀 감독은 매 경기 팀 전술에 변화를 주며 상대에 따라 선수 구성을 다르게 하는 '로테이션 신봉자'로 유명하다. 그러나 순수 재능으로만 따지면,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의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할 세 명은 골잡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 햄)를 축으로 좌우 측면 공격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는 벨라와 로사노다.
멕시코 언론은 월드컵이 코앞인 시점에서 자국 대표팀 공격진 좌우를 책임질 벨라와 로사노가 위험 부담이 따르는 변화를 택했다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일단 로사노는 유럽 무대 진출 직후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뽐내며 오히려 경기력이 한층 성숙된 모습이다. 그는 지난 21일 VVV 펜로와의 KNVB컵(네덜란드 컵대회) 16강 홈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PSV의 4-1 대승과 함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 로사노의 득점은 그가 올 시즌 터뜨린 12호 골이다. 그는 PSV 이적 후 올 시즌 17경기 12골(컵대회 포함)을 기록 중이다.
또한, 로사노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서만 10골로 현재 리그 득점 선두에 올랐다. 그의 활약은 벌써 유럽 빅리그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로 빼어난 수준이다. 로사노는 득점 기록 외에도 에레디비지에서 3도움을 비롯해 경기당 평균 드리블 돌파 1.8회(드리블 성공률 54.5%), 키패스 1.9회 등을 기록하며 최근에는 알렉시스 산체스의 대체자로 아스널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시즌까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벨라의 미국 진출 선언도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벨라는 지난 시즌 컵대회를 포함해 10골을 터뜨리며 레알 소시에다드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으나 올 시즌에는 팀이 라 리가에서 치른 17경기 중 13경기 출전에 그친 데다 선발 출전은 단 2경기가 전부다.
그러나 벨라는 지난 21일 레알 소시에다드 고별전이 된 세비야와의 라 리가 17라운드 경기에 교체 출전해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골을 터뜨리며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게다가 벨라는 앞서 미국 진출을 결심하며 새 소속팀 LAFC 측에 '특별 대우'를 요구했다. 여기서 그가 요구한 '특별 대우'는 높은 연봉이나 축구 외적인 게 아니다. 벨라는 MLS가 월드컵 개막을 단 3개월 앞둔 오는 3월에나 개막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구단 측에 1, 2월 특별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몸상태를 꾸준히 유지해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LAFC도 벨라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밥 브래들리 LAFC 신임 감독은 멕시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를로스(벨라)가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구단 차원에서 모든 환경을 제공해주겠다. 이는 그가 프리시즌 기간에도 실전 감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가 계속 관리를 해주겠다는 뜻이다. 시즌 초반에는 월드컵을 우선시하겠다는 그를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멕시코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총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벨라는 10경기, 로사노는 9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무한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오소리오 감독 체제에서 꽤 많은 출전 기록에 속한다. 벨라와 로사노는 월드컵 개막을 약 6개월 앞둔 현재 정반대의 방식으로 대회를 준비 중이지만, 두 선수 모두 아직은 무리 없이 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